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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미 지자체장 가운데 전국적 인지도가 높아져 야권의 강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했다는 게 본지의 분석이다. ‘무상복지 전도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행보가 또다시 이목을 끌었다. 메르스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로 성남시민은 물론 상당수의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은 것. 괴담을 유포한다며 정보공개를 강하게 비판하던 청와대와 정부여당도 국민 비판에 결국 공개방침으로 선회하면서 사실상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거대 권력과 한판 붙어 이겨버린 모양새가 됐다. 이처럼 정부 태도 변화에 ‘촉매제’ 역할을 한 이재명 시장에게 지지자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본지가 차기대선 유력후보로 지목한 이재명 시장을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적극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은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의 직장과 거주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실명을 공개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 모두 이재명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비판 발언을 했다.
정보공개 나선 이재명
이재명 시장은 지난 6월6일 오후 8시 10분쯤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성남시 조치 내용을 알리는 ‘2015. 6. 6 20:00 현재 성남시 거주자 메르스 1차 검사 양성반응 환자 발생…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게시된 글은 메르스 감염 의심자에 대해 성남시 XX구 XX동 XX아파트 거주자로, 서울 XX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의료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의심자는 1차 검사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2차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의심자는 지난 6월2일 발열이 시작되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혼자 이용하는 자가용 편으로 출퇴근했으며 지난 6월4일 근무지인 XX병원에 격리수용돼 검사받았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이 사안과 무관하게 학부모 요구로 6월8일부터 휴교하기로 결정돼 있다”고 써 의심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실명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재명 시장은 공개하는 글에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장은 “성남시는 지금도 이 환자에 대해 정부에서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6월6일) 오후 환자로부터 감염사실을 통지받은 학교 측이 시에 알려줘서 감염사실을 알게 됨”이라며 정부 정책에 불만을 직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동안 불필요한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메르스 의심자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재명 시장이 처음이다. 이 시장은 문제의 의심자는 현재까지 조사결과 발열 시작 후 격리수용 될 때까지 접촉자는 가족 외에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성남시는 발열 후 접촉한 가족은 증상이 발현하지 않았지만 모두 자택격리 조치했고, 접촉자 및 동선은 추적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심자의 자녀를 비롯한 이 학교 학생 일부는 지난 6월2일부터 예방 차원에서 등교 중지된 상태여서 최근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와는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이 거주지 등을 공개한 것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불필요한 혼란, 공포 확산을 막는다며 개인정보를 비공개한다는 중앙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커졌다. 이 시장은 직장과 직업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 “의심자는 의료전문가이자 자녀를 둔 어머니인데 발열 후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접촉을 줄이는 등 정말 노력했다. 이 점을 강조해 시민들께서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 사태 때 홍콩은 확진환자가 사는 아파트 동까지 공개한 사례 있다. 단지를 공개하지 않으면 모든 시민이 우리 동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피해 반경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공개는 앞서 일부 언론에서 마치 이 의심자 때문에 성남지역 한 초교가 휴업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더 이상의 혼란과 공포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공개배경을 말했다. 개인정보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상정보가 아니라 질병 발생 관련 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전염성이 있는 질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련 정보와 대응방법을 공개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6월9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정보도 공개했다.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 ‘2015. 6. 9. 12:00 성남시 메르스 환자 발생. 현황 및 조치내용’이라는 글을 게재하며 성남 메르스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전했다.
이재명 시장은 해당 환자의 거주지와 동선을 밝히며 “환자는 발열 시작 후 집안에서도 가족들과 떨어져 따로 식사하는 등 접촉 철저 차단. 이동 시 자가용 차량 혼자 사용”이라고 전했다.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 환자가 서울국립의료원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받고 있고, 가족들은 자택격리시켰다고 밝혔다. 또 환자 동선에 포함된 의료기관을 폐쇄하고 환자 및 가족의 자동차와 해당 동의 공용시설(엘리베이터 등)에 방역을 실시했다고 적었다.
이재명 시장은 과도한 공포를 의식한 듯 당부사항으로 “메르스는 발열 전에는 감염이 되지 않는다. 메르스 환자와 근접접촉을 하거나 감염체에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 가능성이 극히 낮으므로 지나치게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다”며 “어디보다도 더 철저히 최선을 다해 방역에 임하겠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해 주시되 성남시를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논쟁 벌이는 정치권
이처럼 이재명 성남시장이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의심환자의 정보를 공개한 것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이루는 게 우선이라고 보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메르스의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새누리당은 이 시장의 행보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나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6월7일 오전 여야가 ‘정부와 지자체 간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도록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메르스 대책 마련을 위한 4+4 회담 합의문’을 발표했거니와, 특정 지자체에 대한 논평이 불필요한 정치권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이 시장의 ‘정보공개’ 행보가 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만 키웠다는 불만이 읽힌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정보 공유가 안 되니 답답해서 그랬으리라 생각하지만, 진정으로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싶다면 미우나 고우나 보건복지부로 창구를 일원화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성남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라면서 “단체장별로 독단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개별 행동이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되고, 자꾸 갈등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중앙 차원에서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 일”이라며 “국민안전처나 복지부에서 쉬쉬하고 아무 정보도 공개되지 않으니까 이재명 시장이 나선 것”이라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유 대변인은 “시장으로선 자기 지역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며 “그런 것을 가지고 혼란을 일으킨다는 식으로 정부와 지자체장이 대립하는 듯한 양상으로 몰아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기본적으로 더 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원내대변인은 “지자체와 정부가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히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여야의 4+4 회담의 합의 내용”이라며 “환자 확진이나 기술적인 부분들은 중복·모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중앙 컨트롤타워에 맡기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에 대해선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시장도 정부여당의 반발에 대해 “지자체의 특수상황에 따른 독자적인 집행 영역이 존재한다”며 “이 영역에 대해 국가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법대로 대처했는데…
이처럼 정치권에서 여야가 이재명 시장의 ‘기습 정보 공개’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메르스와 관련해 정부의 의무와 국민의 권리를 규정한 법률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밝힌 바와 같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 제6조 제2항은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 발생상황을 알 권리가 있다’는 뜻은 단순히 현재 환자가 몇 명이라는 정보뿐 아니라, 최초 발생 환자가 어디에서 생겼고, 현재 감염병이 어디로 확산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또한 이재명 시장의 주장처럼 감염병 예방법은 시·도지사에게 강력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법 제18조 1항은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하여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하여야 한다”, 3항은 “누구든지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방해하거나 회피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역학조사 대상에는 ▲감염병 환자 등의 인적 사항 ▲감염병 환자 등의 발병일 및 발병 장소 ▲감염병의 감염 원인 및 감염 경로 ▲감염병 환자등에 관한 진료기록 ▲그 밖에 감염병의 원인 규명과 관련된 사항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직접 역학조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메르스 사태에서 박근혜 정부의 주요 비판요소인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도 마련되어 있는 상태다. 일단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적극적으로 정보도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조항이다. 감염병 예방법 제35조 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을 시·도지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시·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통보된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에 따라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 감염병 위기관리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첫번째 메르스전사’를 자임하고 정보공개 최전선에 나섰던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 시장이 지난 6월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성남시 메르스 현황을 공개한 지 6일 만이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6월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메르스 대응 조치와 관련해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명단 등 정보를 국민안전 확보차원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확진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 24곳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는 병원 정보를 독점해 비난이 고조됐던 정부가 드디어 ‘빗장’을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명 시장의 공개에 대해 찬반양론도 있었지만 시민들은 대체로 이 시장의 ‘항명’을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같이 공개하고 나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D병원으로 표현할 때, 이 시장은 삼성병원이라고 명시하는 강공을 던지기도 했다. 그동안 이재명 시장은 “국군수도통합병원 명단도 공개하고 분당재생병원은 감염병원이 아니다”고 알렸다. 실시간 환자수와 진행상황도 함께 알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속하고 투명한 공개로 괴소문 차단과 확산 방지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한다. 성남시의 한 의료 관계자는 “이 시장의 발표 강행 결정으로 감염병원은 알려졌고, 억측과 괴소문이 난무한 병원은 살렸다”며 “아픈 환자들이 이용하는 병원은 반드시 필요했는데, 이제 시민들이 안심하고 병원에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대로 성남 시민들은 메르스 현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이 시장과 소통하고 공감했다.
확고한 무상복지 철학
한편, 이재명 성남시장은 무상복지에 대한 자신 철학을 다시 한 번 강조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은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 확대는 세금을 내는 국민이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것”이라며 “‘무상은 공짜다’라고 무상복지 확대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국민을 거지 취급하는 집단으로 몰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6월5일 오후 제주상공회의소 대회의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 초청 강연회인 ‘2015 혁신단체장에게 듣는다’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민주 진영은 무상복지 확대가 중요한 의제인데도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공격에 의무 급식, 공공복지 등으로 스스로 물러서며 각개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비용은 최소로, 혜택은 최대한 돌려주는 게 정부의 존재 이유”라며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 공공 산후조리 등의 공적 영역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불합리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 보수의 가치이므로 나는 진보가 아니라 진짜 보수”라며 “우리 사회는 진보, 보수를 논쟁할 단계도 아닌 비정상 사회”라고도 지적했다.
이 시장은 이제 성남시만의 인물이 아니다. 전국적 정치인으로 부상해 있는 상태다. 그를 빼놓고 차기 대선의 야당주자를 논할 수 없게 됐다. kimstory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