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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회사 안내놓으면 죽이겠다"협박

<단독인터뷰>SLS그룹 이국철회장, 2조4천억 기업 강탈 내막<2탄>

문흥수 기자 | 기사입력 2011/11/02 [15:57]
SLS그룹 이국철 회장은 지난 10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장소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회장은 이 인터뷰를 통해 시가 2조 4000억원 규모(SLS조선+계열사)의 회사를 어떻게 빼앗겼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집권 여당-정부기관-법조계 거물급 실세, 그 측근들의 비호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나라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회장은 “시가 2조 4000억원 규모의 회사를 강탈당했다”며 “강탈 사건의 핵심 주범들은 정치권-정부기관-법조계의 실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과 정부기관-법조계에 몸을 담고 있는 거물급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아직까지는 관련자들이 재판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결과가 아니므로 부득불 이니셜로 보도한다. <편집자주>
 

이국철 SLS 회장의 잇단 폭로에 대다수 언론 및 국민들은 그가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는 정관계 실세들에 관해서만 이목을 집중했다. 때문에 시가 1조8000억원에 달했던 SLS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까지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매우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 이국철  회장.   ©브레이크뉴스
특히 이 회장에게 산업은행의 행위에 대해 들은 기자는  “진짜 산업은행이 그렇게 했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으로부터 갖은 공갈과 협박까지 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
 
이 회장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견실했던 SLS조선을 망가뜨렸는지 모르겠다”면서 “산업은행 일부 고위 간부들이 신아조선(SLS조선 이전 상호명) 간부들과 유착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기 전부터 산업은행은 직접적으로는 아니나 신아조선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어느정도 경영권 간섭이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과거 대우그룹이 부도처리 된 후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을 투입, 대주주로 올라섰다. 대우조선해양은 옥포공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옥포공영은 다시 신아조선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신아조선은 사실상 산업은행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산업은행, 회사 안 내놓으면 죽이겠다 협박까지"
 
산업은행의 영향력 행사는 이 회장이 신아조선 주식을 매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전까진 산업은행-신아조선의 관계는 ‘특혜 의혹’이 나올 정도로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G 아무개 산업은행 간부는 "이국철이 주식을 너무 싸게 샀다"며 "이 회장은 산업은행과 아귀가 맞지 않는 사람이니 다시 주식을 매도하라"고 말하는 등 그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G 간부는 신아조선 협력업체 중 한 특정 업체를 거론하며 "산업은행 고위층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이니 절대로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회장은 후에 회사 건정성 확보를 이유로 관련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산업은행이 신아조선 경영에 본격적으로 간섭하기 시작한 것은 이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후 약 3개월째 되던 2006년 3월, 산업은행이 신아조선 주식 15%를 매입하면서 부터다.
 
산업은행의 투자와 맞물려 SLS그룹측 새로운 경영진이 신아조선으로 투입되기 시작했고, 2006년 7월 산업은행은 신아조선에 회사 통장과 도장을 모두 산업은행에 맡겨 놓으라는 황당한 요구를 해온다. 자금 유동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매일 fax로 산업은행에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회사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게 해주겠다는 것. 산업은행의 이 같은 요구에 이 회장은 분노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방법까지도 모색했지만 산업은행측에서 이미 다른 은행들에게 손을 써둔 상태였다. 결국 이 회장은 어쩔 수 없이 회사 통장과 도장을 산업은행측에 넘겼다. 이후 같은 해 8월, 이 회장은 신아조선에서 'SLS조선'으로 상호를 변경한 뒤 바닥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자체적으로 '초정밀회계실사'에 돌입한다.
 
앞서 회사 매매 과정에서 신아조선 A간부는 이 회장은 분식회계(재무 변화를 허위로 조작하는 불법 행위)는 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2~3개월에 걸친 회계실사 결과, 자본금 160억원에 불과한 신아조선에서 없어진 돈은 총 1700억원에 달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사실을 먼저 산업은행 측에 알렸지만 산업은행 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조용히 하라. 오픈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성 멘트였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산업은행이 신아조선 주식 15%를 매입한지 불과 5~6개월만에 회사 돈 1700억원이 사라진 것"이라며 "국가기관인 산업은행이 분식회계 1700억원이나 발생한 회사에 15%나 투자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면 자신들의 지위도 흔들리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산은측의 협박을 무시하고 이 사실을 국세청에 자진신고 했다. 이후 부산지방 국세청에서 3개월여 간에 걸친 세무조사를 벌였고, 1700억원 분식회계가 맞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다. 이 회장은 이 사건을 "저와 산업은행간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신아조선 전 경영진들과도 완전히 관계가 끊어지게 된 사건”이라고 기억했다.
 
산업은행, SLS조선에 본격적인 경영 간섭 시작
 

▲ 이국철 회장    ©브레이크뉴스
이 회장의 폭로로 인해 산업은행은 SLS조선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대출금을 회수, L/C(신용장) 발급을 일시중단 시켰다. 또한 6억불에 달했던 RG(refund guarantee.선주가 선박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 대신 지급받을 수 있는 돈)를 절반인 3억1600만불로 제한한다. 은행 지원마저 중단되자 이 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개인 자금까지 투입한다. 해외은행 및 캐피탈에서 대출을 받고, 개인 자택, 회사 사옥 등을 매각해 800억원을 증자해 넣은 결과 회사는 다시 안정 상태로 회귀했다. 이후 2008년, SLS조선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세계경제위기가 발생했음에도 급성장해나간다. 해외로부터 1억불(1200억원) 투자 유치를 받는가 하면 2008년 대한민국 전체기업 중 성장률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이국철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산업은행과의 특별약정 내용. 이 회장 개인이 이 계약의 연대보증을 서야하며 이 회장 개인 주식 160억원을 담보로 제공, 또 700억원 증자라는 2차 선수금 인출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 브레이크뉴스
2005년~2006년까지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중소조선업체에서 2007년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급기야는 연 매출 1조원 달성을 바라보는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회사가 커질수록 산업은행의 노골적인 협박도 점차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자 더욱 노골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문제 삼아 경영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한 증거로 산업은행과 맺은 한 특별약정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계약은 2007년 3월 22일 맺어진 것으로, 배 6척 건조에 대한 선수금 인출 조건으로 이 회장 개인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개인적으로도 연대보증을 설 것과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경영권 포기 각서까지 제출하라는 조건 등이 담겨있었다. 이 회장은 "이는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게나 요구할만한 사안들"이라며 "기업 오너로서 상당히 굴욕적으로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조선업의 특성상 선수금을 보증하는 은행의 도움은 기업 운영에 가히 절대적이어서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한다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LS조선은 산업은행과 이처럼 위태위태한 관계를 이어갔음에도 매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2008년 후반기부턴 사회 환원을 위한 자선재단 설립 준비까지 들어간다.

조사단, 실사 첫날 “SLS조선은 1조원 손실이야”
 
그러던 중 2009년 9월 이 회장과 SLS조선을 한순간에 뒤흔든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 전 신아조선 실세 A의 사람인 B 아무개(대우조선해양 간부 출신)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국철 회장이 회사 돈을 횡령하고 있다고 제보한 것이다.
 
청와대는 B 아무개의 제보를 창원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로 하명했고, 창원지검은 이 회장이 SLS조선을 포함해 SLS그룹 회사자금 400억원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 후 열린우리당에 제공한 혐의를 달아 수사를 개시했다. 창원지검은 수사는 3개월 이상 지속됐다. SLS그룹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이 회장에 대해선 45일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 회장은 어떠한 형태의 비자금도 조성하지 않았고, 공금을 횡령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수사는 공식 마무리 됐지만 이 회장은 다음해인 2010년 4월까지 보강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그 사이 산업은행 역시 SLS조선에 대한 실사를 감행했다. 그러나 이 회장에 따르면 산업은행으로부터 실사 용역을 받은 회계법인 관계자와 산업은행측 인사들은 SLS조선소에 도착한 첫날부터 “1조원 손실이 났다”고 주장하고 다녔다. 그리고 3개월 뒤, 그들이 조선소 도착 첫날 말한대로 실사 결과는 ‘1조원 손실’로 나타났다.
 
이 회장도 초기엔 1조원 손실이 어떻게 산출된 금액인지, 어디에 근거했는지 조차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측이 SLS조선이 당시 건조 중이던 선박 26척을 고의적으로 건조 중단시켜 발주 선박 회사로부터 선박 건조 계약 취소를 유도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이 회장의 검찰 수사로 인해 산업은행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시기로, 산업은행측 일부 간부조차 배를 계속해서 건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보고를 지속적으로 올렸지만 묵살됐다. 이 회장은 “심지어 저에게 적대적이었던 산업은행 경영관리단 단장 및 수출보험공사 간부조차 SLS조선을 살리기 위해선 건조중인 선박은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지휘부는 선박 건조 중단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이는 길이라며 당시 건조 중이던 선박 26척에 대해 전부 계약을 취소했고, 위약금 1000억원까지 선주측에 물어줬다. 또한 건조 중이던 배와 자재 등은 다른 곳에 사용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고철 처리해 계상했다. 배에 들어간 인건비는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이것이 산업은행에서 주장한 손실금액 1조원의 실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26척의 선박을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건조해 팔았다면 약 15억 달러, 자동차로 치면 4만여대를 판매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회사는 1조원 손실로 결론 났고, 회사 신인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바로 사용가능한 현금자금이 725억원 있었지만 산업은행은 자금유동성 우려 때문이라며 SLS조선에 지급해야할 자금을 유보했고 SLS조선은 또 다시 위기에 봉착한다.
 
“검찰수사 받고 돌아오니 회사 없어져!”
 

▲이국철 회장.   ©브레이크뉴스
이후 2010년 12월 7일 새벽3시. 이 회장은 검찰 보강수사를 마치고 창원 검찰청을 나와 서울로 올라가던 중 회사가 사라졌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회장인 자신도 모르게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이다. 이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느라 정신없는 동안 H SLS조선 간부가 “우리가 살길은 워크아웃 뿐”이라며 이 회장 몰래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해버린 것. 회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자, 산업은행은 SLS조선에 대한 이 회장의 경영권을 빼앗는다.
 
기업구조촉진법에 따르면 워크아웃 신청은 회사가 주거래 주채권은행에 회사가 서류로 신청하게끔 돼있다. 하지만 당시 SLS조선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었으나, 워크아웃 신청은 산업은행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간부가 산업은행 출신이었기 때문에 유착관계에 따라 산업은행에 신청한 게 아니겠느냐”고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다.
 
더욱이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위해선 정관과 상법에 따라 주총 및 이사회를 연 뒤 그 결과를 이사 및 주총에 통보해야 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이 전부 없었다는 점 역시 의문으로 남는다. 이 회장은 “인감도장을 제가 갖고 있었는데 워크아웃 신청서에 찍어준 적이 없다”면서 “산업은행 측에 당시 제출한 워크아웃 신청서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고 있다. 회장인 저조차도 구경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산업은행의 공갈 협박은 다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자신에게 공갈 협박을 한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I아무개, J아무개, K아무개 였다고 실명을 밝히며 “그들은 저에게 온갖 공갈과 협박을 한 뒤 회유를 해왔다. 상황 논리에 떠밀린 저는 워크아웃 신청 2주 만에 주식포기각서, 경영포기각서, 그리고 회사 도장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이 회장이 주장하는 ‘회사를 강탈당한 사건’의 일련의 과정이다. 그는 “회사는 분명히 강탈 당한 것”이라며 “빼앗긴 회사를 되찾기 위해 현 정부를 상대로 이렇게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덧붙였다.
 
“SLS조선에서 쫓겨난 뒤 산업은행은 저에게 이렇게 요구합니다. SLS계열사와 관계사들도 파산시켜라. 그럼 밥은 먹고 살게 해주겠다. 그렇게 안하면 우리가 파산, 부도시키겠다. 우리(산업은행)가 바로 대한민국 정부다.”
 
▲이국철 회장은 회사가 강탈당한 일련의 과정을 시간순으로 자세히 설명했다. 위 문서는 이 회장이 직접 자필로 정리했다.     ©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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