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존스대 한국어열기,학생들한국오다

<집중 인터뷰>미국 세인트존스대 정녀 교수와 학생들

김성애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12/06/07 [15:12]
지난 5월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외국 대학생 6명을 인솔하는 정녀 교수(미국 뉴욕 세인트존스대 한국어과)를 태운 벤 택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코보스 호텔로 향했다. 5년 만에 방문하는 고국의 새벽 공기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전도사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1992년부터 세인트존스대에서 한국어 강좌를 제안하여 한국어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정녀 교수는 뉴욕에서는 ‘한국어 전도사’로서 이미 정평이 나있는 인물이었다. 뉴욕 맨해튼 거리까지 깊숙이 침투한 K-Pop의 인기몰이로 이루어진 한국답사 여행은 맨해튼의 한인거리를 일군 재미교포들의 후원도 크게 한몫 거들었다.
▲ 정녀  교수    ©브레이크뉴스

한국의 위상은 어디까지 높아질 지 궁금하던 판에 미국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 가수들의 이름들을 외우기 시작했다. 골수팬들은 아예 원더걸스 노래와 춤까지 완벽하게 따라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 학생들에게는 한국어과는 인기과목으로 자리 잡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을 정도로 한국드라마들은 한국인의 정서를 맛보게 해주었다. ‘꽃보다 남자’, ‘대장금’ ‘아이리스’, ‘태극기 휘날리며’, ‘공주의 남자’에 이어서 최근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해를 품은 달(해픈달)’까지 여러 장르는 다양하기만 했다. 언어와 문화가 한 덩어리로 뭉친 한국의 문화 체험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못해 용광로처럼 끓어올랐다.
 
K-Pop 동승하는 ‘코리아로드’
 
“20년 동안이나 한국어 교수로 지내면서 드디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이번 답사 여행은 정말로 가슴 설레는 관문인 셈입니다. 제1회 한국현지 답사 인원은 단지 6명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정착시키면서 중국의 실크로드처럼 미국 전 대학에 ‘코리아로드’ 프로그램을 전파하려고 합니다. 해마다 ‘코리아로드’를 꾸준히 펼치면서 남아 있는 제 인생을 바칠 각오로 시작했으니 뜻있는 지인들도 많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정녀 한국어 교수(59)는 여의도 코보스 호텔에서 짐을 풀면서 자신의 마지막까지 일구어 낼  거대한 포부를 밝혔다. 약학대학으로 유명한 뉴욕 세인트존스대학에는 아시안 학과 내에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었다. 아시안 학과 내 한국어 강좌는 봄 학기에는 3과목, 가을 학기에는 2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강좌마다 25명을 정원으로 매년 125명이 넘는 수강생들을 배출해 냈다. 수강생들 중 3분의 1 정도는 한국계 학생들이지만 나머지 외국계 학생들이 펼치는 이상 기온에는 점차 신비한 열기가 가득찼다.

드디어 4년 전부터는 한국어 강좌가 초만원으로 정원까지 넘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국계가 아닌 미국인들 사이를 뜨거운 광풍을 불고 있는 K-Pop과 한국 드라마가 밑바닥에 깔려있었다. 반면에 왕년에 번성하였던 일본어과와 중국어과의 인기도는 시들해져 갔다. 한국어과에 대한 인기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현상은 미전역에 있는 대학생들 사이에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급변환 시키고 있었다. 특히나 미래를 짊어지는 젊은 일꾼들은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한 우수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점이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되었다. 이런 현상은 동남아를 기점으로 유럽, 미국, 심지어 아프리카 지역까지 뻗어나가는 열기는 마치 광풍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했다. 그러나 정작 이런 광풍의 중심지인 한국 땅에서만 아이돌의 뜨거운 열기를 물 건너 구경거리로만 멀뚱거리는 시선에 정녀 교수의 안타가운 하소연은 수위를 높였다.
▲ 세인트존스대학생들 광화문 탐방.     ©브레이크뉴스
▲ 세인트존스대 학생들 사찰체험    ©브레이크뉴스

“애국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외국에서 살다보면 애국자로 변하는 바탕에서 제가 한 마디 건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K-Pop 열풍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한마디로 축약해 본다면, 미국에서 살아가지만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로 K-Pop 열풍은 전 세계 대학생들 사이에 깊숙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이런 실정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K-Pop 순회공연을 전 세계 대도시마다 체계적이며 조직적으로 도모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더불어서 한국 전통 음식, 대표적인 한국 제품인 자동차, 아이폰, 전자제품 등 기타 제품들에 대한 무수한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그 시너지의 효과는 막대한 외화수입으로 연결될 게 분명합니다. 지난 해 추석 때 뉴욕 뉴저지대학에서 열린 2PM 공연 소식에 LA에 있는 미국 대학생들이 건너 올 정도로 인기가 대단해서 재미교포들조차도 깜짝 놀랐습니다. 앞으로 10년간은 이런 분위기로 몰아친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선진국으로써 자리 잡을 게 분명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가 이끈 제1회 한국현지 답사는 미국에 있는 전 대학으로 펼쳐졌으면 하는 소망은 꼭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제 1회 한국현지 답사팀은 한국에 도착하는 동시에 K-Pop 공연 정보에 열을 올렸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빅뱅, 2PM,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아이돌 공연에 목을 뺐다. 그러나 그리도 소망하는 K-Pop 공연은 10박 12일 일정에서는 잡혀 있지 않아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다시금 아이돌이 출현하는 방송국 공연 녹화 장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물색했지만 역시나 쉽지가 않았다. 제1회 답사팀에게 한국에서조차 아이돌 공연을 보여주지 못하자 다음 답사팀부터는 사전에 공연과 방송국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여행일정을 잡아야겠다는 경험담을 정녀 교수는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그리도 보고파 하는 아이돌 공연은 애석하게도 이번 일정에는 찾아 볼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6명을 이끈 소규모 답사팀일지라도 그들에게서 파급되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학생들은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한국현지에서 보고 느낀 감흥을 고스란히 전달할 미래의 한국인 전도사들입니다. 차후 2년 뒤부터는 대학생들과 그들 학부모들까지도 함께 답사팀으로 합세시킬 계획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볼거리를 학생들의 머리에 심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광화문 사거리의 세종대왕 앞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시작으로 청계천을 거닐었습니다. 거리를 지나가면서 아이들이 내지르는 탄성소리를 한 번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깨끗한 도로와 아름다운 고궁으로부터 학생들은 반했습니다. 판문점에서는 2,000원짜리 리본에다가 자신들의 소망을 적어서 철조망에 걸어두었습니다. 첫 날 저녁에 지나친 서울역사 건너편에 있는 건물(전 대우빌딩)에서 펼쳐지는 모자이크 네온사인을 오래 지켜보면서 넋이 나가더군요.”
▲ 세인트존스대 학생들 홍어시식.    ©브레이크뉴스

빌딩 네온사인에서는 맨 뒤에 걸어오던 빨간 치마를 입은 여자가 선두로서 자신 있게 앞질러 나가는 모자이크는 한국인들의 예술적인 기질을 가장 근접하게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치켜세웠다.
 
구릿한 ‘홍어삼합’ 미각탐험
 
서울투어를 시발점으로 정 교수는 학생들을 찜질방으로 데리고 갔다. 삶은 달걀과 식혜를 먹으면서 따뜻한 구들장에서 누워서는 학생들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억지로 잡아끌려 들어간 불한증막에서는 손으로 코를 움켜잡으면서 견디는 자신들의 모습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5월 28일 판문점 탐방에 이어, 5월 29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기리는 박물관 투어가 이어졌다. 그리고 대다수 여행사들이 권장하는 덕수궁 답사를 끝마친 정녀 교수는 학생들을 덕수궁 돌담길로 안내했다. 서울에서 살면서도 그리 자주 접하지 못하는 서울시립미술관으로부터 정동예술극장, 미국대사관저, 배제학당으로 들어서는 갈래 길에는 아직까지 한국인의 역사와 정서가 한껏 배어 있는 장소였다. 이화여고 여학생들, 팔짱 끼고 한가로이 거니는 커플들, 아이들과 소풍 나온 부부, 이렇듯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풀어놓았다. 시내 한복판에서 한가로이 새소리와 생소한 분위기를 마음껏 귀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덕수궁 돌담길에 한국인의 추억과 사랑이 묻어 있다는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창조적인 신세대들이 쏟아내는 홍대 거리도 보여줄 수 있지만 시내 한복판에서 살아 숨 쉬는 정서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한적한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여유로운 햇살 속을 한가로이 거니는 분위기는 뉴욕 샌트롤 파크에서 누워있는 아베크족과는 판이하게 색다른 체험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 옛날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데이트를 한 커플들은 거의 다 헤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면서 어찌 보면 가장 한국적인 면모를 느끼게 해 줄 수 코스로 한국의 조용한 정서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세인트존스대 학생들. 학교 교정     ©브레이크뉴스
정녀 교수가 이끄는 학생들은 지인이 초대하는 전통적인 한국음식점에서 웃지 못 할 해프닝들로 이야기를 한껏 부풀렸다. 코끝이 찡하도록 곰삭힌 홍어와 돼지 삼겹살, 그리고 묶은 김치가 아울리는 ‘홍어삼합’을 입 안 가득 씹는 체험은 학생들에게는 잊지 못할 진한 미각을 남겨 놓았다. 홍어삼합에서 스며 나오는 진 저리질 듯 괴상한 미각을 비껴가려고 아예 시도조차도 하지 않는 한국인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답사 학생들은 한국 전통음식 체험이라는 명목 하에 이상하고 구릿한 냄새를 평생 동안 기억해야만 했다. 어찌 보면 눈으로 머리로만 남길 수 있는 한국의 정서를 가장 확실하고 강한  미각으로 남겨 놓으면서 오랫동안 학생들의 추억 속에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

‘홍어삼합’에 이어서 깜풍어 매운탕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생선 국물 맛 역시나 입맛을 움츠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깜풍어라는 용어에는 고개를 기우뚱거리는 한국인들도 많을 텐데 그러나 대학생들은 시원한 매운탕 국물에 밥을 조금씩 먹었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음식들이 식탁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은 입에서 겉도는 음식일망정 허기진 배를 채워야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장난치는 어린아이들 마냥 즐거워했다. 어설픈 젓가락질로 취나물과 고춧잎나물, 그리고 마늘대를 집어내는 손가락 끝의 떨림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했다. 삶은 삼겹살을 전라도의 토속적인 밴댕이 젓갈에 찍어먹는 입맛은 그런대로 괜찮다는 듯이 학생들 대다수가 먹으면서 활짝 웃었다.

“학생들은 평생 동안 한국 식당에 풍겨내는 미각을 떠올 릴 것입니다. 이렇게 학생 한 명을 답사 시킨다는 것은 일당 100명으로 한국 문화의 얼을 보여주기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해마다 한미 간 ‘코리아로드’에 나서는 학생들은 점차 미국사회에서 직장 엘리트 군단으로서 한국을 전파하는 문화전도사로 자청할 것입니다.”

정 교수는 외국 학생 신분으로 한국 방문길에 오르기란 매우 희박하다는 현실에서 미래의 엘리트 군단으로 자리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리아로드’ 동반 길을 구상하게 되었다. 학생당 답사여행 경비로 미국왕복 항공료와 제주 항공료만을 충당할 수 있는 US$2,050일 뿐 일체 숙식에 대한 경비는 자신의 사비로 충당하는 걸림돌조차도 정녀 교수는 마다하지 않았다.

“제1회를 시발점으로 점차 횟수를 거듭하다보면 후원자들이 많아지면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1회 ‘코리아로드’답사는 경제적인 측면을 감안하지 않는 채 무리하게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쥐꼬리만 한 강사비로는 생활이 되지 않아서 제 개인적인 사업을 하면서 한국어 전도사를 자청한지 오래되다 보니 이런 구상도 결국에는 실현하게 되지 않아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후원자들의 많은 협조로 꾸려나간다는 긍정적인 믿음으로 시작했으니 이미 1/2는 성공한 셈이죠.(웃음)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엉뚱한 실수를 했습니다. 택시비로 7만6천원을 지불한다는 것이 7십5만1천원을 지불하는 바람에 700불이라는 큰 경비를 어디서 충당해야 할 지 아찔합니다.”

오만 원짜리 신권을 오천 원짜리로 착각한 정 교수의 실수담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항에 내린 외국인들에게 첫 인상을 흐려놓는 택시 기사의 잘못된 행동에 문화대국으로서의 불쾌한 감정을 진하게 남겨놓았다. 정 교수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5년에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요가와 고전무용을 배우면서도 석사학위를 마치는 열정이 지금의 자리를 지키게 해주는 밑바탕이었다. 한국어과 강사로 지내면서 작은 강사 비에 몇 번이나 한국어 교수직을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사명감으로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한국어 전도사’로서 유명세를 날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코리아로드’ 프로그램을 감행하였다. 미국 전 지역에 있는 다른 대학에서는 개인적인 비용까지 대면서 현지 답사여행은 시도하지 않을뿐더러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솔선수범하여 외국 학생들을 이끌고 있는 정 교수는 ‘코리아로드’의 꿈을 구축하기 위한 첫 발자국은 전쟁에 나간 병사에게서 뿜어 나오는 용기와 투혼처럼 대단하기만 했다.

“바람이 있다면 정부나 대기업에서 후원 경비를 조달해 주는 방안이 도모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반액 절감해 주는 후원 프로그램을 동원해서라도 외국 학생들을 초청하여 애씁니다. 답사체험으로 학점을 따는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 대한민국도 함께 동참해야 할 시가라 여겨집니다. K-Pop 열풍에 아우르는 한국현지 답사 프로그램은 가장 확실한 미래 투자라는 시각으로 여러 분야에서 후원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학생들은 광주시의 초청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관을 방문했다. 광주시의 초청에는 2015년에 광주시에서 개최하는 대학생 올림픽 대회에 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추천하기 위해서였다. 광주에서 여수 엑스포, 그리고 사찰에서 이틀 밤을 지내는 신비스런 템플스테이로 학생들은 한국인들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제주 여행을 끝으로 10박 12일 일정을 마감하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한국 답사 길은 여전히 신비롭고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sungae.kim@hanmail.net
 
*필자/김성애. 수필가. 본지 논설위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브레이크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