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성추행 피해자들의 모임(SNAP)도 결성돼 있다. 이 단체는 교황청이 성직자들의 성추행-폭행 건수를 공개한 것에 대해 일단은 환영했다. 성직자 성범죄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는 조치라는 것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도 독신을 종교 스스로 종-교단법으로 규정한 종-교단들이 여럿 있다. 불교의 경우, 일제하에선 한 절에 독신승과 대처승이 함께 기거했었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 하에서 불교 정화운동이 일어나 대한불교 조계종은 비구-비구니로 구분하는 독신고수 종단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혼을 합법화한 대처승단을 추구했던 태고종은 도심승단으로 자리 잡았다. 독신-대처승단 간의 대립은 한국 불교의 최대문제 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독신주의를 고집하는 조계종이 전통사찰의 대다수를 점유했다. 대처승단이었던 태고종은 사회 속으로 들어가 대중사찰을 늘렸다. 조계-태고 종단의 분규는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매듭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계종이 독신주의 불교종단으로 한국불교의 주류로 성장해왔다. 한국의 새 불교인 원불교는 독신 교직자가 주류이다.
가톨릭은 지금까지 신부-수녀 성직제도를 고수해왔다. 독신 성직자들이 교회 전반을 치리하고 이끌어 왔다. 반면에 개신교는 결혼제도를 인정함으로써 대다수 성직자들이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
사회가 개방-발전되면서 독신주의 종교가 도전을 받는 양상이다. 자유로운 성생활이 사회적인 큰 흐름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조계종단의 독신 승려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종-교단 법으로 독신주의를 지향하는 종-교단들의 경우, 성적 문제가 내부 신앙의 큰 장애요인이 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해왔다. 이 때문에 정풍운동이 필요하다. 성적으로 문제를 가진 이들을 사회로 방출하거나 큰 책임을 져야할 교직에 봉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부제재가 필연적이다.
한국 가톨릭도 교황청을 본받아 스스로 정화운동에 참여하리라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 종교계에도 교황청이 행한 것과 같은 수준의 정풍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독신주의를 지향하는 종-교단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것은 결혼생활을 하는 종-교단과 비교해서 더 신뢰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질주의 시대에 독신 성직자들은 결혼하는 성직자들에 비해 대체로 청렴할 수 있지 않을까?
교황청이 벌이는 성폭행-성추행 성직자들을 축출하는 정풍운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불교의 큰 기둥인 조계종 단 내에도 다수의 은닉승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계종은 독신주의 종단이다. 그런데 독신 종단 내에서 은닉승이 활개한다면, 독신종단의 종지가 위해를 받을 것이다. 조계종단에도 정풍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황청의 정풍운동을 계기로, 한국 종교 내에도 정풍운동을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은 덕화력의 경쟁에 있다. 독신주의 종-교단이든, 성직자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종-교단이든 이 사회를 위해 덕을 베푸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에서의 정풍운동이 쉼 없이 지속돼야 한다. moonilsuk@korea.com
*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