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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위기에서 비롯되는 한국정치 위기

정당의 생명은 정책, 선거는 정책을 유권자인 국민에게 파는 것

김정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4/09 [09:51]
우리정치 위기는 정당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정당의 생명은 정책이고 정당의 양식은 정책이며, 선거는 정책을 유권자인 국민에게 파는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은 정책을 평가하고 선택하여 소비하고, 선택한 정책의 품질은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이다.

▲ 김정기     ©브레이크뉴스
대의 민주주의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권리위임의 안전장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선거 때만 되면 정책 대결이 아닌 인물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고, 당 운영이 되기 때문에 당의 간판도 정책도 인물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이 가려지고 묻히게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에 있어 인물과 인재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사전적 의미의 인물과 인재가 정치를 하면 정치가 잘된다는 공식은 세계정치사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당 운영이 되니까, 선거 때만 되면 신데렐라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해 존경받지 못하니, 인기라도 얻으려고 이름 석 자가 더 알려진 유명 인사나 젊은이들이 말하는 “스펙”이 좋고 명성이 있는 사람을 입당, 공천, 고로 당선이라는 공식으로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그런데 이게 정당의 수명을 단축하고, 정치적 질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정당에는 오랜 기간 사회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측적된 이념과 철학이 있다. 정당의 당은 무리 당(黨) 자(字)로서 이 이념과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은 게 바로 정당이다. 그런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영입 대상이 되는 이들 가운데는 당의 정강정책(政綱政策)조차 한번 읽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다. 수혈(輸血)은 혈액형이 맞아야 하는데, 똑똑하고 참신하다는 이유로 공천장을 주면 어떻게 될까?

정당은 구심력은 잃고 당선된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각개전투에 여념이 없게 될 것이다. 국회로서도 낭비고 정당으로서도 손실이다,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없는 이상, 정당은 국민의 이해관계를 정책과 제도로서 보호하고 조정해 가는 기 본 적인 단위이자 국민통합의 정치인을 배출하는 최고의 정치학교다. 이러한 정당의 기능이 위축되거나 흔들리면, 정책정당으로 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정책정당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싹수가 있는 당원을 젊었을 때부터 발탁하고 입당시켜 지역위원회에서 민생 현장과 직접 부딪치게 하고, 직능, 연령, 정책 등의 분야별 위원회나 당의 실과 국에서 당직자로 경륜을 쌓는 과정에서 갈등을 푸는 정치 학습과 노하우를 배우고, 세상을 알게 한 다음,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시키고, 또는 의원 보좌관이나 국회 입법전문위원 등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서 국회로 보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과 지도자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우리의 정치 현실은 공천과정을 보면 고생하는 사람 따로 있고, 빛을 보는 사람 따로 있다.  정치를 하고 싶다면 정치를 배워야 한다. “금 뺏지”를 달겠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희생과 봉사가 사명이라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세상 이치를 두루 알고 정치를 아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참신하고 준비된 정치인은 당료 출신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금전이나 시간의 손실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준비와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정치인으로 수향이 됐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정치는 권력을 다루는 것이다. 함부로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정당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것이 검증이다, 후보자의 자질을 살펴 재교육하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검증이 끝나야 하는 것이다. 정당이 책임을 지고 인재를 만들어서 자신 있게 국민 앞에 내놓으면, 언론이나 국민은 자질구레하고 “신상 털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국민은 유권자로서 정책을 보고 평가하고, 선택하고, 심판하면 되는 것이다. 정당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방기하고 있으니, 국민은 국민대로 공천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정당은 정당대로 공천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선거철마다 외부에서 수혈을 받아 유권자의 분노를 피하려고만 한다. 정당의 답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다. 어제도 오늘도 참신한 전문가다.

원래 참된 인재란 숨어 있다, 그래서 인재 찾기가 힘들어 발굴이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전직 장 차관이나 교수나 부장 판검사니 하는 휘황찬란한 이력과 명함을 갖고 있지도 않다. 수혈을 받더라도 이들에게서 받아야 할 터인데, 정당의 고민과 성찰이 얕으니 관심이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고 유명인사들 즉 “스펙” 위주의 영입에 멈춘다. 국민이 정당에게 맡긴 공천권은 그들만의 리그제로 머물고, 정치발전은 제자리에서 맴돈다. 이 악순환이 이십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정치와 정책은 답이 없는 것이고, 답을 찾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정치고 정책이며, 답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posone01@naver.com
 
*필자/김정기. 김대중 전 대통령시 청와대 수행부장. 한국정치사회숲 이사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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