더불어 민주당의 문재인 대표는 지금 혼돈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그 자신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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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후의 행태를 보면 노무현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우선 대통령 선거 때 자신의 국회의원 자리도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에이, 자기 국회의원 자리도 변변하게 결심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수한 국정에 무슨 결단을 하겠노”하면서 그를 믿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책임은 바로 문재인 후보 자신에게 있었다. 모든 것을 던져서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다움도 전혀 없었다. 시원한 것도 보여주지 못하였다.
나는 그 당시 북한산에 등산하는 시민들에게 이렇게 연설한 기억이 난다.
“국가의 모든 것을 시시각각 결단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다. 그런데 자기 국회의원 자리 하나도 결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나? 아마도 문재인씨는 대통령에 떨어지고 나면 얼마 되지 않아서 태연히 국회의원 회관에 출근할 사람이다.”
이렇게 연설을 하였던 것이다. 하여간 요즈음 젊은이들이 하는 이야기로 쿨(COOL)하지 못하였던 것은 틀림없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씨는 태연하게 국회 의원회관에 출근하였다.
그러한 문재인씨의 태도는 당의 당대표가 되려고 할 때부터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 선거에서 박지원씨와 피가 터지는 경선 끝에,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당대표가 되기는 하였다. 그런데 그 후에 그는 어른스럽지 못했다. 조그만 자아(自我)에 집착하였다. 무조건 당대표가 된 이상 이걸로 대통령 후보에까지 가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을 끌어 안고 갔던 것이 아니라 자기편만을 데리고 정치를 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유도로 따지자면 누르기라고 할까 조르기라고 할까? 이렇게 나가면 무조건 비주류 측에게 우세승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속 좁은 당대표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면서도 참았던 국회의원들이 이제는 더 이상 문재인에게서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하면서 줄줄이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몇 명이 더 탈당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심지어 서울지역의 어떤 국회의원은 이번 총선거에서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당대표직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나가려면 나가 보아라, 그리고 나간 자리에는 신선한 인물을 영입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 발을 디디지 않는 사람이 신선하다고 영입하고 나면 그 때까지이다. 정치에 발을 디디는 순간에 그는 다시 신선도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당을 이끌어 가면서, 쌍말로 이야기하자면 개판 5분전까지 당을 만들어 놓고서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문제의 타결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고 있다. 말도 되지 않는 이론을 펴면서 물고 늘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타결한 내용은 일본이 군 조직에 의한 조직적 범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반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제 두 정부로서는 서로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하여서 장래를 향하여 가자는 것으로 타결하였던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개인적인 소송문제에 대하여 그 권리를 박탈한다든가 하는 문구는 한 자도 없었다. 그리고 재단 설립 시에 일본정부가 10억엔을 내 놓는다는 것은 극히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의 수상, 그들 말로는 내각총리대신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여 사죄와 반성의 뜻을 전하였던 것이다. 이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거치면서도 타결하지 못하였던 위안부 문제의 큰 매듭이었던 것이다.
필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일제피해자특별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여 왔다. 일본의 변호사들도 참여하였다. 서울과 동경을 오가면서 서로 많은 연구를 하였다. 그 연구의 핵심은 과연 1965년도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피해에 대한 청구권도 소멸하였는가의 문제였다. 우리 변호사들은 모두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이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청구권을 인정하여 주지 않는 것이었다. 국내의 판결에서는 징용문제에 대하여 일본의 기업들에 대하여서는 청구권을 인정하여 주는 판결이 있었으나, 일본정부에 대하여서 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었다. 국제법적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일본 기업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판결을 할 수 있지만 일본정부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판결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결된 이번의 합의에 대하여 문재인 대표는 원천무효라고 하면서 무효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하였다. 도무지 그 분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분이다. 명색이 변호사라고 하면서 최소한의 법리에 대하여 연구라도 하였던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의 청구권에 관하여 합의한 것이 아닌데도 마치 할머니들의 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가 포기하라 마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닌 법리적이고 인권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그가 최소한의 법리에 대한 연구도 검토도 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여 보인다. 그저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제발 무식한 법조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적으로는 또 어떤가? 대한민국의 외교문제나 나아갈 길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이라도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3년동안 아베수상을 만나지도 않았다. 일본과의 불편함을 참아가면서 오로지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하여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의 기본적인 인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그토록 참고 참았던 것이다.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다가 한일간의 관계는 악화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중국에 너무 기울어져 우리들은 외교에서의 재량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미국과의 혈맹관계에 지장은 없는 것인가?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이어서 이 정도로 버텼지, 아마도 다른 사람 같았으면 1년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재인씨는 자기가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명백한 입장을 표명하여야 한다. 단순히 일본정부로부터 10억엔의 출연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내용이 없다. 일본이 국가배상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과는 단교(斷交)까지 고려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아베수상이 어떻게 해야 사과라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문재인 대표에 대하여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더불어 민주당의 당원이나 국회의원의 목소리는 없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inbong1953@hanmail.net
*필자/정인봉. 변호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