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당선무효소송’피소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정법수호재가회’로부터 ‘후보등록정지 가처분신청’에 피소된 이후, 재판부에서 ‘후보등록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마당에, 이번에는 진안의 금당사 성호스님에 의해 ‘당선무효소송’에 피소가 된 것. 그간 승가본연의 수행과 정진을 다하고 중생교화에 노력했던 조계종의 제33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해 실시한 선거를 통해 역대 가장 조용히 치러진 선거라는 평을 받으며 순조로운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소송 건으로 말미암아, 조용한 가운데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당선무효소송’에 피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3월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전북 진안의 금당사 주지인 성호 스님은 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승적을 변조하고 학력을 속여 후보에 등록했기 때문에 총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자승 스님의 변조된 후보등록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그를 당선인으로 결정한 것은 무효임이 마땅하다고 제기했다는 것이다.
당선무효소송
이번 소송 건에 대한 설명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직에 대해 먼저 언급하면, 총무원장은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행정을 총괄하는 역할로서, 본ㆍ말사 주지 임명권과 연간 300억원에 이르는 총무원 예산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의 재산 감독 및 처분승인권 등의 권한을 갖는다.
또 총무원장이 되는 스님은 중앙승가대를 포함한 승가학원 당연직 이사장이 되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당연직 이사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 등의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다.
자승 스님이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 당선된 것은 지난해 10월22일이었다. 당시 자승 스님은 조계종의 무량회, 무차회, 보림회 등의 공조 아래 종책모임 단일후보로 이번 선거에 출마, 일찌감치 당선이 확실시된 인물이었다.
그런 관계로 자승 스님은 유권자 320명 중 317명이 참여한 가운데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의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실시된 제33대 신임 총무원장 선거에서 290표를 얻어 91.4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임기 4년의 신임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여기에는 종단 도약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행동하는 지도력’, ‘개방적인 리더십’, ‘세대 통합의 지도력’을 강조하면서 표심을 일찌감치 모은 원인도 있다.
잡은 잠재운 제33대 선거
일각의 얘기로는 그간에 총무원장의 임기수행 4년을 돌이켜 보면, 조계종이 1962년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이래, 각종 분규가 끊이지 않아, 시끄러운 잡음 없이 온전히 총무원직을 채운 경우가 사실상 없을 정도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자승 스님이 당선된 제33대 선거의 경우는 (조금의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재미없는 선거라는 말이 들려올 만큼, 역대 가장 조용히 치러진 선거로 평가받고 있다. 하여 조계종 행정부의 정권교체를 평화적으로 이뤄냈다는 안팎의 호평을 받으며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2007년 신정아씨 사건 등을 통해 첨예한 갈등을 노출해왔던 조계종의 종책 모임들이 뜻을 모아 50대의 젊은 총무원장을 탄생시킴에 따라, 50대 이하의 젊은 총무원장이 선출된 것도 10여 년 만의 일로써, 조계종 내의 신선한 수혈을 제공, 젊은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자승 스님은 어떤 인물인가. 1954년 4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 스님의 수계를 보면 1969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 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수행이력으로는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수선 안거를 하였으며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하면서, 가람 수호와 포교에 전력을 다했다.
이후 자승 스님은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소임에 첫발을 디뎠으며 1997년부터 5년간 과천 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맡아 지역복지와 불교복지에 원력을 세우고 활동해 왔다. 또 2004년부터 현재까지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으로서 종단의 매년 인재불사를 위한 장학금 지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아울러 종책모임 화엄회 스님들과 사회 활동 사업으로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지원과 캄보디아, 미얀마 등 제3세계 국가의 국민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한 자승 스님은 그간의 공로가 인정되어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거쳐 현재는 제33대 총무원장직을 맡아 ‘열린 종단’, ‘함께하는 종단’을 가꾸기 위해 불교의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겠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피소된 내용은?
그렇다면 순조로운 선거를 치렀다고 평가받는 자승 스님은 왜 ‘당선무효소송’사건에 피소되었는가. 앞서 언급했지만, 서울중앙지법에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상대로 당선무효를 제기한 고소인은 전북 진안의 금당사 주지인 성호 스님이며, 소송을 제기한 일은 지난 3월2일로 현재는 민사 제26부 재판부에 배당된 상태이다.
본지가 입수한 소장을 보면, 성호 스님은 소장을 통해 “자승 스님이 지난 92년 종회의원 선거 당시 승적을 변조했고 동화사 불교전문강원 졸업이라는 허위사실을 신고해 이를 이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호 스님은 “총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변조된 후보등록이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자승 스님을 당선인으로 결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부연설명을 하자면, 성호 스님은 “승적원부에 기재된 수계일자에 오류가 있다면 본사 수계자 원부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그 오류에 대한 정정을 할 수 있되, 승려 스스로가 한 승려분한신고에 의하여 사정받은 승랍은 어떠한 경우라도 정정을 불허하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승 스님은 1992년에 실시된 중앙종회의원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승랍이 20년이 넘어야 하는 종단의 자격조건에 미달하게 되자, 1990년도 승려분한신고시에 임의로 승랍을 1972년이던 사미계 수계 1969년 사미계 수계로 조정해 올렸다”는 것이다.
이어 성호스님은 “2000년도 승려분한신고 시에도 마찬가지로 수계일자를 1969년 1월15일로 제출하여 그 승적을 유지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즉 승려분한신고시행규정 제3조에 의하면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된 승려의 경우 10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분한신고를 하여 승려로서의 적합성 여부에 관한 심사를 받아야 하는 한편 수계정정 및 추가기록절차를 규정한 승적업무처리를 갖춘 경우에 한하여 수계사항을 정정 및 추가할 수 있다고는 하나, 승려분한신고나 승적입적 시 승랍결정 사항만큼은 정정 및 추가기록을 신청하더라도 정정할 수 없다며 성호 스님은 소장을 통해 밝히고 있다.
아울러 성호 스님은, 자승 스님에 대한 동화사 불교전문강원 졸업에 대해서도 “1975년경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동화사불교전문강원(승가대학) 졸업이라는 허위사실을 신고하여, 현재까지도 이를 이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본지가 동화사 불교전문강원의 연혁을 알고자, 팔공산 동화사에 연락을 하여봤지만, 이에 대한 진위여부에 대한 답변은 파악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통해서 자승 스님의 승적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았을 뿐,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며 “엄연히 합법한 절차를 거쳐 당선된 만큼, 굳이 이에 대해서는 총무원측에서 입장 표명할 가치도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성호 스님은 “승랍을 마음대로 조작하여 조계종의 최고 책임자가 된 것은 종단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참으로 크나 큰 불행이다”며 “더구나 총무원내에 속가 조카인 덕문 스님을 호법부장의 소임을 맡기는 것은 승려법 제51조 제2항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진리는 진실인가, 아닌가, 이 둘 중의 하나이지, 진리추구를 숫자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승려생활의 출발인 승랍은 오로지 사미계 수계일자를 기준으로 하고, 개인의 필요에 의하여 변동될 수 없으며 또 되어서는 아니되는 바, 하물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직을 맡으려는 자가 승려의 기본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 문제는 대한불교조계종은 물론 소속 승려와 불자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더할 수 없는 혼란과 불신을 불러일으킬 것이 불 보듯 자명한 일로 유감이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정법수호재가회?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긴 했다. 지난해 10월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정법수호재가회’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무원장 후보였던 자승 스님을 상대로 ‘후보등록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된 일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 박병대)는 결정문을 통해 “신청인은 피신청인이 승적원부 기록을 임의로 변경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며, 10월22일 실시되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피신청인의 후보자격을 정지해 줄 것을 구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절대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으므로 종교단체의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은 그것이 일반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한 법원에 의한 사법적 심사도 이를 자제함으로 써 당해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것이다.
또 총무원장의 권한 등에 비추어 위 후보자격의 존부가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보더라도 기록상 신청인이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 대한불교조계종 선거규정상 후보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는 아무런 소명이 없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은 이유 없이 기각하기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 역시 ‘후보등록정지 가처분신청’에 피소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표명을 한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시 기자들은 1990년 분한신고 당시 승적을 정정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2006년 승적을 되돌렸는데 2000~2001년 분한신고 당시 승적을 바로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 바 있다.
이에 자승 스님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대단이 부적절했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종단의 공식입장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승적문제로 인해 종도들에게 번거로움을 드린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승적을 정정한 이유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대신한 바 있다.
한편 본지는 소송을 내었던 ‘대한불교조계종 정법수호재가회’와의 취재를 시도했으나, 어떤 단체이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될 만큼 그 출처를 알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우리 역시 어떤 단체인지 파악하고자 했으나 아직까지도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안 금당사 성호스님 역시 “처음 들어보는 명칭이다”며 “그런 단체가 있었는지도 몰랐고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떠돌던 유인물 유포사건이었다. 총무원장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9월10일쯤 유력후보였던 자승 스님의 승적을 변조됐다는 내용이 담긴 a4용지 16장 분량의 문건이 전국 주요 사찰에 우편 배달되면서 발생했다.
이후 총무원 호법부는 종단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고 보고 내부 조사에 착수하여 사찰수색을 하는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금당시 매표소 직원을 지목했다고 2009년 12월7일자로 조선일보는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성호 스님은 매표소 직원이 괴문서 사건과 관계된 것의 진위여부는 본인도 알 수 없는 길이라며, 매표소 직원이 석방된 이후로는 어디 있는지 소식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현재 성호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기간 당시 자승 스님의 승적 등에 하자가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전국 주요 사찰과 중진 스님 등에게 발송한 혐의로 호법부 조사를 받았으며 사회법 제소 등의 혐의로 초심호계원에 징계안이 회부된 상태다. 이에 성호 스님은 “그러한 유인물을 본 적도 없고, 관계되지도 않았는데, 매표소 직원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고 해서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나까지 의심하는가”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불교의 한 종파인 조계종은 신라 때부터 내려온 9산 선문을 고려 때 합친 종파로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국의 대표적인 종파이다. 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구·대처 승려 간의 분규로 불교정화운동을 계속하였으며 그러한 불교정화운동의 결과로 1962년 4월에는 비구·비구니만을 인정하는 통합종단으로서 대한불교조계종이 재발족할 수 있었다.
한때 조계종은 1980년 10·27 법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종단개혁의 의지를 담은 전국승려대회를 개최, 개혁종단을 출범시키며 안으로는 승가본연의 수행과 정진을 다하고 밖으로는 중생교화에 노력함으로써 부처님이 말씀하신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아이티 참사가 일어났던 최근에는 조계종 산하 사찰들의 아이티 구호성금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3월2일자로 성금 8억4000만원을 성불하는 등 인류애를 위한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불교계 인사들은 이번에 일어난 자승 스님에 대한 ‘당선무효소송’ 역시, 종국에는 자비와 관용 속에서 원만한 해결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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