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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란’ 한마디도 언급 않은 朴 대통령

경제 살리기 희석 與차기무주공산 조기레임덕 경제성적표 좌우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4/10/30 [09:12]
박근혜 대통령(중앙)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중앙 왼쪽).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시정연설에서 ‘개헌’을 일절 언급 않았다. ‘개헌’이 자신의 국정주력테마인 ‘경제 살리기’를 잠식할 불씨로 생각하는 듯하다. 여권의 ‘개헌’ 논란이면에 ‘무주공산’인 차기구도가 깔린 모양새다. 집권 중반진입도 전에 ‘개헌’이 여론이슈를 선점하면 조기레임덕 우려도 커진다.
 
사실 새 정권 집권 2년차에서 ‘차기’의 거론자체가 어색하다. 역대 정권의 학습효과에 비쳐도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서슬 퍼런 현 권력이다. 국정컨트롤 심장부인 ‘삼청동’ 역시 기세등등하다. ‘차기대권타이머’는 아직 가동조차 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여의도 발 개헌’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개헌’엔 현재 여야의원들 대부분이 공감 중이다. 다만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체적 국민여론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반면 여야의원들은 내각제 개념의 ‘이원집정부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개헌돌입 시 ‘합의’가 만만찮을 배경이다.
 
‘개헌’을 둘러싼 현 권력-미래권력후보 간 신경전은 현재 삼청동(청와대)이 여의도(새누리당)를 누르면서 일단은 진화됐다. 과연 완전수습된 걸까. 청와대-새누리 간 개헌갈등이 김무성 대표의 후퇴로 수습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왜 때 이른 ‘차기구도’가 투영되는 걸까.
 
발언저의에 의구심을 품은 청와대의 공개비판이 당청갈등으로 확산되자 김 대표는 한발 물러선데 이어 자세마저 낮췄다. 당초 온도차를 보였던 공무원연금법 역시 ‘연내처리’로 못 박은 청와대 입장에 따른 형국이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법을 자신 명의의 의원입법으로 발의키로 결정했고, 새누리당 의원 전부가 동의했다.
 
이는 조속한 입법을 위한 것으로 청와대 입장에 따른 것이다. 개혁안을 마련할 TF팀 역시 경제통 이한구 의원을 위원장으로 출범해 공무원연금개혁안의 연내처리를 목표로 했다. 외견상 현 권력 박 대통령의 ‘원칙론’이 미래권력후보 김 대표의 ‘현실론’을 누른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이미 산 정상에 오른 후 내려올 일만 남았으나 아직은 상부 언저리에 머문 상황이다. 반면 김 대표는 아직 산 아래에서 등반도 시작 못한 입장이다.
 
산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는 것과 밑에서 위를 쳐다보는 상반된 입장에서 상호시각의 차이는 필연이다. 그렇다면 ‘여의도 발 개헌론’은 여권차기주자들의 선 입지 다지기용 ‘씨앗’일까.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의 갑작스런 사퇴행보 역시 동일맥락에 있다. 김 최고위원은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한 채 ‘개헌시기상조’를 논한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의 돌출행보에 청와대-친朴계와의 사전교감 여부는 현재론 알 수 없다. 다만 여권의 현주소가 투영된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 후 현 여권역학구도는 사실상 ‘무주공산’격이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김 대표를 비롯 몇몇 인사들이 거론 중이나 ‘도토리 키 재기’격 우위다툼에 불과하다. 뚜렷한 ‘차기대안’ 부재의 여권 내 딜레마가 투영된다. 이 시점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이름이 지속 오르내리는 건 상당히 미묘하다.
 
권력을 쥐고 있는 현 정권이 대권주자를 만들긴 어려우나 낙마시킬 수는 있다는 과거 학습효과가 있다. 아직은 여당 내 차기를 노리는 주자들이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이다. 권력구조의 담론에서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명분’과 ‘타이밍’이다. 정치에서 ‘명분-타이밍’을 두고 ‘여론선점’에서 밀릴 경우 그 싸움의 승패는 이미 정해진다.
 
대형변수가 없는 한 극적 반전은 어렵다. 현 권력인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경제 살리기’ 의지가 성과도 내기 전 ‘개헌’에 함몰될 우려를 가질 수 있다. 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생관계인 여당의 ‘반발’은 수용할 수 없다. 청와대가 김 대표의 ‘상하이 발 개헌봇물’ 발언저의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공개 경고한 핵심 배경이다.
 
더욱이 김 대표 발언 당시 박 대통령은 외유 중이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치부하기도 좀 그렇다. 언론조명에서 박 대통령의 외교성과가 김 대표 발언에 묻힐 우려도 포함된 걸로 보인다. 청와대 입장에서 아직 언론조명의 메인은 박 대통령이어야 한다. ‘권력시간표’ 상으론 그렇다. 어째든 외견상으론 김 대표의 완패다. 그러나 의도했던 아니던 김 대표의 개헌발언으로 정기국회 후 개헌논의가 이뤄지는 건 공식화됐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한차례 제동 걸며 금기시한 개헌이슈를 공식화하면서 김 대표는 비朴대표주자로서 입지는 다진 걸로 보인다. 청와대와 맞서는 무리수까지 두며 얻은 성과다. 하지만 차기레이스에서 어떤 함수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당내 차기경쟁관계인 김문수 보수혁신특위위원장이나 이재오 의원 대비 앞선 위치는 가진 걸로 보인다.
 
‘개헌’을 고리로 한 여권 내 차기담론은 아직 많이 이르지만 분명 이례적이다. 존재감 부각 차원으로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정권 말 또는 현 정권의 힘이 약화될 때 불거지는 게 일반적인 탓이다. 특히 차기주자 군에 언론조명이 쏠릴 경우 현 정권의 레임덕 역시 동반되는 개연도 존재한다.
 
청와대가 김 대표의 개헌론에 제동걸고 나선 핵심 배경이다. 하지만 ‘개헌론’이 공식화되면 여권 내 차기담론 역시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여권의 차기담론 시작은 곧 야권의 대권화두에도 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개헌’ 논란향배가 주목된다. 집권3년차 진입 후 여권의 역학구도가 ‘개헌’논란에서 비쳐질 개연이 커졌다. 개헌논란은 박 대통령의 ‘경제성적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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