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년원 지원’ 삼중 스님과 일본 연예기획사 대표의 미래를 위한 투자

[현장 르포] 보덕사 삼중 스님과 함께 고봉 중·고등학교 ‘봄맞이 페스티벌’을 가다.

임국정 기자 | 기사입력 2015/03/03 [17:54]

 

▲ 삼중 스님, 타이라 회장, 조만길 회장     © 브레이크뉴스

 

 

브레이크뉴스 임국정 기자= 지난달 26일 아침 11시 서울시 중구 중림동에 있는 보덕사를 방문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고봉 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에서 특별한 ‘봄맞이 페스티벌’이 벌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행사를 제안한 삼중 스님을 찾은 것이다.

 

이날의 행사가 특별한 이유는 250여 명의 학생들이 입을 체육복과 먹을 음식, 장학금 등을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 타이라 회장이 지원했다는 데 있다. 삼중 스님은 일본인이 한국 소년원에 지원을 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밑에서부터 서로 아픈 부분을 공유해야”

 

삼중 스님은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이번 행사를  제안했다. 삼중 스님과 타이라 회장의 중간자 역할을 해 준 것이 한일 복지협회 일본 회장이자 삼중 스님이 하는 일을 후원하는 조만길 일본 후원회장이다.

 

조만길 회장이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타이라 회장을 소개해 삼중 스님이 타이라 회장에게 이번 행사를 제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중 스님은 3·1절을 앞두고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이 때에 일본인과 함께 한국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한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일본이 저지른 만행의 역사나 아베 총리 휘하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본의 역사 왜곡 움직임을 덮으려는 것은 아니란 것이었다. 또한, 일본인 접대의 개념도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삼중 스님은 “역사에 아픔은 절대 잊지 않으며 국위 선양에 힘 써야 한다”라고 힘 줘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심각한 청소년 비행 문제를 언급하며 “밑에서부터 서로 아픈 부분을 공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한 의미에서 이러한 교류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삼중 스님은 문제 있는 아이들이 바르게 설 때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한다. 만일 이 아이들을 방치한다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니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밑바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년원에서부터 감싸고 사랑으로 안아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며 낙오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못 사는 사람들은 희망을 갖지 못하고 부를 가진 사람들은 오만해집니다. 하물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돈을 쓸 때도 약을 올리며 쓰니 없는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반감을 갖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같이 죽자’ 식의 극단적 사건이 일어납니다”

 

삼중 스님은 얼마 전 일어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예로 들며 가진 자에 대한 국민의 증오심이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가 말하길 예전 불광동에 소년원이 있었을 당시 의식 있던 한 소년원장은 원생들 400여 명 중 부잣집 자식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무척이나 부끄러워 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죄를 지어서 소년원에 들어오긴 했지만 부잣집 자식들도 나쁜 짓을 하는데 부모가 힘을 써서 다 빠져 나가다 보니 힘 없는 아이들만 소년원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다. 그 소년원장은 아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다 지켜보는 데 과연 자신의 형벌을 승복하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삼중 스님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잠재적 폭발 위험성이 있는 부분을 없애기 위해 사회적 변화와 함께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오를 조금 넘겨 보덕사에서 출발한 차는 막히는 길로 인해 오후 1시 40분이 다 돼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환담을 나누는 동안 한영선 고봉중·고등학교장은 “옷과 음식 등 행사를 도와 주셔서 감사하다. 학생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간단한 담화를 끝내고 행사에 참석한 일반인들은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강당에 입장했다. 간단한 참석자 소개에 이어 타이라 회장과 조만길 회장이 학생들에게 장학금, 축구공 등을 직접 전달했다.

 

삼중 스님은 이번 행사 때 자신이 직접 쓴 법어 및 표구,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이당(以堂) 김은호 선생의 그림을 기증했다.

 

그는 여러분이 여기에 있는 것은 일부 국가의 책임도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여기 있는 학생 여러분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며 졸업 후에는 이곳과의 인연을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아울러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을 당부하며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길이 있다”라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타이라 회장은 짧은 강연을 통해 음악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깨달았으며, 이후 재능 있는 사람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굉장히 힘든 일이었지만 목표가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것만 보며 왔고, 지금에서야 이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 대에 일을 시작했다며, 목표를 잘 설정해서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영선 교장은 답사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옷은 사람이다”라며 “삼중 스님과 타이라 회장이 가장 따뜻한 옷이 아닌가 한다”라고 밝혔다.

 

한동안 짧은 연설이 이어지자 “왜 이렇게 말이 많아”라며 중간 중간 학생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자신들을 위해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신경을 써 주시는 분들에게 이게 할 소리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곧 옛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일반 학생들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스스로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이 어린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숙의 생각이 들었다.

 

▲ 고봉 중·고등학교 학생들     © 브레이크뉴스

 

그렇게 한 동안의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한 반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있는 데 비해 20만 원 상당의 식사권 등 비교적 소정의 상품이 걸렸지만 학생들은 상품을 위해서가 아닌 페스티벌의 분위기 그 자체를 즐겼다.

 

“무대 공포증이 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무대에 선 중등부 학생은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괜찮아”, “할 수 있다”, “파이팅”이라는 환호와 격려, 그리고 박수가 이어졌다.

 

그러나 재차 격려를 받고도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자 지켜보던 학생들은 목소리를 높여 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중등부 학생도 조금씩 노래를 불러나갔다.

 

이어 선생님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꽁트 코너에서는 “나쁘게 보지 말고 예쁘게 봐 달라”라고 말하며 평상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 무대에 올라가 있는 학생들도 밑에서 무대를 지켜보는 학생들도 모두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통한 변화

 

학생들의 시간이 끝나고 자리를 옮겨 학생들이 지내는 생활관과 교육관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봉 중·고등학교에서는 일반 학교의 교육과정을 대신하기 위한 중등부, 고등부 외에도 학생들의 흥미를 고려해 사진반, 마술반, 바리스타반 등 직업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미술을 배워서 꽃동네 등으로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한다. 얼마 전 한 대학교의 마술학과와 MOU를 맺었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장점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교육의 효과는 바리스타반 2년 이내 재범률 0% 달성에서도 드러났다.

 

“손재주가 좋아 손으로 하는 것은 다 잘한다”라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는 바리스타반 학생이 만든 커피를 삼중 스님은 “3년 만에 마시는 커피”라고 말하면서 기쁘게 받아들였다. 함께 있던 타이라 회장은 잔을 깨끗이 비웠다.

 

이어진 저녁 식사 시간에는 타이라 회장의 도움으로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새우 튀김과 수육 등이 나왔다. 맞은 편에 앉아 식사를 같이하던 불교반 지도법사 무관 스님은 이러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과연 교화의 효과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에 대해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분명 변화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예전에 학생들과 대화 할 때면 “모르겠다”라는 대답을 많이 하던 아이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장기를 발견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신의 꿈을 좇아가며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멘토 제도를 통한 자기 성찰, 불교 같은 경우는 명상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키운다고 했다.

 

한 학생은 부모님이 이혼을 하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내가 잘못해서 들어왔으니 나도 뭔가 달라져야겠다”라는 생각을 품고 책을 굉장히 많이 보는 등 스스로 노력했다고 한다.

 

무관 스님은 의외로 여기에 있는 아이들이 자존감이 약하다며 끼리 문화에서는 힘을 가지지만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것은 굉장히 못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며 타이라 회장은 “장래가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가지고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행사를 지원했으며, 학생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일회성 활동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런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타이라 회장은 필리핀 태풍 재난, 세월호 참사 때에도 기부를 했다.

 

삼중 스님은 이틀에 한 번 꼴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몸으로 오랫동안 행사에 참가하다 보니 조금은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사실 (행사가 기다려져) 간밤에 잠을 못 잤다”라며 “젊은 사람들을 보니 힘이 나고 기분이 아주 좋다”라고 답했다.

 

타이라 회장과 삼중 스님의 모습을 하룻동안 지켜보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들의 진심이 고봉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전해졌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dlarnrwjd@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