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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정치, 朴대통령엔 ‘악수?’ 유승민엔 ‘꽃놀이패?’

朴, 유 지목 후 與친박-비박갈등 일촉즉발 국정 꽁꽁 박-유 마이웨이 공멸의 그림자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5/07/01 [21:10]
▲ 청와대와 '친박계'의 사퇴 압박에 직면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6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상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콕 집어 툭 던지기’후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현재 ‘유’의 진퇴를 둘러싼 친박-비박 간 갈등이 일촉즉발이다. 모든 이목은 ‘유’의 사퇴여부 및 시기로 쏠린다. 하지만 ‘유’는 한차례 사과 후 일관된 버티기로 맞서고 있다. 박-유 간 각기 마이웨이 속에 국정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여권에 ‘공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청와대는 이미 ‘공’을 던졌고, 박 대통령 역시 추가언급을 자제 중이다. 마무리는 친박계에 맡긴 채 여론 및 당내 추이를 관망 중이다. 정치판엔 영원한 적과 아군도 없다는 게 이번 사태에서도 재차 비친다. 직전 이명박 정권에선 적대적이었던 원조 친박 ‘유’를 현재 비박-친이계가 감싸고 나섰기 때문이다.

 

‘유’는 끝까지 버티는 게 맞다. 또 사퇴 않는 게 향후 정치여정에도 플러스 요인이 크다. 대통령의 직격탄이 날아들자마자 바로 수그린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후퇴는 정치판에선 용인되는 테마다. 현재 권력이 미래권력을 이긴 전례도 없다.

 

다만 아직 집권중반부다. 또 한 번 작심하면 끝내 관철시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어떻게 중화시키느냐, 향후 배신의 정치를 둘러싼 여론추이가 박 대통령은 물론 ‘유’ 개인적으로도 관건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 한 기관이자 한 지붕 식구인 여당원내대표를 비판적으로 공개리에 ‘콕(배신?)’ 집은 건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례적이고 충격이다.

 

하지만 ‘호사다마’일까. ‘유’는 비록 희비가 혼재됐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생각이다. 작금의 대체적 여론흐름에서 유추되는 분위기다. 이는 곧 반대로 박 대통령이 ‘악수(?)’를 둔 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론은 본디 약자 편이다. 그리고 내칠 명분(?)도 미약한 측면이 있다.

 

사실 일개 국회의원 또는 여당 원내대표에 이렇게 전국여론의 포커스가 집중된 예가 별로 없다. ‘유’는 이번 일로 전 국민적 조명을 받으며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이번 사태 후 여론조사에서 차기대선주자 반열에 것도 앞 순위로 단박에 이름을 올린 게 그 반증이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이 ‘유’에 희비를 동시에 쥐어 준 셈이 됐다. 정치는 ‘명분싸움’이다.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내치라고 여당과 국민에 우회 주문했지만 대승적 명분이 약하다. ‘유’가 일탈을 했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론이 약한 현실도 일조한다.

 

‘유’가 이번 일로 만약 사퇴할 경우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 왕정-군주국가로 전락하는 것이다. 대외적 비아냥은 차지하고라도 민주주의 시계가 거꾸로 흘러가는 양태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이번 사태추이를 지켜보면서 드는 우려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 인사-국정구도에서 줄곧 ‘마이웨이’를 지향했다. 팽배한 불통논란에도 여론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며 ‘우회-유턴’이 아닌 ‘직진’을 고수 중이다. 말 그대로 ‘마이웨이’는 꿋꿋이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다만 나의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것도 가능하면 많이 따라와 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디 정치, 정치판이란 게 그런 가. 이는 박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배신의 트라우마’가 유독 강한 박 대통령 입장에서 ‘유’가 인간적으론 섭섭할 수도 있다. ‘유’가 아무 말 없이 뒷받침도 않고 자신의 정책기조에도 반했으니 그렇다. 그래서 그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언론이 지켜보는 공식석상에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건 국가수반인 대통령, 그 공인의 무게로 봤을 땐 아니라고 본다.

 

그간 갖은 사안에 박 대통령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생각이 여러 차례 스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악수’를 둔 게 아닌 가하는 생각이다. 박 대통령 집권 후 이어진 행보를 보면서 개인적으론 지난 시간 지켜 본 정치인 박근혜가 맞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번 일은 의외의 충격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들에 문제가 있는지, 정국을 대하는 대통령의 방향과 인식에 오류가 생긴 건지 묘한 의아함이 현재진행형으로 지속 뇌리를 맴돌고 있다. 박 대통령을 지난 98년 대구달성군에서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후 직전 2012년 18대 대선까지 쭉 지켜봤다. 하지만 작금의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 이미지와는 다른 묘한 이질감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의 불행은 곧 국민들 불행과 직결된다. 아직은 임기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불투명한 미래로 남았다. 정치엔 영원한 승자도, 권력도 없다. 5년이란 짧은 위임권력이다. 가능하면 훗날 성공한 대통령, 괜찮은 첫 여성대통령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인생도 그렇지만 권력은 한층 더 무상하고 부질없는 단상이다. 갖은 풍파를 겪은 박 대통령 자신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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