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갤러리 관장이 헤아린 한일 문제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3/03/17 [20:45]

 

▲ 12년만의 한일 정상회담 /  출처:  Yahoo Japan


깊은 갈등으로 점철된 12년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필자는 일본 총리실 사이트에 게시한 모두 발언에서 다음 내용을 중시한다.

 

(얼마 전 한국 정부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 조치를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 先般、韓国政府は、旧朝鮮半島出身労働者問題に関する措置を発表しました。日本政府としては、この措置を非常に厳しい状態にあった日韓関係を健全な関係に戻すためのものとして評価しています。

 

(그 때에,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향후 조치의 실시와 함께 양국간 정치·경제·문화 등의 분야에서의 교류가 강하게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 その際に、日本政府は、1998年10月に発表した日韓共同宣言を含め、歴史認識に関する歴代内閣の立場を全体として引き継いでいることを確認いたしました。今後、措置の実施とともに、両国間の政治・経済・文化等の分野における交流が力強く拡大していくことを期待いたします。)

 

▲ 일본 총리실이 게시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한일 정상회담 모두발언 중 일부     ©이일영 칼럼니스트

 

이는 지난 3월 6일 우리 정부가 제삼자 변제 방안을 발표하였을 때 일본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언급한 것이다. 주요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란 무엇인가? 가장 먼저 1982년 미야자와 담화가 살펴진다. 

 

-1982년 미야자와 담화-

당시 일본 문부성의 역사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3.1운동을 (폭동)으로 대한제국과 중국의 침략을 (진출)로 기술하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 문제가 되었다.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관방장관은 (아시아 인근 국가의 우호 친선을 위하여 비판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정부의 책임하에 이를 시정한다)고 발표하였다. 

 

그해 11월이었다. 일본은 역사 교과서 검정 기준 규정에 근린제국조항(近隣諸国条項)를 도입하였다. 이는 (근현대 역사적 사실은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이를 쉽게 정리하면 일본의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왜곡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역사의 진실에 충실한 조처였다. 이러한 미야자마 담화를 계승한 담화가 (고노 담화)이다.

 

-1993년 고노 담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발표하였다. 이어 2년 후인 1995년 역사의 진실을 더욱더 무겁게 인식한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되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 

1995년 8월 15일 50주년 종전기념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1998년 ‘김대중 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1998년 한일공동선언이 있었다. 

 

-1998년 한일공동선언 (김대중 오부치 선언)-

선언의 공식 명칭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21世紀に向けた新たな日韓パートナーシップ共同宣言)이다. 당시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와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위하여 과거사 인식을 포함한 11개 항의 공동선언을 하였다. 당시 일본은 (1993년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기록된 역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다시 문서화 한 것이다. 

 

이러한 헤아림에서 우리는 지난 (1982년 미야자와 담화)에서부터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 역대 정부가 4차례에 걸쳐 역사의 진실을 담아온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분명하게 기억하여야 한다,

 

일각에서 지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이러한 역사의 진실을 부정한 사실까지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는 해석에서 일본 정부의 발표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엄밀하게 헤아리면 일본 총리의 모두발언에서 가장 먼저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라고 언급한 사실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는 (1998년 한일공동선언-‘김대중 오부치 선언’)이 (1993년 고노 담화)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 기록된 역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다시 명확하게 문서화한 외교적 문서이기 때문이다. 

 

이뿐인가? 1990년 5월 25일 노태우 전 대통령 방일 당시 기이후 도시키(海部俊樹首相) 총리는 환영 만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는 대통령 각하를 모신 기회에 지난 한때 한반도 분들이 우리나라의 행위로 인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을 겪으신 데 대해 겸허히 반성하고 솔직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私は、大統領閣下をお迎えしたこの機会に、過去の一時期、朝鮮半島の方々が我が国の行為により耐え難い苦しみと悲しみを体験されたことについて謙虚に反省し、率直にお詫びの気持を申し述べたいと存じます。)

 

2년 후인 1992년 1월 16일 기이후 도시키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여 방한 환영 만찬에서 다음과 같이 다시 한번 역사의 반성과 사죄의 진실을 고하였다. 

 

(저와 우리 일본 국민은, 우선 무엇보다도, 과거 귀국 국민이 우리나라 행위에 의해서 견딜 수 없는 괴로움과 슬픔을 체험한 사실을 상기하여 반성하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총리로서 다시 한번 귀국 국민에게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私たち日本国民は、まずなによりも、過去の一時期、貴国国民が我が国の行為によって耐え難い苦しみと悲しみを体験された事実を想起し、反省する気持ちを忘ないようにしなければなりません。私は、総理として改めて貴国国民に対して反省とお詫びの気持ちを申し述べたいと思います。)

 

일본은 역사의 가해국이며 대한민국은 피해국이다. 인류 역사에서부터 일반 사회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시대를 선도하는 피해자의 과감한 결단이 더욱더 무서운 법이다. 일개 갤러리 관장이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일본의 역대 정부가 역사의 진실 앞에 사죄하고 반성한 약속은 막중하다. 이러한 본질을 제쳐두고 지난 역사의 아픔에 매여있는 문제는 더는 후손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일본이 강제동원 배상에 대한 역대 정부의 협정을 중시하는 것은 지난 정부의 사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임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이를 부정하는 그릇됨과 편의적인 이중성을 점차 키워온 일본에 대한 외교적 대응과 대처에서 우리 스스로 교훈으로 삼아야할 부분도 많다.

 

일본 정부에 바란다. 미래를 선도하는 우리의 결단에 당황하지 말고 열거한 역대 내각이 역사에 고해한 약속을 바탕으로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닌 영원한 동반의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 나목 2023/08/22 [17:04] 수정 | 삭제
  • 이관장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