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 민주당과 연대할 수 없는 이유?

후보 내지 말라는 말은 창당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

이재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1/17 [11:32]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 때문에 민주당이 불난 호떡집처럼 시끄럽다. 아직 창당도 하기 전인 안철수 신당에 비해 지지율이 많게는 3배, 작게는 2배 차이로 밀리고 있어서이다. 패거리 정치하다가 총선, 대선 패배하자 멘붕에 빠진 야권 지지자들이 새 정치를 원하면서 안철수를 불러냈고, 그 안철수가 새 정치란 깃발을 휘날리면서 <국민과 함께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며 신당 창당에 나섰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     ©김상문 기자
안철수 신당 이전까지 민주당은 느긋했다. 아무리 지지율이 낮아도, 갈 곳 없는 야권표는 선거 때만 되면 울며겨자먹기로 민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진보계열 정당들이 있지만, 남북 분단 상황에서 진보계열 정당을 찍을 만큼 먼저 깬 국민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스스로 개혁, 혁신하지 않고서도 야권 지지자들을 담보로 제1야당으로 독야청청할 수 있었다.

그렇던 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집권여당을 바라는 것은 고사하고, 제1야당 자리마저 내 주어야할 형편에 몰린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전국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낼 경우, 광역 단체장 중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지역은 전무해 보인다. 이미 주도권이 넘어간 광주, 전남, 전북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경기, 인천, 충청, 강원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이길 가망성은 전무하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이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체면이고 뭐고 따질 것 없이, 안철수 신당에게 연대를 하소연하면서 안철수 신당에게 후보 공천을 하지 말아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것이다. “연대는 없다.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 지는 쪽이 공중분해 되는 길밖에 없다”던 박지원계 박기춘의 목을 댕강 자르고, 친위부대로 대체한 김한길 대표의 사정이 딱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상황이 김한길 대표 편은 아닌 것 같다. 창당을 앞두고 있는 당에게 후보를 내지 말라는 말은 창당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런 이야기라면 창당선언 이전에 조율했어야지 이제 와서 때 늦은 감이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과 정쟁에 몰입하다가 정작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망각한 탓인데, 이는 민생에 몰입하자는 김한길 대표의 노선에 반대하면서 강경 일변도로 몰고 간 당내 강경파 탓이 크다.

어찌됐든 안철수 신당이 창당을 하기로 작정한 이상 가능한 한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내는 것이 옳다. 광역 단체장 후보가 각 지역의 선거 대책 위원장이 되어서 지역 세포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들어 질 기본 조직이 장차, 재보궐 선거, 총선, 대선의 전초 조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신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단 후보를 낸 이후에 죽기 살기로 조직을 확대하고, 안철수 신당 알리기에 올인하여 김한길 대표 말대로 2등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니, 1등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되 안 되면 2등이라도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당에서 벌써부터 연대를 부르짖고 나오는 것은 때 이른 감이 있다. 이제 까지의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그만큼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거센 탓이고, 그만큼 민주당에 대한 야권 지지자들의 기대가 사그라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민주당 혼자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지역이 한 군데도 없다는 반증인 것이다.

지금은 야권연대를 운운할 때가 아니다. 만약에 선거 막판에 새누리당이 전국의 광역 단체장을 휩쓰는 상황이 오면, 민주당이 나서지 않더라도 야권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단일화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단일화해야 할 상황이 반드시 온다. 단일화한다는 이유로 지지를 철회하는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그 수는 극소수이다. 각자 최선을 다해 지지율을 높인 후에 지지율 높은 후보로 단일화를 거론해야 마땅할 것이다.

민주당에서도 그런 상황을 예측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에 목을 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어차피 연대할 것이라면, 신당 창당을 왜 하느냐는 여론을 불러 일으켜, 신당창당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신당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정치 지망생들의 발길을 묶어두기 위해 이구동성으로 연대, 연대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창당을 하기 위해서 후보를 낼 수밖에 없는 안철수 신당에게 야권연대하자고 나팔을 불게 아니라, 민주당은 자당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제한된 야권 지지자들을 놓고서 벌이는 죽고 죽이기의 경쟁은 시작되었는데, 연대나 읊조리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참으로 한가한 행위다. 1등 못하면 2등이라도 해서 단일화 국면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할 것이다.

단일화의 경우도, 안철수 신당에서 그에 응할지는 그때 가봐야 한다. 안철수 신당 입장에서는 단일화가 과연 재보선, 총선, 대선에 이익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은 안철수 지지자들이 단일화에 대해서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자들 중에 안철수 지지로 방향을 튼 경우에 그러하다. 패거리 정치 때문에 피해본 지지자들도 그러하다. 연대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마저도 선거 막판까지 가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으로서 다행스러운 것은 신당의 인재영입이 부진하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제까지 안철수가 살아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평생 동안 그는 약속을 반드시 지켰다. 그가 약속을 철석같이 지키는 정치인이란 결정적인 증거를 들자면, <대통령 후보 단일화 결정시한을 국민에게 약속한 후, 문재인측과 협상하던 도중에, 문재인측에서 단일화 안 되면 3자 대결구도로 가겠다고 하자,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보직을 과감하게 사퇴한 것>이 있다. 그는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반드시 훌륭한 후보들을 발굴하여 안철수 신당의 대표 주자로 내세울 것이다. 어떤 후보들일지 기대가 크다.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소리 높여 외칠수록 민주당의 위상은 깎여지기만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스스로 힘을 키우고, 뼈 깎는 혁신을 통해 다시 탄생하여, 도망간 집토끼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방법 밖에 없다. 민주당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면서, 창당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자꾸 기대는 모습은 영원한 패배로 가는 길일 따름이다. 이 모든 상황이 자업자득임을 직시하고 살 길을 스스로 찾으라!

*필자/이재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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