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 위해 연간 300만 명이 헌혈해야

현혈 그 아름답고도 따뜻한 쓸모

박정례 기자 | 기사입력 2014/05/25 [20:23]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군중 속을 헤치며 거리를 지난다. 그 순간마다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은 어제 누군가 원하는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다채로운 거리 풍경이며 백인백색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오늘도 분주하다.

▲ 명동, 헌혈 캠페인 '나눔이'     © 박정례 기자

아름다운 캠페인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명동으로 진입했다. 곧장 걸어가면 예술극장에 맞닿는 큰길이다. 하지만 조금 걷다가 우회전을 해서 좁은 길로 들어섰다. 여기서 헌혈 캠페인을 하고 있는 ‘나눔이 탈을 쓴 홍보맨’을 만났다. 헌혈, 아 그래. 헌혈을 아주 많이 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그들을 위해서 격려문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은 <1등 넌 죽었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자라고 있는 중이므로 장래의 꿈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며 “공부는 왜 하니?” 묻고, 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덧붙여서 공부가 너무 힘들고 싫어서 억지로 했다가는 그것은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해줬다. 

"그러니까 얘들아 우린 어른이 되기 전에 등산도 가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연극도 가고 시도 써보고 헌혈도 해봐야해. 어떤 형은 헌혈을 하고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책도 사보고 영화도 간단다. 헌혈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데 벌벌 떠느라 헌혈 한 번 못 해본 친구도 많지?" 하고 말했다. 헌혈에 열심이던 그때의 고교생이 오늘은 왠지 기억의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

  
명동 한복판에 헌혈센터가? 

내친김에 4층 헌혈센터로 올라갔다. 거리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사람하고는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명동센터는 대한적십자사 ‘서부혈액원’에서 운영하는 분점 격이었다. 그런데 센터에서 뭘 물어보기란 쉽지 않았다. 동사무소나 시청 같이 개방된 공간이라면 모를까 헌혈센터라는 곳이 대중을 상대로 하되 그리 대중적인 기관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불친절과 무지와 편협성이 느껴지는, 그래서 자칫 헌혈을 하기 위해 센터를 방문하는 사람이건 헌혈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질문을 하려고 방문하는 사람이건 간에 조금은 껄끄러운 느낌을 받을 것만 같다. 이런 인상은 노란조끼를 입은 봉사자와 무관하지 않다. 우선 기자 신분을 밝히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해도 괜찮겠느냐고 했다.

▲ 명동, 헌혈 캠페인을 하는 나눔이     © 박정례 기자

“곰살맞게 대답해줬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입에 붙은 말이 그저 자기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말 뿐이었다. 그럼 안내문이라도 한 장 달라니까 그런 것도 없단다. 아무렴 그럴라고? 정말 그랬다. “그럼 헌혈에 관련해서 물어볼 만한 곳은 어디입니까?”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제야 칸막이 너머에서 혈액원 운영 팀에게 알아봐야 한다면서 전화 번호 하나를 적어준다. 02-6711-0152번, 염창동 에 있는 서부혈액원 번호라 했다.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바로 그 현장에서조차도 단 한마디의 질문도 못하고 뺑뺑이 돌림을 당하는 기분이란 썩 좋지는 않았다. 별별스런 비밀을 캐는 것도 아니고, 질문해봤자 하루에 몇 사람 정도가 이 명동센터에서 헌혈을 하고 있으며, 연령층은 누군가, 정도일 텐데 모른다는 답뿐이니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나눔이 탈’을 쓰고 거리에서 헌혈을 독려하느라 애쓰고 있는 봉사자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에 겨워 호감을 가지고 방문한 사람의 선의가 이런 것이라니, 비 호감으로 변하기 일보 직전이다. 

헌혈에 관한 흥미 있는 사실 그리고 인터뷰 

하지만 뭐, 목숨이 경각에 달려서 ‘타는 목마름’으로 수혈을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또 선의의 헌혈자와 그리고 원만한 채혈을 위해 불철주야 열심히 근무하는 관계자들의 수고를 위해 “난 기어코 취재를 하고 말거야!” 다짐하면서 전화를 돌렸다. 

명동센터에서의 헌혈자는 지난 달 4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43명이었다. 제일 많이 헌혈 횟수를 기록한 때는 52회가 최고기록인데 모두 합해서 월평균을 내보니 43회가 됐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시 전역에서 헌혈이 제일 많이 이루어지는 곳은 2호선의 구로디지털단지 역으로서 하루 평균 80명 정도다. 명동이나 구로동 쪽이나 사람이 구름처럼 많이 모여드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각기 특징이 있다. 명동은 외국인들이 많아서 헌혈이 원활치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1년 이상을 머물러야 자격이 주어지거든요.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하고요.” 혈액원에서만 19년째를 근무하고 있다는 홍윤정 과장(43)의 말이다.

▲ 명동, 헌혈 캠페인을 하는 나눔이     © 박정례 기자
 
명동센터에서는 올 2월부터 매달 13일을 ‘헌혈자의 날’로 정하고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나눔이 탈을 쓴 봉사자가 행인들을 상대로 ‘따뜻한 포옹’이라는 콘셉트로 프리허그를 벌이는 것이다. 시간은 오후 4시에서 6시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한다고 한다. 

헌혈도 계절을 탄다. 학생들이 방학을 할 때나 시험기간 중에는 방문횟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혈액을 자급자족하는 편에 속한다. 그렇지만 알부민이나 혈장은 일부 수입을 하기도 한다. 그 시기가 학생들의 방학과 겹치는 때다. 재밌는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헌혈을 제일 많이 하는 층은 알려진 대로 젊은 층이라는 얘기다. 헌데 명동센터에서만은 30~40대가 헌혈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젊은 층들은 자신의 학교나 대학가에서 많이 머물지만 명동을 찾는 사람들은 에제 막 사회로 나온 사회초년생이거나 학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람들임을 추측할 수 있다. 

-혈액센터가 활동하는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다. 그래서 종사자들의 출근 패턴이 둘로 나뉘어 오전 10시에 출근하는 팀과 12시 출근으로 나뉘어 평균적으로 하루 평균 3.5명이 상주하면서 근무를 한다. 어떤 팀에 속하든 하루 8시간 근무는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전문적인 업무 수행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병원에 비해서 이직률이 어떤가? 홍윤정 과장이 답변을 계속했다. “일반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저희는 이직률이 적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병이 들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대면하는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일 거예요. 센터를 찾는 사람들은 자기 피를 나누면서까지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희 근무자들은 그분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는 것이지요.”하고 대답했다.

-헌혈센터이기에 특별히 어려운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은? “캠페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헌혈자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혹시나 헌혈증을 기증받을까 싶어서죠. 가족이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했거나 장기적으로 피를 투여 받아야만 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딱한 분들입니다. 어려운 일은 흔치 않는 경우긴 하지만 욕을 하고 가는 불랙고객도 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웃을 위해 배려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점이 저희 직업의 특징이라면 특징이지요. ”

맺으며

피는 우리 몸에 각종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혈액을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려면 연간 300만 명 이상의 헌혈자가 헌혈에 참여해야 한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뜻하지 않게 수혈을 받아야 할 처지에 빠질 때가 있다, 건강할 때 헌혈을 해서 수혈이 필요할 때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무료로 되받을 수 있는 제도가 헌혈이다. 우리 몸에서 피가 차지하는 비율은 남자의 경우 체중의 약 8%, 여자는 7% 가량 된다. 출혈이 심하면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헌혈이 필요한 이유다.

피가 빨강색인 이유는 뭘까? 신이 우리에게 뜨거운 인류에를 발휘하며 살도록 창조해서일 거다. 사랑을 실천하는 진정한 행위는 무엇일까. 바로 헌혈이 아닌가 싶다. 피를 나눈 형제란 누구인가. 헌혈하는 사람이 바로 그다. 

*박정례 /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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