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중은 꽃보다 아름다웠던 과거 꽃미남이 아닌 까무잡잡한 피부,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진짜 남자가 돼 있었다. 전작의 귀공자 때깔이 묻어있던 김현중이 싸움꾼 신정태로 옷을 바꿔입으며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오죽하면 ‘남는 건 김현중의 재발견이었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 그도 그럴 것이 과거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KISS’ 등 꽃미남, 엄친아라는 한정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며 새로운 연기자 김현중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현중에게 이런 매력이 있었다니’를 넘어 연기를 하는 배우 김현중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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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촬영 시작 전부터 역할을 위해 준비했다던 김현중은 종영이 이틀 지난 인터뷰 당일에도 “실감이 안 나요. 아직 마음속에 정태를 떠나보내지 못했어요”라며 종영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많은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수목극 시청률 1위로 종영하게 돼 기분이 좋아요. ‘장난스런 KISS’ 이후 4년 만에 찍은 드라마라 그런지 4년 동안 준비했다는 느낌이 든 작품이었어요. 그동안 준비하고 느낀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드라마여서 그런지 후회도 없고 참 만족스러워요.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당초 150억 원이 넘는 제작비와 엄청난 스케일이라는 ‘대작’의 중심에 아이돌 출신 연기자 김현중이 선다는 것은 시청자들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김현중이 연기 변신 시점에 선 만큼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현중은 오히려 덤덤했다.
“사실 부담은 되지 않았어요. 돈을 많이 들인다고 대작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10억이면 어떻고 50억이면 어때요. 배우들은 재밌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만족한다고 생각해요. 감정 없이 스케일만을 보여줘도 대작이 아닐 테고.. 궁극적인 목표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잖아요. ‘감격시대’가 주려던 메시지는 1930년대 조선 사람들과 일본·중국 사람들이 어떤 대립을 했고, 또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을 제대로 전달한 것 같고요. 현실적으로 보자면 싸워도 남는 건 없구나? (웃음)”
이런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보란 듯이, 꿋꿋이 연기한 김현중의 ‘뚝심’ 덕분이었을까? 드라마 종영 후 우려했던 혹평보단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다들 입을 모아 김현중의 발전을 칭찬할 정도. 완벽한 연기파 배우라고 칭하긴 이르지만, 김현중의 성공적인 변신과 ‘감격시대’ 24부작이 방영되며 점점 좋아지는 그의 연기력도 쏠쏠한 재미를 더했다는 평이다.
“어떤 호평이든 크게 생각하고 있진 않아요. 모든 칭찬들을 ‘감격시대’를 함께 한 분들과 누리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고, 무조건 이런 칭찬은 혼자의 것이 아닌 모든 분들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다시 연기해보라고 하면 못 할 거예요. 완전히 ‘신정태’라는 옷을 입고,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가 만들어준 분위기 속에서 좋은 연기가 완성되는 것 같아요. 아직도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긴장되고 떨리는데 촬영만 시작되면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야 된다고 해야 하나? 순간에 다른 사람이 되는 그 짜릿함에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일단 김현중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어요. 전에 ‘아이돌 가수’와 ‘한류스타’라는 이미지로 오래 살았기 때문에 과하게 보호받았어요. 스스로는 그런 살던 사람이 아니지만, 오랫 동안 그렇게 보호를 받다 보니 그 생활에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전의 ‘김현중’을 떨궈내고 ‘신정태’라는 옷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감격시대’의 한 장면 한 장면을 100% 몰입했다고 해도 아쉬울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어요. 그런데 다음 작품에서는 출발점을 미리 두고 시작하고 싶어요. 3개월 정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빠지다 못해 쩔어 있는 수준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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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시대’는 방영 도중 각종 논란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었다. 작가 교체에 이어 김수옥 역의 김재욱 하차, 여주인공 진세연의 겹치기 출연 논란까지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극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긴 것이다. 시청자도 느꼈을 이 분위기를 ‘감격시대’를 이끌던 김현중은 당시 어떤 심경이었을까?
“김재욱 씨는 응원해주고 싶어요. 독립운동가로 출연하는데 일본 수출 문제로 민감한 부분을 빼다 보니 갑자기 하차하게 된 거예요. 이건 김재욱 씨가 욕먹을 게 아닌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온 사람이 자신의 배역이 없어진 건데 함께 연기하는 배우로서 참 안타깝고 슬프죠. (진)세연이도 참 불쌍했어요. 논란 이후 촬영장에서도 굉장히 눈치를 보는 것 같았고, 말도 잘 안 했어요. ‘아니다. 아직 22살인데 지금 더 할 때다. 신경 쓰지 말고 연기해라’라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겹쳐서 출연한 게 아니고 다음 드라마인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또 세연이가 이 작품에서 할 역할 다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누구 하나 튕겨 나가지 않고 드라마를 지키겠다는 같은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좋은 마무리를 한 것 같아요.”
그래도 ‘감격시대’는 논란이라는 폭풍 속 10%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달려왔다. SBS ‘별에서 온 그대’라는 큰 장애물만 빼면. 작품을 하는 배우로서 시청률과 관객 수라는 수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터. ‘별그대’가 당시 일으킨 크나큰 이슈와 신드롬에 가려져 2인자에 그친 아쉬움은 없었을까.
“시청률을 확인 안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크게 신경 쓰진 않았어요. 전에 최고 시청률이 나온 드라마와 낮은 시청률이 나온 드라마를 모두 찍어봤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에 시청률이 절대적으로 도움 된다고 생각 안 하거든요. 오히려 시청률이 낮으면 어떻게든 올려보려고 노력하게 돼서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청률을 올리려고 자극적인 장면을 넣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원작의 중심을 잃고, 가려던 방향을 잃게 돼요. 그래서 이번엔 ‘가려던 길을 가고, 호평이든 혹평이든 드라마 끝나고 다 얘기하자’는 생각에 신경 안 썼어요”
‘별그대’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남자 주인공 김수현이 ‘별그대’를 통해 어마무시한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류 스타덤에 올랐다. 김현중과 김수현은 같은 시기에 다른 드라마로 경쟁을 펼친 배우기도 하지만,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 배우기도 하다. 앞서 ‘꽃보다 남자’로 한류를 경험한 선배로서 그를 보는 시선이 남다를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제가 (김)수현이의 인기를 씁쓸해한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수현이는 많은 끼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배우잖아요. 오히려 수현이를 응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현이와 같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저 역시 ‘꽃보다 남자’로 한류를 경험한 배우지만, 이보다 앞서 배용준 선배님께서 한류의 길을 열어주셨고, 그 뒤를 제가 걸으며 한류를 더 넓혔다고 생각해요. 또 수현이는 지금 그 길을 걸으며 다음 한류 세대를 위한 길을 넓히고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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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시대’는 전작 이후 4년 만의 작품이었다.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얼굴을 내비친 것이다 보니 차기작 계획에 대한 팬들의 기대 또한 높다. ‘차기작도 이렇게 오래 걸릴까요?’를 시작으로 ‘음반 활동은요?’, ‘그룹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등 쏟아지는 질문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인 김현중은 이내 “아직은..”이라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이런 조심스러운 반응도 당연하다. 김현중은 아직 정태에게 빠져있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은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 뭐 오래 걸릴 수도 있고요. 마음 같아선 바로 하고 싶은데..(웃음) 아직은 (신)정태한테 빠져있기 때문에 얘를 보내고 정리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대본이 들어와도 다 별로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SS501 그룹 활동 계획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멤버들이 다 군 복무 중이기 때문에..아마 멤버들이 전역할 때쯤엔 제가 입대할 것 같아서 확실한 계획은 모든 멤버가 군 복무를 마친 뒤에야 나오겠죠?”
“이번엔 다 끝내놓고 쉬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도 일찍 잡았어요. 인터뷰 끝나고 일본 앨범 녹음이랑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는데 할 일을 다 끝내놓고 쉬는 스타일이라 일을 다 정리한 뒤에 여행도 다니고 그동안 일하느라 못 했던 걸 하면서 쉬고 싶어요.”
<사진 =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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