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 되돌아온 백제문화제 "공산성 달밝은 밤" 그 장엄축제

역사적 현장인 유적에서 과거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비근하게 재연

김태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1/10/13 [15:46]

▲ 창작극 <공산성 달밝은 달> 전출연진  © 김태균

 

창작(創作)은 고통이다. 무에서 유를 창작하는 인내의 과정이다. 수많은 사람 사람들의 피와 땀 눈물이 어우러지며 감동의 대서사시가 만들어 진다. 물 흐르듯 피의 역동성이 살아나고, 그런 피의 파동 같은 소리가 우리를 하나 되게 한다. 판은 그런 것이다.

 

몸이 안좋아 한 10일 이상 누워 있다가 뭔지 모를 숙제가 하나 있어, 몸을 가누고 감상평을 하나 쓴다. 지난 10월2일 막을 내린 백제 판타지아 <공산성 달 밝은 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공연의 준비과정을 보았다. 본 공연 전에 억수같은 비가 내렸지만 비가 주춤한 틈을 타며 새벽까지 전출연진이 하나의 대오를 이탈하지 않고, 비를 벗삼아 스스로 감동하듯 백제문화제 축제를 만들어갔다.

 

"태초에 암흙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던 한줄기 강물 모진 바람 먼지를 재우고 만 생명 길러내는 어미 품 고마나루~. 무령등불 다시 켜는 날 여기는 바다 푸르는 고마나루~”

 

전출연진이 비 맞으며 무령대왕을 맞이하는 <무령등불 다시 켜는 날>장면은 그야말로 눈물의 감동이었다. 전문배우도 아닌 구순의 할머니가 굽은 등으로 무령대왕을 맞이하러 등불을 들고 연습에 임하는 장면을 보며 이것이 바로 축제고, 바로 삶의 축제가 주는 감동이었다. 그동안 내가 본 축제 판에 비해 보면 이 판은 축제의 주인으로 무령대왕이 오고, 그리고 공주인들이 노래를 하며 무령대왕을 모시고 같이 찬미하고 회향(回向)하는 향연을 만들었다. 아직도 그 감동의 물결이 생생하다. 의심스러우면 공연에 참가한 시민배우들에게 물어 볼 일이다.

 

박성환 글, 나실인 작곡의 2021년 백제문화제 주제공연 <웅진 판타지아-공산성 실경극“공산성 닭 밝은 밤”> 은 공주 고마나루의 토착부족 여전사 고마와 젊은 사마 무령대왕의 사랑과 이별, 수난과 대백제 건국을 노래한 무령대왕 건국서사시이다. 생경하면서도 살아 있는 글을 잡아내는 나실인 작곡을 보며 감탄했다. 탄탄한 해상력을 기반으로 소위 섬세한 표현과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곡이나 음화(音話)적 표현, 예로 연곡(聯曲) 중 '토신의 소리'나 '한성이 무너진다' '검은 바다'에서의 작곡기법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움직이며 노래한다는 것, 그런 작곡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박성환의 아름다운 테마시를 엮은 사마 무령대왕과 여인 고마가 듀오로 부르는 사랑의 아리아 ‘바람 같은 사랑아 강물 같은 그대여'는 그야말로 공산성 달밤의 압권이었다. 그리고 공산성의 아름다운 정경을 피어나게 한 ‘벚꽃 핀 공원'이나 `피었네 피었네'를 보라. 공주시민들이 공산성 오름길과 성벽에서 꽃을 들고 같이 춤추며 노래하며 아름다운 사람꽃으로 피어 나온다. 그리고 극 처음 배를 타고 등장하는 공주인 이걸재의 공주아리랑의 읊조림은 새로운 감동으로 왔다. 공주소리는 물음과 되새김의 메나리조의 원형이란 사실이다. 군말이 없고 예로 시나위조의 현란한 치장보다는 안으로 되삮이며 읊는 애수의 아리랑이었다. 그리고 종장 `오시네 오시네'의 회향굿에서 전출연진과 함께 공주지경다지기 출연은 지역축제의 모범이었다.

 

이 공연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한국성이었다. 백제의 완화한 미소가 살아왔다. 말하듯 우리말이 글로 그리고 그 글을 고리타분한 전통기법이 아닌 살아있는 쉬운 한국적인 선율과 리듬으로 춤으로 살아나며, 백제의 삶과 문화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무대에 오른 모든 출연진도 이를 체감하는 듯했다.

 

북측의 10만명이 넘는 지역주민이 출연한 아리랑 공연을 본 적 있다. 그리고 8.15 남북공연을 추진한 적도 있고, 가극 금강 북측 공연도 보았고, 2003년 국립극장 <겨레의 노래뎐>에 고 박흥남 선생 일행을 모셔 백제의 풍속과 역사와 문화가 담긴 "부여산유화가”의 집체만한 노래판을 국악관현악 무대로 만든 적도 있었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있었다. 즉 한국적인 민족가극에 대한 미완의 과제였다.

 

창작 실경극 "공산성 달 밝은 밤”은 분명 민족가극으로서 북측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의 정체성을 갖는 창작민족가극으로 전망할 수 있는 작품이다 과감히 전망해본다. 실제 추전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백제문화제에 새로운 전형을 만들 것이다 생각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백제축제에 무령대왕이 주연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마다 백제문화재 때가 되면 백제의 공주인들은 무령왕을 모시는 등불을 만들고 공산성에 밝힐 것이다. 일본의 마쯔리를 준비하는 옛 백제의 문화잔존을, 오늘 우리가 다시 역으로 삶의 문화 그리고 삶의 축제로 만들 것이다. 백제문화제의 무령대왕을 주체로 세운 뜻과 의지가 그간 이벤트로 전락하고 허장성세 불놀이와 페레이드를 하며 쫒겨 난 백제의 삶과 주인공들이 다시 살아오게 할 것이다.

 

대백제의 꿈과 희망은 무엇인가, 수천년 은인자중한 미소로 달밤에 홀로 춤추는 일본에 가부끼를 전한 백제인 미마지를 생각해 본다. 박성환 작,연출의 생각을 담은 글로 마무리한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갖은 일에 애착과 큰 기대를 갖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반응과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제작진의 기획의도와 연출진의 컨셉이나 작의를 다 간파할 수도,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때론 엉뚱한 비난이 비평의 이름으로, 주관적 잣대가 객관적 시각으로 포장되어 퍼뜨려지기도 하는 것이다. 허나 1시간 짜리 관광쇼에서 레미제라블 급의 스토리텔링과 한국의 현실을 간과하고 장예모 인상시리즈급의 물량공세를 바라면서 비교하는것은 과잉인가 무지인가? 무려 2시간 반이나 되는 대하음악극 무령과 유적의 경관을 드러내는 1시간 실경극 공산성 달 밝은 밤을 쟝르로나 형식으로나 동일시하듯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은 가당한 일인가?

 

드라마와 실경극은 분명 다른 내용적 전개방식이 있다. 그것은 러닝타임. 즉 공연 소요시간이 내용을 강제할 수 밖에 없기에 짧은 시간 안에 아리스토텔레스의 극작법인 일반적 드라마의 기승전결 : 발단-전개- 갈등-해소 라는 극적 구조를 정연한 연극적 방식으로 설명 내지 표현해 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더욱 표방한 바 실경극에서 연극적 대사와 사건의 정밀성은 야외 실경공연장 환경에 적합 치 않다.

 

대부분의 관광예술 작품들에서 보듯이 정연한 스토리 전개 보다는 쉽게 이해할만한 구조하에서 나름의 고유하고 독창적이고 화려한 표현으로 이목을 사로잡아 말 그대로 실경을 활용한 멋진 인상을 심어 주는게 목적이다. 어쨎든 극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평가는 혹독한데 지역민들의 대거 출연을 통한 사건의 전달과 주제의 함축은 기대하는 것처럼 정밀하고 진지하기 쉽지 않다.

 

▲ 김태균 음악평론가.  ©브레이크뉴스

픽션을 통해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미화하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가 되겠지만 역사적 현장인 유적에서 과거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비근하게 재연해내어 보여주는 것도 또 다른 감동의 방법이라고 본다. 전형적인 드라마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시적인 은유와 비유, 직접적 사건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3자의 눈을 빌어 음미하는 감상자적 태도는 극적 허술함 그 이상의 해석이 불가한 것이다.

 

웅진환타지아는 지역민이 직접 참가하는 축제형 공연으로 제목이 정확히 명시하듯이 공연장 실경무대인 공산성, 달 밝은 밤에 과거 역사의 그들을 찾아 만나보는 특별한 집단적 체험이요, 놀이인 것이다. 집단적 신명과 공동체의 긍지가 현장에서 펼쳐지는 역사문화 축제 공연이란 말이다. menary12@hanmail.net

 

*필자/김태균

 

음악평론가, 전 국립극장 기획위원, 전 국립국악원 기획홍보팀장, 삼청각 바람의 도학 작-연출 등 다수 작품 연출. 참한사이버교양대학 교수. 디지털신문 참한 하루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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