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치유 불가능한 불치병 '사랑 토해내기'

아직도 사랑을 다 알지 못하고, 사랑에 눈이 멀어 있어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8/10/07 [15:35]


저는 기자, 33년째 기자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기자정신은 날카로운 송곳이나 면도날처럼 사회에 메스를 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자정신의 최종 지향점은 결국 이 사회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맘 놓고 말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의 확대. 이것이 기자를 기자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나이 57세에 시인이 됐습니다. 늦깎이 시인입니다. 시인은 기자와 비교할 때, 어떻게 다를까라고 고민해봤습니다. 시인도 기자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 충만한 자유를 노래하고 자유의 영역을 확대 시키는 데 종사하는 예술가라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기자와 다른 게 있습니다. 시인은 원천적으로 자연과 사람과 이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누구의 가슴에나 들어 있는, 사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영적-정신적 존재물입니다.
 
제 경험으로 말한다면, 사랑은 어떤 면에서 “치유가 불가능한 불치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스스로 찾아오기도 하고, 스스로 떠나가기도 합니다. 사랑은 기쁨으로 오기도하고, 사랑은 때로 증오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인간 내면을 언제나 떠나지 않고, 가슴 속에서 맴돕니다.
 
그러나 거시적 시각으로 사랑을 말하면, 사랑하는 세상은 무한대요, 장엄합니다. 감동으로  감동으로 늘 떨립니다. 보아도 보아도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같이 있어도 있어도 그리움의 천국입니다. 저의 시는 제 내부에 도사린 불치병인 사랑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제 시는 거대한 사랑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미세한 먼지에도 못 미치는, 글 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도 사랑을 다 알지 못하고, 사랑에 눈이 멀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 시어는 마른 장작을 두들겨 패는 듯한 소리처럼 둔탁합니다.
 
가슴 속에 충만한 사랑을 지니신, 위대하신 사랑의 존재인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시로 인연이 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심오한, 아주 뜨신, 사랑에 빠져 익사해도 행복할, 사랑의 등불을 들고, 이 험악한 세상을 시와 더불어서 알콩달콩 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의 유치하기 그지없는, 최근에 쓴 자작 시 몇 편을 소개, 여러분의 지고한 사랑에 저의 서툰 애교를 더하고자 합니다.
 
▲ 수석동  약수터
**약수터의 기도

 
졸졸 물줄기가 끊이지 않은
수석동 약수터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이유는
목마른 이들이
물을 마실 수 있어서입니다.
 
기도하는 이는
약수터와 같은 사람입니다.
 
누군가의 목마름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남들이 잠든 시간에
잘되기를 빌어주는 사람입니다.
 
물이 쉼 없이 흐른다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과 같나니
그 기도에
영혼이 편히 쉴 수 있을 것이요,
시름을 흘려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일이 생겨 약수터에 갔네요.
그리고 빌면서 기도했네요.
 
내 기도의 힘이
이 세상을 뒤흔들지는 못하더라도
그대 따뜻한 마음
한켠, 어느 구석에 자라는
제비꽃 되어
한 잎 한 잎 맑게맑게
웃을 수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나니
청초했던 내 인생의 꽃잎이 모두  떨어져
내 영혼이 마른 줄기 되어 앙상해질 때까지
그대 사랑의
목을 축여 행복하다고
 
그대와 더불어 있어
이 세상이 살만하다고
 
이런 느낌을 고백할 자유라도
한강물처럼
푸짐하게 허락이나 해주소.
 
기도하나니
그대 곁에 있으면서
고운 입으로 가시처럼 말했던
구업(口業)을 엎드려 사죄합니다.
 
삶이란, 갈증 날 때의
작은 약수터 같은 것인데
한강물을 다 떠나줄 듯했던
허세 부림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한강변, 초라한 약수터에서
물 한 잔 마시며
살아 있다는 것이
이렇게 환희롭다는 것을
내가 알아차렸듯이
 
내가 사랑했던
내가 좋아했던 그대에게
이 전율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습니다.
 
약수터 샘물은
어제도 흘렀고, 오늘도 흐르고
내일도 흐를 것입니다.
 
고개 숙여 약수를 뜨듯
내가 사랑하는 그대에게
허리를 굽히고
 
그대와 함께
이 세상을 살고 있어
정말정말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황과수 폭포
 
어머니의 젖처럼 생긴
수많은 산들
그 사이에 흐르는 백수하
황과수 폭포 만들었네.
 
이산 저산에서
모인 물들은
폭포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마지막 힘을 다하여
자신을 투척하고 있었네.
 
모든 것을 껴안고
아래로 아래로 던져지는
폭포수.
 
한 방울 한 방울
자신을 내어던지는 황홀감.
 
폭포수는
그대의 삶을 장렬히 던져
아낌없이 살아보라고
외치고 또 외치고 있었네.
 
-덧붙임/황과수 폭포는 중국 귀양에 있는 폭포이다.
(9/27/2008)
 
**지하철 계단
 
지하철 계단을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면서
오를 수 없는
계단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있다.
 
하늘의 태양을 향한
계단도 없었고
달을 향해서 갈수 있는
계단도 없었다.
 
한 하늘의 태양과 달 아래
살면서도
어찌하여 그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지만
 
마음 빼앗긴 그 사람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계단마저 없어
발 동동 굴렀지.
 
오늘도 눈에 보이지 않은
그 사람을 향한
계단을 오르면서
 
갈 곳 정해놓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면서
 
오를 수 없는 계단과
오를 수 있는 계단
인생이란 계단을
뚜벅뚜벅 걸으며
하루를 산다.

*필자/문일석 시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