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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거침없는 진보-보수 광폭행보,왜?

손학규에서 노회찬...진보 레디앙에서 TV조선까지

박진철 기자 | 기사입력 2014/10/22 [16:19]

 
 
'진보의 등대에서 보수를 밝히다.'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광폭행보에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행간의 의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문재인, 박지원 의원 등 계파 수장들로 비대위를 출범시켰음에도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그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에 따라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도 지역 언론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정 상임고문의 한 측근 인사는 22일 "최근 호남지역 신문과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지역 경청 투어와 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귀띔했다.

진보에 번쩍 보수에 번쩍, '진보 등대' 불을 밝혀라

최근 정 상임고문의 행보를 보면, 뭔가를 작심한듯 거침이 없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기도 한다.

지난 1일. 정 상임고문은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뒤 서울로 상경하는 길에 전남 강진에 은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를 전격 방문해 언론으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면서 2011년 민주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으로서 함께 지도부를 이끌었던 시절까지 화제로 떠올랐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이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12년 동안 유일하게 새누리당을 2번이나 앞선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허약함과 대비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념 노선 상으로도 '중도 손학규 vs 진보 정동영'으로 양분되며 훌륭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었다는 평가다. 그 때문에 큰 틀에서는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노동권 강화, 한반도 평화 등 대부분의 정책에서 차근차근 진일보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동영-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하게 된다면,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3일에는 노회찬·유시민·진중권 3인이 진행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정동영 상임고문을 특별 게스트로 초청해, 야권의 현주소와 혁신 방안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공교롭게도 출연진 네 사람은 과거 한때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대립했던 사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2004년 총선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에도 자주 충돌했었고, 각자의 지지자들까지 일부 앙금이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정 상임고문의 주장에 유시민 전 의원이 "빙고! 바로 그겁니다."라고 맞장구를 치는 등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  

정동영과 486, '보수언론을 대하는 자세'...달라도 너무 다르네

정 상임고문의 광폭행보는 정치권 인사와의 만남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17일. 가장 왼쪽 매체와 가장 오른쪽 매체에서 정 상임고문의 인터뷰가 나란히 올라왔다.

이날 오전. 진보좌파 매체인 <레디앙>에 정 상임고문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합리적 진보'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은 "당을 향한 정동영의 비판이 주목받는 건 전직 대선후보였다는 중량감의 문제가 아니라, 새정치연합이라는 제1야당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보수 매체인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했다. 정 상임고문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를 버린 정당"이라며 "개헌론은 세월호 탈출용, 세월호 지우기용으로 여야 모두 똑같다"고 강력 비판했다. 문희상 비대위에 대해서도 "현 비대위가 계파 극복의 사명을 띄고 출발했는데 계파 연합체가 돼버렸고, 혁신을 하라고 했는데 비대위 자체가 혁신대상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남북관계 개선에 자신감 가져야 한다. 한반도를 경영한다는 자세로 대륙으로 가는 길을 열면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미래가 열린다"며 "5.24 제재조치는 박근혜 정부가 이미 무장해제했다. 북한 나진-러시아 하산의 철도·항만 사업에 우리 대기업 투자 허용으로 5.24조치는 껍데기만 남았다"고 말해 남북 평화·경제협력의 소신을 거침없이 설파했다.

신당설에 대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신당보다 혁신이 우선이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당 창당이 된다면 정체성을 근거로 해야 하며, 세월호와 사회경제적 약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정 상임고문의 거침없는 진보적 언행은 최근 보수언론과 인터뷰에서 중도·보수 노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486 정치인들의 행보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486 대표 격인 이인영 의원은 지난 8월 9일자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당의 혁신 방향에 대해 "대체로 사회 분야는 진보, 외교·안보는 보수, 경제는 중도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한술 더 떠 "국민은 경제 성장을 우선하는데 민주당은 성장에 대한 담론이 없다"면서 "중도를 지향해야 하고, 중도·보수 성향의 인재 영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내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 자체가 작위적이고 엉터리"라고 일축했다.

이 때문에 야권의 지식인들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486 정치인들의 실패는 참담하다"며 "진정한 올드보이는 정동영·천정배가 아니라 바로 486"이라고 일갈했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486 그룹들은 계파 보스들을 뒤치다꺼리하는 아전 정치, 하청 정치에 몰두해 왔다"고 힐난했다. <한겨레신문> 김의겸 논설위원도 "386이 486을 지나 586으로 접어들었건만 무얼 남겼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찬란했던 숭고함은 어디 가고 따분한 무능으로 허벅지살만 붙었다"면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만도 못 하다. 다음 총선 때 퇴진 요구에 시달릴 사람들은 중진 의원들이 아니라 486 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도부 연속 자살골-호남 진보개혁 배제...'정동영 등판' 불렀다

정동영 상임고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호남의 한 지역신문은 "새정치연합의 특정세력이 밟으면 밟을수록 정 상임고문의 정치적 주가는 반비례해 고공행진을 하는 의외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촌평을 했다. 그러면서 "2007년 대선 패배 후 7년 동안 정치적 죄인처럼 지냈던 정 상임고문이 최근 들어 정치적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소속 모 의원은 "정 상임고문이 세월호 정국에서 보여준 정치적 선명성과 당내 특정 세력의 지나친 견제가 오히려 정치적 입지를 넓혀 주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항간에는 '정동영 신당설'과 '호남 지역구 복귀설'까지 퍼지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 상임고문을 향한 고조된 관심은 현재 새정치연합의 침체와 연동돼 파생된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지난 9일 새정치연합 서울시당에서 당원과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당원들조차 45%가 '당이 이대로 가서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무려 85%가 '새정치연합이 지금 야당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희상 비대위가 들어선 이후 당 지지율도 10%대로 추락하면서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몇몇 계파 수장들이 책임있게 당을 끌고 가겠다며 야심차게 비대위를 출범시켰지만, 혁신의 모습보다 당권 장악에만 매몰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대위 스스로 혁신대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대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정 상임고문의 배제를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제1야당의 무능과 혼란상, 호남 진보개혁 정치인에 대한 배제 기류가 호남을 중심으로 야당의 정통성과 강력한 리더십을 갈망하는 욕구를 자극했고, 정 상임고문의 지난 수년 동안 진보적 현장 행보가 재조명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진보 진영과 지식인 사이에서도 야권이 지리멸렬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 상임고문처럼 진보적 노선과 정치력를 겸비한 대중 정치인이 야당 재건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심리도 적지 않아 보인다.

과연 정 상임고문이 이런 요구에 부응하고, 백척간두에 서 있는 야권에 새로운 긍정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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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현석 2014/10/24 [01:54] 수정 | 삭제
  •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예리한 분석이네요.
  • 가을단풍 2014/10/24 [01:49] 수정 | 삭제
  • 새롭고 참신한 인재들도 많이 모아 두셔야 합니다.
  • 2014/10/23 [11:33] 수정 | 삭제
  • 이순신장군에게 아직 13척의 배가 남아 있었다면
    우리 민주세력에는 정동영이 남아있습니다
    정권교체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동영이 있어 차차기에 댜한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새민련애 세작들의 훼방할것이 뻔한 상황에서 정권교체 희망이 업습니다
  • 종남 2014/10/23 [11:31] 수정 | 삭제
  • 정동영은 지난 10여년 친노 486 그룹으로부터 대선패배 책임론을 들먹이며 그들만의 패거리 정치 죽이기정치 한자들이
    문제인후보의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론에 책자도 꺼내지 않은자들
    그들이 당을 말아먹고 정권 내주어 더러운 나라 만들고 아직도 반정하지 않고 정권교체에는 관심이 없는 자들입니다
  • 김인규 2014/10/23 [10:29] 수정 | 삭제
  • 정동영님은 그런분입니다.
    바로 이런모습이 이순신의 리더십이 아니겠읍니까!
    일부 샛노란 무리들과는 노는물 자체가 다르죠!
    진정 나라것정, 야권걱정 걱정거리도 마노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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