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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은 새로운 생명력을 고갈 시킵니다!"

“누구나 동의 하듯이 부의 편중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정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7/03 [20:25]
통합을 추구하려면, 통합을 가로막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백과사전을 찾아보았다. 사회학에서 통합은, 개인의 규범, 가치, 신념 등을 공유함으로써 사회집단이나 집합체에 대한 소속감을 경험하게 되는 정도를 가리킨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통합의 전제는 공유이고, 척도는 소속감이 된다. 함께 나누는 계 많아질수록 소속감은 늘어나고 통합은 더 강화된다는 뜻이다.

▲ 김정기     ©브레이크뉴스


그렇다면 무엇을 함께 나눌 것인가, 백과사전은 규범, 가치, 신념을 공유함으로써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사회는 자신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을 가르친다. 이때 규범을 지켜야 하는지, 그 규범을 지키지 않을 때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어떤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지, 그 가치를 존중하지 않을 때 나의 양심에 어떤 가책을 느낄지, 이게 교육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규범이나 가치, 신념, 등을 몸에 배게 하려면 당위를 강조하는 것은 부족하다. 벌칙을 들이대는 것으로도 충분치 않다, 인간은 형이상학적 존재다, 인간은 본질을 소비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

최소한의 삶을 누리기 위한 재화가 공급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먹을 것을 찾아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런데 재화란 함께 나누기란 대단히 어렵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성 가운데 하나인 소유욕 탓도 있겠지만, 인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는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이 점에 착목한 이들은 통합의 조건으로 분배를 내세우지만, 이런 시각은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우리보다 훨씬 더 철두철미하게 자본주의 사회인 선진국들이 우리처럼 극심한 국론 분열에 빠져 있다는 소식을 나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부의 편중, 그 자체는 통합을 가로 막는 주범은 아니다. 오히려 분배에 집착할수록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분배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노동시장에 개입, 특정계층에 대한 징벌에 가까운 증세, 심지어는 몰수까지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이 과정이 관연 순탄할까 우리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이 목표에 과연 찬성표를 던질까,

지금 우리사회 중산층 위기가 심각하다. 이건희 회장은 젊은이들이 존경하는 인물 최상위에 올라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뒤흔들 뻔 했던 안철수 의원역시 중산층은 상상도 못할 부자다. 정주영 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의원도 한 때는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누구나 동의 하듯이 부의 편중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은 아래로 흘러야하고, 위에 고여 있으면 썩는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대화와 타협에 기초해야 한다. 강제는 또 다른 강제를 낳게 되어있다. 혁명을 하자는 게 아닌 이상, 통합의 조건으로 분배를 내세워 흔드는 깃발의 바람은 순풍이 되어야지, 열풍을 만들려고 하면 안 된다. 열풍은 사회적부작용이 많고 빨리 식기 때문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공정한 룰의 마련이다.  
 
독식은 재앙을 부른다, 그래서 분배는 아름답다, 그러나 제 아무리 아름다운 말이라도 정치선동의 도구로 쓰이면 광채를 잃는다. 선동의 당사자들은 거기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곳간의 양식이 어떻게 수확됐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시샘과 미움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정의의 갑옷을 두르고 있는 격이다. 부의 독식도 나쁘지만 자기 혼자만 옳다는 가치의 독식은 더 나쁘다. 왜냐, 일이 터지고 나서도 당사자들은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은 성공의 필요조건 이라고 한다면,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충분조건이다. 가치의 독식을 하기 위해서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은 거대한 자본과 조직의 힘을 로비에 활용하여, 입법과 규제를 만들어 공익적 가치까지도 독식하려 하고, 국가 권력에 맞설 수 있는 거대한 권력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 정부는 이것을 혁파해야 한다. 상생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독식은 새로운 생명력을 고갈시킨다. 그래서 독식은 재앙을 부른다.

국가 정치권력에,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은 로비할 조직과 힘을 가졌다 해서 우리의 정치사회를 오염 시킬 허가 까지 받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posone01@naver.com


*필자/김정기. 김대중 전 대통령시 청와대 수행부장. 한국정치사회숲 이사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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