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복의 악순환 이명박은 어찌할꼬?

뉴욕타임스도 이명박 퇴임 후 보복걱정-…한국정치, 어디로 가나?

문일석 발행인 | 기사입력 2009/06/01 [08:31]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자살, 29일 국민장으로 장례가 치러지기 까지 7일간이란 짧은 시간에 한국 현실정치는 그 위력을 상실당한 무기력증을 보여주었다. 시신이 안장되어 있던 봉하마을을 찾은 국민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전국의 분향소에서 조문한 이도 100만명에 육박했다. 장례이후 정치는 시위에 휘둘릴 것이 예비 되고 있다. 촛불정치, 거리정치를 예감케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혐의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정치 보복적 행태로 수사했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기간에도 간헐적으로 소규모 시위가 있었다. 서울광장 일대에는 이명박 정권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 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인쇄된 타블로이드판 선전지가 뿌려졌다. 이 선전지는 “더 이상 죽을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이 선전지는 “우리는 그의 죽음이 정치적 타살임을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독립을 시켜 주었던 그 검찰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권력의 주구가 되어 대통령 이었던 그 조차도 잔인하게 물어뜯었습니다”면서 “이제 이명박 정권에서 죽거나 죽은 듯이 살아가는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모두 일어나 이명박 정권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길에 설 것인가 중에서 위리는 결단해야 합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전지 하단에는 5.30범국민대회를 알리는 광고도 실려 있었다.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이 이명박 정권의 타도를 외치며 계속해서 거리로 뛰쳐나올 게 뻔하다.
▲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자살 민심악화
 
노무현의 자살은 어떤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동반자살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다. 그러나 노무현은 자살이 노무현 정권의 민심악화 요인으로 작용,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하락의 물귀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촛불시위 때문에 불안한 집권출발을 했다. 노무현의 자살정국은 이미 중반으로 가는 이명박 정권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2010년 전국에서 치러질 지자체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어 이명박 정권의 지지가 상승할 기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도를 하락케 했다는 조사가 이미 나왔다. 지난 5월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27.4%였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21.5%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슬픈 감정을 느꼈다'는 응답자는 91.2%. 전 국민이 그의 죽음에 뜨거운 공감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해서 나오는 말이 정치보복의 악순환이다.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대 다른 대통령 또는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그래도 그가 더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그를 자살로 이끈 이명박 정권의 말기에 닥쳐올 정치적 위기가 우려되는 것. 벌써부터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후에 정치보복이 기다릴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유시민 전 의원 등은 노 전 대통령 검찰 조사과정에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보복이라는 것이다.
 
외신들도 벌써 이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5월25일자에서 한국의 문정인 교수의 말을 인용보도 했다. 이 신문은 “정치적인 ‘피의 복수(vendettas)’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2년까지 끝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일부 지지자들은 이 대통령이 퇴임하면 후임 대통령에 의해 똑같은 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에 쏟아진 날카로운 비판
 
일반 국민들도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검찰이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국민장, 준 국장으로 치러진 5월 29일까지의 장례기간에 대한문 앞의 분향소 근처인 덕수궁 돌담에는 검찰을 비판하는 글들이 나붙었다.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비판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용이 너무 강해 격문 수준의 글이지만, 이런 글들은 어쩜 민심의 모음일지 모른다. 많은 추모 글 사이사이에 검찰을 비판하는 글들이 나붙어 정치색이 더해졌다.
 
“정권의 개 검찰 반성하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검찰이 공모한 정치적 타살” “명박이 한테 막가파식 충성을 한 명박이의 하수인 검찰” “대한민국 검찰은 죽었습니다” “대통령 자살하는 나라 싫다, 타살이다” “검찰총장 저승사자보다 더 더럽고 무서운 이!” “검찰은 노대통령을 죽이고 이명박은 국민을 죽였다“ ”학살 검찰 양심 있으면 자폭하라“ “떡검은 사법살인” “검은 집에서 사는 개와 하이에나가 이 땅에서 사라진다”
 
검찰을 비판하는 이 같은 내용들은 시민들이 쏟아낸, 일종의 걸러지지 않은, 날카로운 내용을 담은 준론()들이다. 이 사건을 깊이 보는 시민의 일부는 어쩜 盧사망=검찰사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다. 일부 시민들, 적어도 격문을 붙인 당사자는 검찰보기를 “권력의 개“나 ”대통령의 하수인” 또는 “저승사자보다 더 더러운 존재”로 보고 있다. 盧장례 이후 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수사라인 교체를 들고 나왔다. 민심이 이럴진대 더 이상 검찰정치를 구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 국정원을 약화시킴으로 검찰이 최고 막강한 국가기관이 됐다고 분석하는 글을 내보냈다. 견제할 기관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검찰이 노무현의 자살에 일조했다는 지적인 것. 한때 조선일보는 국정원장이 검찰 고위 간부에게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게 해달라고 조언했다는 기사를 톱기사로 내보낸 적이 있다. 그런 협조요청이 언론에 새 나올 정도로 검찰은 막강파워의 집단이 돼 있다. 이번 노 전 대통령 자살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기구축소나 위상조정이 도마 위에 오를 게 뻔하다. 이런 민심흐름에서 검찰도 몸조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성공하는 정권되기엔 힘이 부족
 
현 정권의 정치보복성 사태에 따른 민심이반과 시민세력+야당세력이 하나로 합쳐 반정부 시위를 했을 때 이명박 정권이 뒤집어질 수 있을까? 야당과 시민세력의 일부는 이를 노리는 시위를 지속하거나 시위에 가세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기간 때 대한문 앞에서는 소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필자가 알고 지낸 한 정치평론가는 “전문 시위대들은 이번 기회에 이명박 정권을 무너뜨리려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단체가 시위를 이끌어갈지 모르나 그 시위대가 현 정권을 무너뜨릴만한 동력을 만들어낼 수 없고, 시위를 뒤에서 도와줄 배후의 정치 거물이 없고, 호남 사람들이 김대중 정권이후 정치적 한을 풀어 시위에 앞장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군다나 대한민국은 정치적 민도가 극도로 높아져, 군사 쿠데타 같은 반헌정적인 일도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현 정부에 저항했기 때문에 시위는 불가피할 것이고, 과격시위로 인한 사회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최루탄도 자연스럽게 등장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쯤해서 더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이명박 정권을 무너뜨리진 못해도 이명박 정권을 아주 불행의 늪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정권이 되기엔 힘이 부족, 무척 어려운 정권이 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체 경제적으로도 국민을 설득할 정도의 부유한 나라 만들기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성공하는 길에 대한 마지막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거나 다름없다. 위국헌신(爲國獻身), 뼈를 깎는 자기 노력뿐이다. moonilsu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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