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톤 호가 서해에 들어 왔다고 한다. 그 엄청난 항공모함을 보면서 우리들은 창피한 것을 모르고 있다. 그동안 그토록 자부하여 왔던 국군의 현대화와 병력증강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말았는가? 대한민국은 독립국가라고 알아 왔던 우리들에게 미국 항공모함은 정말이지 충격이었다. 그 미국의 항공모함이 없다면 우리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왜 우리의 보수 언론은 미국의 항공모함의 그 엄청난 전력을 보도해 가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키려고 하는가? 나는 그걸 보도하는 쓸개 빠진 언론을 보면서, 일간 신문들을 보면서 결국은 그 신문들을 구겨 버렸다.
아무리 배알이 없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신문이 외국의 항공모함을 구세주 받들 듯이 쓸 수가 있나? 이런 생각에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제 우리의 자존심은 어디로 가고 미국의 항공모함에 우리들의 생존을 맡기게 되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슬퍼하거나 고민하는 사람도 없어지는 것 같다. 다시 골 때리기 시작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그리고 국정원장은 나아가 여당대표는 모두 군에 같다 오지 않았다. 무슨 핑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른 사람들이 3년 동안 무제한의 충성을 다하는 군대에 다녀 오지 않았다. 군에 다녀 오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총소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한다. 소총 한 자루를 다루는 법을 모르고 훈련과 전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전쟁이 아니라 전투 정도만 발생해도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저 목소리만 높여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무자비하게 보복하겠다”고 하면서 일시적으로 국민들 달래는 것으로 때우려고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천안함 때나 지금이나 대통령이 대처하는 방향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도 같은지 희한할 정도이다. 그 때는 군인들이 몰살했고 이번에는 민간인들이 처참하게 당했다는 차이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되어가는 꼴을 보면 너무도 같은 모양으로 망해가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이 침몰하였을 때, 대통령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였다. 연평도가 쑥밭이 나는대도 우리는 제대로 한방 날리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전쟁은 언제 끝이 났을까? 이건 바로 북한이 포격을 중지하였을 때이다. 이거야말로 흔히 하는 이야기로 “오야” 마음대로다. 북한이 포격을 중단하니 우리들은 더 이상의 포격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오그라들고 말았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전쟁을 일으킨 것도 저들의 마음대로였고 전쟁을 끝낸 것도 그들의 마음대로였던 것이다. 위급할 때 신중한 것이야말로 사려 깊은 것을 가장한 비겁에 불과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과연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나? 북한의 포격이 끝나면서 연평도의 충돌이 끝나버리는 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든다.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어디까지 당해야 하는가? 해군이 당하고 해병대가 땅에서 당하고 나면 이제 남은 것은 결국 하늘에서도 당하는 것인가? 아니면 미사일로 당하는 것인가? 서울이 당해야 보복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은 실제로 2007년의 경선과정에서 여러 가지 흠이 들어났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은 그를 뽑았다. 다 알면서도 그를 뽑았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군대를 갔다오지 않았다는 그 결정적인 결격사유도 눈감아 가면서 그를 뽑았다. 그저 나라의 경제를 살려달라는 바램을 담아서 우리들은 묻지마 투표를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 당시 우리들은 국방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최소한 우리들의 국방이 그토록 처람하게 유린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무관심하던 그사이에 우리들의 국방은 이미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정원장과 여당대표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그 허약한 체제 속에서 전 국민의 마음은 이제 군대를 기피하고도 출세할 수 있다는 나약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실컷 얻어맞고도 제대로 보복 한 번 하지 못하는 그 비겁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혼자 힘으로는 안되겠다고 하면서 미국을 끌어들여서 힘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그 발가벗은 앙상한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책임이다. 대통령의 무능과 무소신 때문에 어느 사이에 우리들의 체질이 나약하게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사과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이 사과하는 모습을 우리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그 비굴한 모습,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진지한 반성과 사과가 아니라 수시로 비굴해지는 모습을 우리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서해에 미국의 항공모함을 띄우지 않으면 북한에 대해서 큰 소리 한 번 제대로 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에 대고는 “쟤들이 왜 저러냐” “쟤들이 나쁜 놈이다”는 식으로 칭얼대는 외교로 험난한 파도를 이겨나갈 수 있겠는가?
서해의 파도는 높기만 하다. 우리들의 시름도 깊어만 간다. inbong19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