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과 똥 이식

옛날에 마을마다 길거리에 널린 개똥을 정말 약으로 썼을까?

박광균 의학박사 | 기사입력 2021/08/10 [16:55]

 

▲ 박광균 의학박사    ©브레이크뉴스

매혈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제 몸의 피를 빼어 팖”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헌혈은 사실상 ‘매혈’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헌혈의 집을 통한 헌혈 횟수를 살펴보면 2014년 189만 건, 2015년 195만 건의 헌혈이 이뤄졌다. 그러나 2016년에 172만 건으로 감소했고, 2017년 179만 건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주목할 만한 헌혈 건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적십자사는 우리나라 혈액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으며, 혈액제제 판매 등을 통해 사실상 기업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7년 적십자사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2017년 한 해에만 혈액제제 및 분장혈장 판매를 통해 3,142억 원, 혈장분획센터를 통한 제품 및 상품 판매를 통해 1,05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적십자사 수익의 절반 이상이 혈액 제제 판매 등 관련 분야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헌혈(獻血)이란 혈액 기증자가 혈액을 기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국가에서 혈액을 돈으로 사고파는 매혈이 아직도 존재하고, 대한민국도 1980년까지 매혈을 하였으나, 1981년 7월 1일 대한적십자사가 혈액관리업무를 전담하면서 매혈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대한적십자사만이 독점하고 있는 체계에 문제점이 지적되어 현재 대한민국에선 대한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 두 곳에서 헌혈 사업을 하고 있다. 1975년 동아일보 사진부장 전민조 작가의 ‘매혈인파’라는 사진을 보면 이른 아침에 서울대병원 앞에 청년들이 피를 팔려고 때로 몰려와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로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생계비를 위해서 또는 학비를 벌기 위해 매혈을 많이 했다고 한다.

 

매혈을 알기 위해 수혈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1628년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가 “동물의 심장과 혈액의 운동에 관한 연구”에서 혈액 순환설을 주장한 이래, 1666년 리차드 로워(Richard Lower)가 동물과 동물 사이에 수혈에 성공한 후, 1667년 로워는 성직자인 코가(Arthur Coga)에게 양의 피를 수혈하였으며, 데니스(Jean Baptiste Denis)가 사람에서 수혈에 성공함으로써 수혈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1823년 블룬델(James Blundell)이 빈사 상태의 산모에게 시도한 수혈이 성공을 거두어 근대 수혈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20세기 초에 본격적인 수혈의 시대가 열렸고, 제2차 세계 대전 중 수혈을 함으로써 많은 부상병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자 혈액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6.25 전쟁으로 인해 1952년에 해군 혈액고가 처음 창설되었고, 1954년에 민간 병원으로 백병원에 혈액고가 설치되어 운영되었지만 1950년대 적십자사는 사설 혈액원과 마찬가지로 매혈에 의존하여 혈액을 공급하였다.1960년 4월 혁명 시 피해자를 위해 자원한 헌혈자로부터 헌혈을 받으며 헌혈운동이 시작되었다.

 

매혈은 혈액을 구매하는 행위(買血)와 판매하는 행위(賣血)를 통칭하는 말이지만, 통상적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판매하는 매혈은 혈액관리법을 통해 금지되었으나, 국가는 헌혈의 대가로 돈을 주었다. 1974년 세계 헌혈의 해를 맞이하여 매혈을 중지하며, 헌혈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사실상 매혈은 금지되었기보다 국가가 관리하게 된 것이다. 1970년에 입법, 시행된 혈액관리법은 ‘채혈 보상액’을 규정하고 있고, 1976년 개정 후에도“유상공혈자에 대한 보상액”을 명시하고 있으며, 1990년 개정 때까지 유지되었다. 1999년 전부 개정에 의해 “혈액 매매행위”는 전면 금지되었다

 

1975년 7월 당시 고재필 보사부 장관은 해마다 혈액 기근을 겪는 것은 국민의 공혈(供血) 정신이 부족한 데 있다고 지적, “혈액 한 병이 위스키 한 병보다 싸서야 말이 되느냐”며 혈액 320㏄ 한 병 값을 3,500원에서 1만원으로 거의 3배 인상했다. 뜻은 좋았지만 피 값 인상으로 피를 팔고자 하는 매혈자가 늘어났다. 이 조치로 서울대와 고려대의 부속병원에 채혈일이 되면 피를 팔려는 사람들이 몰려 이들을 정리하느라 병원 측이 애를 먹기도 했다. 국가적으로 매혈에서 헌혈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지만, 매혈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혈을 통해 어느 정도 혈액의 수요를 충당할 정도의 혈액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요즘에도 모바일 폰을 통해 혈액 부족에 대한 재난 문자를 받는 경우가 있다.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범국민 홍보의 일환으로 재난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도 헌혈만으로 혈액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식(移植)의 사전적 의미는 ‘살아 있는 조직이나 장기를 생체로부터 떼어내어, 같은 개체의 다른 부분 또는 다른 개체에 옮겨 붙이는 일’로 정의한다. 피를 많이 흘리거나 수술 중 피가 부족할 경우 수혈을 받으며, 대머리 경우 모발 이식을 하며, 장기가 손상된 사람은 장기 이식을 받는다. 만성 장염에 시달리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똥 이식이다. 순화된 용어로 배변이식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평소에 무척 흔하던 것도 막상 필요하여 쓰려면 없다는 말이다. ‘까마귀 똥도 약에 쓰려면 오백 냥이라’라는 속담도 있다. 옛날에 마을마다 길거리에 널린 개똥을 정말 약으로 썼을까? 조선시대 한의학자인 허준이 지은 동의 보감에 보면 개똥의 약효에 대해 ‘흰 개의 똥은 살갗의 한 부분이 곪아 고름이 생기는 병인 종기를 치료하는데 효험이 있고, 체증이 오래되어 뱃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병인 적취(몸 안에 쌓인 기로 인하여 덩어리가 생겨서 아픈 병)를 치료하는 데 신기한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화여대 조미숙 교수가 저술한 ‘동의보감에 나타난 식재료와 이용방법’에 탕액(한약을 달인 물)편 금부(새와 관련한 내용)는 12가지 새똥을 기록하였다. 노자시(가마우지 똥), 단웅계분(붉은 수탉 똥), 발합분(흰 산비들기 똥), 백압시(흰 오리 똥), 백합분(흰 비들기 똥), 복익분(박쥐 똥), 연시(제비 똥), 오웅계시백(오골계 수탉 똥), 오자계분(오골계 암탉 똥), 월연시(제비 똥), 웅장시(숫참새 똥), 응시백(매 똥) 등이다. 수부(짐승)에는 낭시(이리 똥), 마시(말 똥), 모서분(숫쥐 똥), 백구시(흰개 똥), 양시(양 똥), 여시(당나귀 똥), 우분(쇠똥), 이분(살쾡이 똥), 저시(돼지 똥), 토시(토끼 똥), 호시(호랑이 및 여우 똥), 등 12가지를 다룬다. 충부(곤충)는 강랑(말똥구리), 구인시(지렁이 똥), 오령지(날다람쥐 똥), 잠사(누에 똥) 등 4가지가 나온다. 탕액편 인부(사람 관련)는 인시(마른 인분)의 효능에 대해 잘 말려서 끓여 먹거나, 물에 타사 즙을 내서 마시라고 한다. 고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그런데 지금 21세기에 들어와서 건강한 사람의 똥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분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ation, FMT)이란 치료법이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des difficile, C. difficile. 짧게 시디프라 함) 장염의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이 처음으로 분변이식술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매슥거리고 불편하고 더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람이 똥을 치료제로 쓰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와서 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이 똥을 약으로 썼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4세기 중국 동진 시대의 ‘신선전’의 저자인 갈홍(Ge Hong)이라는 의사가 식중독과 심한 설사를 앓고 있던 환자에게 인간 똥물(노란 국, yellow soup)을 입으로 먹게 해서 낫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노란 국은 분변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이처럼 똥도 잘 골라서 쓰면 약이 된다는 뜻이다. 또 16세기 명나라 때의 의사로 ‘본초강목’의 저자인 이시진(Li Shizhen)은 발효된 분변액, 신선한 분변액, 마른 변, 아기 분변 등을 심한 설사, 열, 복통, 구토, 변비 등의 증상에 사용했다고 한다. 17세기 이탈리아 아콰펜덴테 지역의 히에로니무스 파브리치우스(Hieronymus Fabricius d‘Aquapendente)는 동물의 분변을 질병이 있는 동물에게 먹이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554년 중종이 57세 때 열병이 심해졌는데 “내의원 제조 등이 의원 박세거와 홍침을 들여보내 상의 증후를 진찰하게 하니 아침에는 맥도(脈度, 맥박이 뛰는 정도)가 어제보다 더 급박하고 열이 더 났으며, 말소리가 간삽한 듯하고 호흡이 급박했다. 즉시 청심원(淸心元, 심장에 쌓인 화열을 식혀서 맑게 하는 환약으로 청심환과 같음)과 소시호탕(小柴胡湯, 병증이 신체의 상하, 내외의 중간 부위에 처하여 가슴이 가득 충만된 듯 답답한 느낌이 있거나 모든 열성병에서 춥고 더움이 왕래하는 증상, 식욕부진, 구토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처방) 및 야인건수(野人乾水)를 들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야인건수가 바로 사람의 똥으로 만든 약이다. 감초를 넣은 대나무 통을 화장실에 넣어 대변이 스며들게 한 후 말려서 만든 것을 야인건수라 하였다. 전염병에 열이 심할 때 먹으면 관속에 든 사람도 살아나온다고 해서 파관탕(破棺湯)이라 하였다. 중종은 파관탕을 8번이나 복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판소리 명창들이 득음하기 위해 목에서 피가 나오고 열이 나면 절간의 똥물을 길어다 끓인 다음 마시고 치료했다는 이야기도 같은 논리선상에 있다. 사극에서 ”장독에는 똥물이 특효약“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똥물은 한의서에 나오는 약재가운데 하나이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대부분 한의서에서 이를 인중황(人中黄)이라 부른다. 이것은 재래식 똥통에 껍질을 벗긴 대나무를 살짝 잠기게 놔두고 시간이 지난 후 대나무 안으로 스며든 맑은 똥물을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는 푸른 껍질을 벗긴 대나무 두 마디 가운데 윗마디에 감초를 넣어 봉하고, 아랫마디만 똥통에 꽂아 두어 한 달 뒤 감초만 꺼내어 바싹 말려 쓴다. 인중황은 성질이 차가워 유행성 열병, 열 때문에 생기는 모든 독과 부스럼, 균독 등을 치료하고, 어혈을 풀어 피를 맑게 하는데 쓴다고 하였다. 장독이란 옛날에 곤장을 심하게 맞아 생긴 상처의 독으로, 매 맞아 생긴 골병이다. 많이 맞았으니 엉덩이 주변에 불이 나고, 열독이 오르고, 살점도 뜯겨나가 헐고 곪았을 것이다. 장독에 인중황을 쓰라는 처방이 없는데도 ”장독에 똥물이 특효“란 말이 생긴 건, 인중황과 장독이 각각 이런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허리나 발목을 삐끗하면 민간요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람 똥과 쌀겨, 감초가루 등을 넣어 만든 탕약인 ‘금즙’은 감기와 만성기침 등의 치료제였다고 한다. 말린 똥은 인시(人屎)라 하여 인중황과 같이 열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서양에서도 오래 전부터 똥을 약으로 쓰는 것은 보고되었다. 설사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랍의 베두인 유목민들은 낙타의 똥을 먹었다. 이질은 2차 대전 중 북아프리카 일부를 점령한 독일군에서 널리 퍼져 있었는데, 독일 군의관은 현지의 베두인들이 이질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고, 독일군이 신선한 낙타 똥을 먹고 이질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낙타의 똥에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유익세균을 발견했고, 이 균은 항생제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 위장관 질환과 비뇨기계 질환을 치료하는 면역조절제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됐다. 또 바시트라신(bacitracin)이라는 항생제가 이 균주로부터 분리돼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독수리는 썩은 고기를 먹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는데, 썩은 고기를 먹고도 멀쩡한 독수리는 자신의 똥을 발에 묻혀 똥 속의 박테리아로 식사 중에 옮길 수 있는 유해세균을 방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사적 기록들은 장내 미생물총의 개념과는 관계없이 단지 인류가 오래전부터 똥을 약재로 썼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다면 장내 미생물총의 병적 불균형 상태(dysbiosis, 장내 미생물 생태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식이 습괸에 따라 그 구성이 복잡 다양하게 변화하며, 이러한 장내 미생물 생태 구성이 불균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하며, 이로 인해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비만 및 당뇨 등과 같은 다양한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를 건강하게 바꾸어 줌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현대 분변이식술의 실제적인 시작은 언제였을까?

 

1957년 미생물 학자였던 스탠리 포코(Stanley Falkow)와 동료는 항생제로 인해 정상적인 세균총이 파괴되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환자의 수술 전 분변을 모아 알약 형태로 만들고 수술 후 자신의 분변을 먹는 실험을 했다. 포코의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노란 국’을 언급한 글에 따르면 의사들이 건강한 기증자의 똥을 줌으로써 다양한 질병을 가진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려고 하는 분변 이식은 적어도 4세기부터 사용되어 왔다. 불행하게도 이 연구는 당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이 실험을 알게 된 후 그는 해고당했다.

 

이 실험에서 관찰된 긍정적 효과는 논문으로 출판되지 못하였지만, 이후 1958년 콜로라도 덴버 종합병원의 외과과장인 아이즈만(Ben Eiseman)은 항생제를 많이 먹은 일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치명적인 설사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처음 보고하였다. 모든 치료에 효과가 없었던 위막성대장염 (pseudomembraneous colitis) 환자 4명에게 건강인의 분변을 관장해서 치료했던 것이다. 이 당시에는 위막성대장염의 원인이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des difficile)이라는 것을 모를 때였는데, 정상 분변의 관장 효과는 아주 놀라웠고 이후 20년간 시행된 약 16예의 치료 성공률은 94%였다. 이후 위막성대장염의 원인이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정상 미생물총 파괴와 시디프균의 활성화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원인균을 없애는 반코마이신(vancomycin) 투여가 주된 치료법이 됐다. 2008년 코러츠(Alexandr Khoruts) 교수에게 다른 병원에서 8개월간 치료가 안 되는 64세 여성 난치성 시디프 장염 환자가 전원 되었다. 이 환자는 하루 종일 15분마다 설사를 하는 바람에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체중도 약 27kg의 감소가 있었다. 코러츠 교수는 7개월간 추가적인 항생제 치료를 시행했으나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음을 확인하고 과거에 시행됐던 '분변 세균치료법'에 대해 공부한 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의 환자는 피지에서 휴가를 보낸 후 신원을 알 수 없는 병원균을 통해 불치병에 걸린 여성이었다. 그는 대체 치료법을 찾기 위해 의학 문헌을 찾아보던 중 1958년 아이즈만 박사에 의해 출판된 논문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대변의 미생물을 검사한 결과 염증의 원인은 바로 시디프라는 이름의 세균으로 밝혀졌다. 시디프는 사람 대장에 사는 대표적인 병원성 미생물로 독소를 만들어 장을 심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 이 결과를 2011년 토마스 보로디(Thomas Borody) 호주 소화기질환센터 센터장과 알렉산더 코러츠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정제해 환자의 장에 넣었더니 위막성대장염 증상이 사라졌으며, 완치율이 90%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종설 소화기내과학 및 간장학’(Nature Reviews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소개하였다.

 

환자 남편의 분변을 주방용 블렌더로 생리식염수에 섞어 갈아서 대장내시경을 통해 환자에게 주입했는데, 이후 환자는 "뭔가 몸 안에서 변화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러더니 15개월간 지속됐던 설사가 시술 이후 단 2일 만에 정상 변을 보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개월 동안 15분마다 설사를 하던 환자가 불과 이틀 만에 정상적으로 대변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팀의 생태학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균은 모양이 단순해서 현미경으로는 종의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 장내 생태계의 구성을 보기 위해서는 현미경이 아닌 유전자 분석법이 사용된다. 세균의 유전자를 해독한 연구팀은 이식 뒤에 환자 대장의 미생물 생태계가 완전히 남편의 것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주 시드니 파이브 독(Five Dock)의 소화기질환센터의 시디프의 경화율은 1차 이식 후 약 95%이며, 2차 이식 시 시디프 치료 시 100%에 근접하였다. 말썽의 주범인 시디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10년간 난치성 시디프에 대한 분변이식술은 약 90%의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여주면서 의료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 잡게 됐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2016년에 대변 이식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했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적절한 환자에게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똥이 치료제가 되는 세상이 온 것일까? 2020년 3월에 대변세균이식센타가 인하대 병원에서 개소되었다. 인하대병원은 2016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선두로 대변세균이식을 통한 시디프 장염 치료를 시행하였고, 논문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잘 알고 지내던 소화기내과 교수인 신용운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그는 ”장내 세균의 균형이 붕괴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장내 세균 구성은 음식물 섭취와 생활방식, 위생상태, 약물복용 등에 따라 변화하는데, 이 외부 요인들을 줄여 균형을 잘 이루는 것이 건강유지의 비결이 될 것“이라 강조하였다.

 

건강한 장에는 유산균, 유익한 대장균 등 ‘이로운 균’이 살모넬라균이나 병원성 대장균 등 ‘해로운 균’에 비해 훨씬 수가 많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로운 균은 음식물을 발효시켜 소화를 돕거나, 장벽에 들러붙어 해로운 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한다. 건강한 장내세균 생태계는 이로운 균이 약 85%, 해로운 균이 약 15% 정도다. 세균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건강하다.

 

그런데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병의 원인이 되는 균뿐만 아니라 장내세균까지 없어지게 된다. 즉 이로운 균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항생제에 강한 시디프가 장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결국 평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독성이 나타난다. 그래서 오랫동안 항생제를 복용한 사람은 위막성대장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시디프는 사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미생물이다. 병원균이긴 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대장에서도 발견된다. 서울대 천종식 교수 연구팀이 진행 중인 시민 과학 프로젝트에 따르면, 건강한 한국인의 5.5%에서도 소량이지만 시디프가 발견된다. 물론 시디프를 가지고 있다고 바로 장염이 생기지는 않는다.

 

2000년대 이후 장내미생물총 이상이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병인으로 알려지면서 분변이식술을 다른 여러 질환에까지 적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분변이식술에서 발생 가능한 부작용도 우려되기는 하지만, 앞으로 장내 미생물총이 건강과 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질수록 '건강인의 똥'을 치료로 사용하는 방법이 더 각광을 받을 것이다. 2006년 워싱턴대학 제프리 고든(Jeffrey Gordon)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실험용 쥐에게 항생제를 먹여 장내 미생물을 모두 제거한 후에, 뚱뚱한 쥐의 대변 미생물을 이식하면 뚱뚱해지고, 날씬한 쥐의 미생물을 이식하면 날씬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사람의 똔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뚱뚱한 사람의 대변 미생물을 넣은 쥐는 뚱뚱해지고, 날씬한 사람의 대변 미생물을 넣은 경우 날씬해졌다.

 

이처럼 대변 연구 가치가 높아지자 주요 선진국들은 대변은행을 설립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픈바이옴에서 2008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사람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연구 예산만 1300억 원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한 상태이다.

 

건강한 사람을 주변에서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앞의 예처럼 환자마다 새로운 대변 기증자를 찾아서 이식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이식할 대변을 전문적으로 선별하여 제공하는 ‘대변은행’도 만들어지고 있다. 대변 은행도 2012년 자비에르(Joao Xavier) 교수를 포함해 몇몇 교수가 주축이 되어 MIT에 처음 설립된 이후 서구 많은 나라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가장 큰 대변은행은 2013년에 설립된 미국 보스턴에 있는 ‘오픈바이옴(OpenBiome)’이다. 이 비영리기관은 미국 내 1000개 이상의 병원에 이식용 대변 미생물을 제공한다. 이후 2016년부터 캐나다와 영국[영국 국가 건강서비스(NHS)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증 환자 치료를 위해 냉동 배설물 은행을 설립하였다], 네덜란드[배설물기증은행(Nederlandse Donor Feces Bank, NDFB)], 호주(BiomeBank) 등에 대변은행이 생겼고, 국내에서는 2016년 10월 바이오뱅크힐링(분당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가 이끌고 있음)이 최초로 대변은행을 설립하였으며, 2017년 김석진좋은균연구소가 ‘골드바이옴(GoldBiome)’을 열었다. 공여자에 따라 미생물의 종류와 양이 다르므로, 의약품처럼 균일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이식을 받는 환자로서는 좀 더 좋은 생태계를 받기 원하겠지만, 어떤 것이 좋은 마이크로바이옴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다만 많은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이 되어 있기에 공여자가 당뇨나 비만 같은 질환의 병력이 없고, 대변이나 핏속에 병원성 미생물이 없어야 한다. 오픈바이옴의 경우 약 5% 미만의 공여자만 이런 어려운 조건을 통과한다고 한다. 똥을 기부하는 것도 아주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이곳은 한번 대변을 기증하는데 $60를 보상해 주고 있으며 주기적인 기증자는 월 $250를 받아가고 있다. 흔히 가격이 낮은 것을 표현할 경우 ‘똥값’이라는 표현을 쓴다. 오픈바이옴은 똥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연간 1천만 원의 돈을 제공하고 있으며, 2016년에 질이 좋은 대변의 경우 1,500만원까지 지급하기도 하였다. 사람의 대변 1 g에는 약 1,000 종류의 미생물이 1,000억~1조개 가량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변 기증자에 대한 사례금 지급과 관련된 법령이 아직 제정되지 않아 사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변 기증자에게 교통비 정도의 사례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며, 추후 금액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면역 치료제는 현재 암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인다. 그래서 이를 처음 발견한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과 혼조 다스쿠(Tasuku Honjo) 교수는 2018년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면역 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1월 시카고 의대, 엠디 앤더슨 암 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프랑스 그룹이 대변 이식이 면역 치료제의 암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논문을 학술지 사이언스에 연달아 발표했다. 즉 면역 치료제가 효과 없는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환자의 변을 이식해 준 후 면역 치료제로 치료하면 암이 낫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면역 치료제의 부작용마저 없애준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변으로 암을 치료하는 세상이 열릴 것 같다.

 

반추동물인 소, 양, 기린, 사슴, 낙타 등이 스스로 풀을 소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동물들은 위에 있는 미생물 도움으로 스스로는 소화할 수 없는 거친 풀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나 쥐 같은 동물은 위나 소장에서 식이섬유를 거의 소화할 수 없다. 소화되지 않은 식이섬유가 대장에 도달하면 그곳에 사는 미생물이 소화하고 초산(acetic acid, 탄소 2개),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탄소 3개), 낙산(butyric acid, 탄소 4개)과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이라는 생체물질을 많이 만들어낸다. 짧은 사슬 지방산은 우리 장에서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우리 장을 튼튼하게 보호하며, 면역계를 안정시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지방 축적을 막거나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과식을 막아 비만을 예방하기도 한다. 쌍둥이 중 정상 체중인 사람은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드는 세균이 많고, 뚱뚱한 사람에게는 적다. 생쥐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되어 짧은 사슬 지방산이 비만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비만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미생물 주요 먹이인 식이섬유 섭취가 적어, 장내에서 짧은 사슬 지방산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짧은 사슬 지방산에 관해 많이 알려졌지만, 장내세균이 만드는 대사산물은 이 외에도 많아 이들만의 작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혈액 내에서 발견되는 대사산물의 약 30~80%는 장내세균이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장내세균의 작용이 무궁무진하여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32살의 한 여성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Newport) 병원에서 받은 대변 이식은 이 시술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더 알아야 되는지 말해준다. 재발성 시디프 장염으로 고생하던 이 환자는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16살인 딸의 대변을 이식받았다. 당시에 딸의 몸무게는 63㎏(BMI 26.4)으로 약간은 과체중이지만 비만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식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다행히 장염도 말끔히 나았다. 그런데 이후 16개월 만에 환자의 몸무게가 15㎏이나 늘었다. 평생 한 번도 비만이 된 적이 없는 이 환자는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한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변 이식 후에 체질량지수(BMI)가 33인 비만 환자가 된 것이다. 이식 당시에 과체중이었던 딸도 같은 기간에 14㎏이나 몸무게가 늘었다고 한다.

 

2015년 이 증례를 보고한 알랑(Neha Allang)과 콜린 켈리(Collen R. Kelly)는 이식에 사용된 딸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생쥐를 이용한 비슷한 실험을 통해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있음이 증명된 적이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장내 미생물을 바꿔서 비만을 치료할 가능성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대변이 아무래도 불안하다면 자신의 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백혈병이나 암 등의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의 일종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시술이 있다. 이 과정은 감염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환자는 강력한 항생제 처치를 예방 차원에서 받게 되는데, 이때 장내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안 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에서는 파머(Eric Pamer)와 자비에르(Joao Xavier)가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환자 14명의 대변을 항생제 복용 전에 받아서 냉동 보관했다.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끝난 뒤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았다. 연구진이 미생물 유전자 해독을 통해 살펴본 결과 항생제 치료 뒤에 급격히 다양성이 떨어졌으나 자신의 대변을 이식한 뒤엔 예전과 거의 유사한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로 복원이 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dl 결과는 2018년 9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보고되었다. 우리가 아직 미처 모르는 부작용을 피하면서도 항생제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대장을 노리는 세균이 시디프만은 아니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서 한번 걸리면 치료가 몹시 어려운 세균을 ‘슈퍼박테리아’라 부른다. 대변에서 이런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되면 굳이 아프지 않아도 병원에서 오랜 기간 격리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슈퍼박테리아가 감염된 곳이 만약 대장이라면, 시디프 치료와 같은 개념으로 대변 이식을 이용한 생태계 복원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땅히 사용할 항생제가 없는 경우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는 이 방법은 미국,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에서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사람의 대변을 약으로 사용하는 동양의 전통은 이미 천년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원리가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실제 치료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제 20년 남짓 된 일이다. 아무리 생명이 위급하더라도 대변을 약으로 쓰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과학의 역할은 대변 이식이 아닌 개인에게 맞추어 정밀하게 생태계 균형을 맞춰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생명과학 중에서도 기초분야에 속하는 생태학이 의학에 접목돼야 이것이 가능하다. 획기적인 방법이 제시될 때까지는 조금은 원시적인 대변 이식이 한동안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당분간은 똥도 약인 시대인 것이다. 김석진 좋은균연구소 소장은 “건강 상태가 우수하지 않은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엄격하고 까다로운 테스트에 합격해야 대변을 기증할 수 있는데, 합격률이 100명 중 고작 4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고홍 교수팀에 의하면 대변 기증을 원하는 사람들 중 90%가 건강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한 분변공여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 똥이나 기증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변 채취 후 대변은행으로 보내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대변을 채취한 후 시간이 지나면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거리 측면에 있어 서울, 경기 권역에서 채취된 변이 아니면 기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변이식술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높은 문제도 있다.

 

최근 건강한 똥은 대장을 넘어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다. 3월 독일 막스플랑크노화생물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Biology of Aging) 연구팀은 생애 주기가 짧고 노화과정이 인간과 비슷한 터콰이즈 킬리피시(African Turquoise Killifish, Nothobranchius furzeri)를 이용해, 나이든 물고기의 장에 어린 물고기의 변을 이식했더니 수명이 늘어나고 노화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석진 소장은 “당뇨 환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장내세균의 생태계가 조금씩 다르다”고 밝혔다. 당뇨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장내세균 중에서 퍼미쿠테스(Fermicutes) 속이 적고 베루코미크로비아(Verrucomicrobia, 우미균류)가 많이 산다. 이에 따라 낙산처럼 이로운 균이 생산하는 물질이 줄어들고, 해로운 균이 증식할 수 있다. 그래서 “비만과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의 경우 공통적으로 부족한 세균을 이식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도파민 관련 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가바(GABA)라는 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이 많다는 것이다. 사지 나오키(Naoki Saji) 일본국립장수질병센터 교수팀은 74세 이상 노인 128명을 대상으로 대변을 분석한 결과, 치매 환자의 장내 미생물에는 유독성 섬유소를 인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당류로 분해시키는 유익세균(Bacteroids)의 수가 적다고 보고하였다. 다만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속 세균 수치는 치매 환자가 높았다. dl 결과는 2019년 1월에 Scientific Reports에 발표 되었다. 폴 패터슨(Paul Patterson)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팀은 2013년 특정 장내 미생물의 존재 유무가 유아의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5월에는 프란시스코 킨타나(Francisco Quintana)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이 장내미생물이 영양분을 먹고 배출한 물질이 퇴행성 뇌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변 이식술이 아직은 시디프 감염증에 한해 시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장 질환이나 전신 질환에까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분당병원 이동호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는 궤양성대장염, 과민성장증후군 등 치료에 쓰인다."며 "해외에선 자폐증, 당뇨병, 비만, 치매,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 치료를 위해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최근엔 암 환자 중 면역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나, 코로나19 등 감염병 치료까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란 임상 연구들이 나오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일본 와세다 대학의 하토리(Satoshi Hattori) 교수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늙은 사람은 젊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피부 박테리아의 종류는 더 다양해지지만, 유익한 박테리아 비율이 현저히 낮다. 또한 홍콩대학의 패트릭 리(Patrick Lee) 교수에 따르면, 식단 및 생활습관은 물론 자외선, 미세먼지 등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파괴할 수 있는 주된 원인이라 하였다. 결국 우리의 건강한 피부와 아름다움도 미생물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인간의 모든 질병과 건강은 물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역까지 미생물로 설명하려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에 들어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원인과 치료법을 밝히지 못한 질병이 많다. 오히려 늘어나는 질환도 있다.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은 은 과거 한국인에게는 드문 병이었지만 최근 들어 발병률이 급증했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이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장내 미생물만 개선해도 만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김이나 미역은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만이 즐겨 먹는다. 원래는 사람이 이들을 소화할 수 없었는데, 김이나 미역과 함께 체내로 들어온 균이 장내에 정착함으로써 김과 미역 등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변 환경과 식습관에 따라 장에 서식하는 균은 다르게 존재하여 우리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의 변화가 따르고 나아가 전에는 없던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2021년 대변 이식을 통해 항암면역치료에 반응이 없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 암센터와 미국 국립암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항암면역치료에 실패한 흑색종 환자를 1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대변 미생물 이식을 시행한 후, 항암면역치료제인 'PD-1'로 치료를 시도했다. 연구 결과, 대변 미생물 이식과 항암면역치료제를 병행한 흑색종 환자 15명 중 6명은 1년 이상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등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들은 대변 미생물 이식을 받기 전에는 항암면역치료제에 아무런 반응이 없던 환자들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나타난 원인 역시 장내 미생물 덕분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연구를 주도한 디와카르 다바르(Diwakar Davar) 박사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많으면 항암면역치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아직은 매우 효과적인 유익세균을 온전하게 키워 장까지 보내는 기술이 부족하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 이를 가능케 할 차세대 미생물이 등장한다면 '만병치료약'으로 거듭날지 모른다. 이동호 교수는 "기존까지 약은 단순한 화학물질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미생물, 즉 살아있는 생물이 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생채유래약물(LBP, Live Biotherapeutics Product)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수혈과 똥 이식

 

매혈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제 몸의 피를 빼어 팖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헌혈은 사실상 매혈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헌혈의 집을 통한 헌혈 횟수를 살펴보면 2014189만 건, 2015195만 건의 헌혈이 이뤄졌다. 그러나 2016년에 172만 건으로 감소했고, 2017179만 건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주목할 만한 헌혈 건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적십자사는 우리나라 혈액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으며, 혈액제제 판매 등을 통해 사실상 기업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7년 적십자사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2017년 한 해에만 혈액제제 및 분장혈장 판매를 통해 3,142억 원, 혈장분획센터를 통한 제품 및 상품 판매를 통해 1,05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적십자사 수익의 절반 이상이 혈액 제제 판매 등 관련 분야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헌혈(獻血)이란 혈액 기증자가 혈액을 기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국가에서 혈액을 돈으로 사고파는 매혈이 아직도 존재하고, 대한민국도 1980년까지 매혈을 하였으나, 198171일 대한적십자사가 혈액관리업무를 전담하면서 매혈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대한적십자사만이 독점하고 있는 체계에 문제점이 지적되어 현재 대한민국에선 대한적십자사와 한마음혈액원 두 곳에서 헌혈 사업을 하고 있다. 1975년 동아일보 사진부장 전민조 작가의 매혈인파라는 사진을 보면 이른 아침에 서울대병원 앞에 청년들이 피를 팔려고 때로 몰려와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로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생계비를 위해서 또는 학비를 벌기 위해 매혈을 많이 했다고 한다.

 

매혈을 알기 위해 수혈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1682년 윌리엄 하비(William Harvey)가 혈액 순환설을 주장한 이래, 1666년 리차드 로워(Richard Lower)가 동물과 동물 사이에 수혈에 성공한 후, 1667년 로워는 성직자인 코가(Arthur Coga)에게 양의 피를 수혈하였으며, 데니스(Jean Baptiste Denis)가 사람에서 수혈에 성공함으로써 수혈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1823년 블룬델(James Blundell)이 빈사 상태의 산모에게 시도한 수혈이 성공을 거두어 근대 수혈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20세기 초에 본격적인 수혈의 시대가 열렸고, 2차 세계 대전 중 수혈을 함으로써 많은 부상병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자 혈액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6.25 전쟁으로 인해 1952년에 해군 혈액고가 처음 창설되었고, 1954년에 민간 병원으로 백병원에 혈액고가 설치되어 운영되었지만 1950년대 적십자사는 사설 혈액원과 마찬가지로 매혈에 의존하여 혈액을 공급하였다.19604월 혁명 시 피해자를 위해 자원한 헌혈자로부터 헌혈을 받으며 헌혈운동이 시작되었다.

 

매혈은 혈액을 구매하는 행위(買血)와 판매하는 행위(賣血)를 통칭하는 말이지만, 통상적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판매하는 매혈은 혈액관리법을 통해 금지되었으나, 국가는 헌혈의 대가로 돈을 주었다. 1974년 세계 헌혈의 해를 맞이하여 매혈을 중지하며, 헌혈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사실상 매혈은 금지되었기보다 국가가 관리하게 된 것이다. 1970년에 입법, 시행된 혈액관리법은 채혈 보상액을 규정하고 있고, 1976년 개정 후에도유상공혈자에 대한 보상액을 명시하고 있으며, 1990년 개정 때까지 유지되었다. 1999년 전부 개정에 의해 혈액 매매행위는 전면 금지되었다

 

19757월 당시 고재필 보사부 장관은 해마다 혈액 기근을 겪는 것은 국민의 공혈(供血) 정신이 부족한 데 있다고 지적, “혈액 한 병이 위스키 한 병보다 싸서야 말이 되느냐며 혈액 320한 병 값을 3,500원에서 1만원으로 거의 3배 인상했다. 뜻은 좋았지만 피 값 인상으로 피를 팔고자 하는 매혈자가 늘어났다. 이 조치로 서울대와 고려대의 부속병원에 채혈일이 되면 피를 팔려는 사람들이 몰려 이들을 정리하느라 병원 측이 애를 먹기도 했다. 국가적으로 매혈에서 헌혈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지만, 매혈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혈을 통해 어느 정도 혈액의 수요를 충당할 정도의 혈액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요즘에도 모바일 폰을 통해 혈액 부족에 대한 재난 문자를 받는 경우가 있다. 헌혈을 독려하기 위한 범국민 홍보의 일환으로 재난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그만큼 아직도 헌혈만으로 혈액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식(移植)의 사전적 의미는 살아 있는 조직이나 장기를 생체로부터 떼어내어, 같은 개체의 다른 부분 또는 다른 개체에 옮겨 붙이는 일로 정의한다. 피를 많이 흘리거나 수술 중 피가 부족할 경우 수혈을 받으며, 대머리 경우 모발 이식을 하며, 장기가 손상된 사람은 장기 이식을 받는다. 만성 장염에 시달리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똥 이식이다. 순화된 용어로 배변이식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평소에 무척 흔하던 것도 막상 필요하여 쓰려면 없다는 말이다. ‘까마귀 똥도 약에 쓰려면 오백 냥이라라는 속담도 있다. 옛날에 마을마다 길거리에 널린 개똥을 정말 약으로 썼을까? 조선시대 한의학자인 허준이 지은 동의 보감에 보면 개똥의 약효에 대해 흰 개의 똥은 살갗의 한 부분이 곪아 고름이 생기는 병인 종기를 치료하는데 효험이 있고, 체증이 오래되어 뱃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병인 적취(몸 안에 쌓인 기로 인하여 덩어리가 생겨서 아픈 병)를 치료하는 데 신기한 효과가 있다고 적고 있다. 이화여대 조미숙 교수가 저술한 동의보감에 나타난 식재료와 이용방법에 탕액(한약을 달인 물)편 금부(새와 관련한 내용)12가지 새똥을 기록하였다. 노자시(가마우지 똥), 단웅계분(붉은 수탉 똥), 발합분(흰 산비들기 똥), 백압시(흰 오리 똥), 백합분(흰 비들기 똥), 복익분(박쥐 똥), 연시(제비 똥), 오웅계시백(오골계 수탉 똥), 오자계분(오골계 암탉 똥), 월연시(제비 똥), 웅장시(숫참새 똥), 응시백(매 똥) 등이다. 수부(짐승)에는 낭시(이리 똥), 마시(말 똥), 모서분(숫쥐 똥), 백구시(흰개 똥), 양시(양 똥), 여시(당나귀 똥), 우분(쇠똥), 이분(살쾡이 똥), 저시(돼지 똥), 토시(토끼 똥), 호시(호랑이 및 여우 똥), 12가지를 다룬다. 충부(곤충)는 강랑(말똥구리), 구인시(지렁이 똥), 오령지(날다람쥐 똥), 잠사(누에 똥) 4가지가 나온다. 탕액편 인부(사람 관련)는 인시(마른 인분)의 효능에 대해 잘 말려서 끓여 먹거나, 물에 타사 즙을 내서 마시라고 한다. 고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그런데 지금 21세기에 들어와서 건강한 사람의 똥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분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ation, FMT)이란 치료법이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des difficile, C. difficile. 짧게 시디프라 함) 장염의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성모병원이 처음으로 분변이식술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등 대형 병원에서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매슥거리고 불편하고 더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람이 똥을 치료제로 쓰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와서 일까?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이 똥을 약으로 썼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4세기 중국 동진 시대의 신선전의 저장인 갈홍(Ge Hong)이라는 의사가 식중독과 심한 설사를 앓고 있던 환자에게 인간 똥물(노란 국, yellow soup)을 입으로 먹게 해서 낫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노란 국은 분변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이처럼 똥도 잘 골라서 쓰면 약이 된다는 뜻이다. 16세기 명나라 때의 의사로 본초강목의 저자인 이시진(Li Shizhen)은 발효된 분변액, 신선한 분변액, 마른 변, 아기 분변 등을 심한 설사, , 복통, 구토, 변비 등의 증상에 사용했다고 한다. 17세기 이탈리아 아콰펜덴테 지역의 히에로니무스 파브리치우스(Hieronymus Fabricius d‘Aquapendente)는 동물의 분변을 질병이 있는 동물에게 먹이는 치료를 시행하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554년 중종이 57세 때 열병이 심해졌는데 내의원 제조 등이 의원 박세거와 홍침을 들여보내 상의 증후를 진찰하게 하니 아침에는 맥도(脈度, 맥박이 뛰는 정도)가 어제보다 더 급박하고 열이 더 났으며, 말소리가 간삽한 듯하고 호흡이 급박했다. 즉시 청심원(淸心元, 심장에 쌓인 화열을 식혀서 맑게 하는 환약으로 청심환과 같음)과 소시호탕(小柴胡湯, 병증이 신체의 상하, 내외의 중간 부위에 처하여 가슴이 가득 충만된 듯 답답한 느낌이 있거나 모든 열성병에서 춥고 더움이 왕래하는 증상, 식욕부진, 구토 등을 치료하는 e 사용하는 처방) 및 야인건수(野人乾水)를 들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야인건수가 바로 사람의 똥으로 만든 약이다. 감초를 넣은 대나무 통을 화장실에 넣어 대변이 스며들게 한 후 말려서 만든 것을 야인건수라 하였다. 전염병에 열이 심할 때 먹으면 관속에 든 사람도 살아나온다고 해서 파관탕(破棺湯)이라 하였다. 중종은 파관탕을 8번이나 복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판소리 명창들이 득음하기 위해 목에서 피가 나오고 열이 나면 절간의 똥물을 길어다 끓인 다음 마시고 치료했다는 이야기도 같은 논리선상에 있다. 사극에서 장독에는 똥물이 특효약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똥물은 한의서에 나오는 약재가운데 하나이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대부분 한의서에서 이를 인중황(人中黄)이라 부른다. 이것은 재래식 똥통에 껍질을 벗긴 대나무를 살짝 잠기게 놔두고 시간이 지난 후 대나무 안으로 스며든 맑은 똥물을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는 푸른 껍질을 벗긴 대나무 두 마디 가운데 윗마디에 감초를 넣어 봉하고, 아랫마디만 똥통에 꽂아 두어 한 달 뒤 감초만 꺼내어 바싹 말려 쓴다. 인중황은 성질이 차가워 유행성 열병, 열 때문에 생기는 모든 독과 부스럼, 균독 등을 치료하고, 어혈을 풀어 피를 맑게 하는데 쓴다고 하였다. 장독이란 옛날에 곤장을 심하게 맞아 생긴 상처의 독으로, 매 맞아 생긴 골병이다. 많이 맞았으니 엉덩이 주변에 불이 나고, 열독이 오르고, 살점도 뜯겨나가 헐고 곪았을 것이다. 장독에 인중황을 쓰라는 처방이 없는데도 장독에 똥물이 특효란 말이 생긴 건, 인중황과 장독이 각각 이런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허리나 발목을 삐끗하면 민간요법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사람 똥과 쌀겨, 감초가루 등을 넣어 만든 탕약인 금즙은 감기와 만성기침 등의 치료제였다고 한다. 말린 똥은 인시(人屎)라 하여 인중황과 같이 열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서양에서도 오래 전부터 똥을 약으로 쓰는 것은 보고되었다. 설사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랍의 베두인 유목민들은 낙타의 똥을 먹었다. 이질은 2차 대전 중 북아프리카 일부를 점령한 독일군에서 널리 퍼져 있었는데, 독일 군의관은 현지의 베두인들이 이질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고, 독일군이 신선한 낙타 똥을 먹고 이질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낙타의 똥에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라는 유익세균을 발견했고, 이 균은 항생제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 위장관 질환과 비뇨기계 질환을 치료하는 면역조절제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됐다. 또 바시트라신(bacitracin)이라는 항생제가 이 균주로부터 분리돼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독수리는 썩은 고기를 먹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는데, 썩은 고기를 먹고도 멀쩡한 독수리는 자신의 똥을 발에 묻혀 똥 속의 박테리아로 식사 중에 옮길 수 있는 유해세균을 방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사적 기록들은 장내 미생물총의 개념과는 관계없이 단지 인류가 오래전부터 똥을 약재로 썼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다면 장내 미생물총의 병적 불균형 상태(dysbiosis, 장내 미생물 생태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과 식이 습괸에 따라 그 구성이 복잡 다양하게 변화하며, 이러한 장내 미생물 생태 구성이 불균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하며, 이로 인해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비만 및 당뇨 등과 같은 다양한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를 건강하게 바꾸어 줌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현대 분변이식술의 실제적인 시작은 언제였을까?

 

1957년 미생물 학자였던 스텐리 페이코(Stanley Falkow)와 동료는 항생제로 인해 정상적인 세균총이 파괴되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환자의 수술 전 분변을 모아 알약 형태로 만들고 수술 후 자신의 분변을 먹는 실험을 했다. 페이코의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노란 국을 언급한 글에 따르면 의사들이 건강한 기증자의 똥을 줌으로써 다양한 질병을 가진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려고 하는 분변 이식은 적어도 4세기부터 사용되어 왔다. 불행하게도 이 연구는 당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이 실험을 알게 된 후 그는 해고당했다.

 

이 실험에서 관찰된 긍정적 효과는 논문으로 출판되지 못하였지만, 이후 1958년 콜로라도 덴버 종합병원의 외과과장인 아이즈만(Ben Eiseman)은 항생제를 많이 먹은 일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치명적인 설사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처음 보고하였다. 모든 치료에 효과가 없었던 위막성대장염 (pseudomembraneous colitis) 환자 4명에게 건강인의 분변을 관장해서 치료했던 것이다. 이 당시에는 위막성대장염의 원인이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lostridiodes difficile)이라는 것을 모를 때였는데, 정상 분변의 관장 효과는 아주 놀라웠고 이후 20년간 시행된 약 16예의 치료 성공률은 94%였다. 이후 위막성대장염의 원인이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정상 미생물총 파괴와 시디프균의 활성화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원인균을 없애는 반코마이신(vancomycin) 투여가 주된 치료법이 됐다. 2008년 코러츠(Alexandr Khoruts) 교수에게 다른 병원에서 8개월간 치료가 안 되는 64세 여성 난치성 시디프 장염 환자가 전원 되었다. 이 환자는 하루 종일 15분마다 설사를 하는 바람에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체중도 약 27kg의 감소가 있었다. 코러츠 교수는 7개월간 추가적인 항생제 치료를 시행했으나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음을 확인하고 과거에 시행됐던 '분변 세균치료법'에 대해 공부한 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의 환자는 피지에서 휴가를 보낸 후 신원을 알 수 없는 병원균을 통해 불치병에 걸린 여성이었다. 그는 대체 치료법을 찾기 위해 의학 문헌을 찾아보던 중 1958년 아이즈만 박사에 의해 출판된 논문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대변의 미생물을 검사한 결과 염증의 원인은 바로 시디프라는 이름의 세균으로 밝혀졌다. 시디프는 사람 대장에 사는 대표적인 병원성 미생물로 독소를 만들어 장을 심하게 망가뜨릴 수 있다. 이 결과를 2011년 토마스 보로디(Thomas Borody) 호주 소화기질환센터 센터장과 알렉산더 코러츠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정제해 환자의 장에 넣었더니 위막성대장염 증상이 사라졌으며, 완치율이 90%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종설 소화기내과학 및 간장학’(Nature Reviews Gastroenterology & Hepatology)에 소개하였다.

 

환자의 오빠의 분변을 주방용 블렌더로 생리식염수에 섞어 갈아서 대장내시경을 통해 환자에게 주입했는데, 이후 환자는 "뭔가 몸 안에서 변화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러더니 15개월간 지속됐던 설사가 시술 이후 단 2일 만에 정상 변을 보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개월 동안 15분마다 설사를 하던 환자가 불과 이틀 만에 정상적으로 대변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팀의 생태학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균은 모양이 단순해서 현미경으로는 종의 구분이 안 된다. 그래서 장내 생태계의 구성을 보기 위해서는 현미경이 아닌 유전자 분석법이 사용된다. 세균의 유전자를 해독한 연구팀은 이식 뒤에 환자 대장의 미생물 생태계가 완전히 오빠의 것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주 시드니 파이브 독(Five Dock)의 소화기질환센터의 시디프의 경화율은 1차 이식 후 약 95%이며, 2차 이식 시 시디프 치료 시 100%에 근접하였다. 말썽의 주범인 시디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10년간 난치성 시디프에 대한 분변이식술은 약 90%의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여주면서 의료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 잡게 됐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2016년에 대변 이식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했고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적절한 환자에게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짜 똥이 치료제가 되는 세상이 온 것일까?

 

건강한 장에는 유산균, 유익한 대장균 등 이로운 균이 살모넬라균이나 병원성 대장균 등 해로운 균에 비해 훨씬 수가 많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로운 균은 음식물을 발효시켜 소화를 돕거나, 장벽에 들러붙어 해로운 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한다. 건강한 장내세균 생태계는 이로운 균이 약 85%, 해로운 균이 약 15% 정도다. 세균의 종류가 다양할수록 건강하다.

 

그런데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병의 원인이 되는 균뿐만 아니라 장내세균까지 없어지게 된다. 즉 이로운 균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항생제에 강한 시디프가 장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결국 평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독성이 나타난다. 그래서 오랫동안 항생제를 복용한 사람은 위막성대장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시디프는 사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미생물이다. 병원균이긴 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대장에서도 발견된다. 서울대 천종식 교수 연구팀이 진행 중인 시민 과학 프로젝트에 따르면, 건강한 한국인의 5.5%에서도 소량이지만 시디프가 발견된다. 물론 시디프를 가지고 있다고 바로 장염이 생기지는 않는다.

 

2000년대 이후 장내미생물총 이상이 여러 가지 질환을 일으키는 병인으로 알려지면서 분변이식술을 다른 여러 질환에까지 적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분변이식술에서 발생 가능한 부작용도 우려되기는 하지만, 앞으로 장내 미생물총이 건강과 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질수록 '건강인의 똥'을 치료로 사용하는 방법이 더 각광을 받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을 주변에서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앞의 예처럼 환자마다 새로운 대변 기증자를 찾아서 이식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이식할 대변을 전문적으로 선별하여 제공하는 대변은행도 만들어지고 있다. 변 은행도 2012년 자비에르(Joao Xavier) 교수를 포함해 몇몇 교수가 주축이 되어 MIT에 처음 설립된 이후 서구 많은 나라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가장 큰 대변은행은 2013년에 설립된 미국 보스턴에 있는 오픈바이옴(OpenBiome)’이다. 이 비영리기관은 미국 내 1000개 이상의 병원에 이식용 대변 미생물을 제공한다. 이후 2016년부터 캐나다와 영국, 네덜란드[배설물기증은행(Nederlandse Donor Feces Bank, NDFB)], 호주(BiomeBank) 등에 대변은행이 생겼고, 국내에서는 6월 아시아 최초로 김석진좋은균연구소가 골드바이옴(GoldBiome)’을 열었다. 공여자에 따라 미생물의 종류와 양이 다르므로, 의약품처럼 균일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이식을 받는 환자로서는 좀 더 좋은 생태계를 받기 원하겠지만, 어떤 것이 좋은 마이크로바이옴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다만 많은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이 되어 있기에 공여자가 당뇨나 비만 같은 질환의 병력이 없고, 대변이나 핏속에 병원성 미생물이 없어야 한다. 오픈바이옴의 경우 약 5% 미만의 공여자만 이런 어려운 조건을 통과한다고 한다. 똥을 기부하는 것도 아주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이곳은 한번 대변을 기증하는데 $60를 보상해 주고 있으며 주기적인 기증자는 월 $250를 받아가고 있다.

 

면역 치료제는 현재 암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인다. 그래서 이를 처음 발견한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과 혼조 다스쿠(Tasuku Honjo) 교수는 2018년 이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면역 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20181월 시카고 의대, 엠디 앤더슨 암 센터, 프랑스 그룹이 변 이식이 면역 치료제의 암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논문을 학술지 사이언스에 연달아 발표했다. 즉 면역 치료제가 효과 없는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환자의 변을 이식해 준 후 면역 치료제로 치료하면 암이 낫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면역 치료제의 부작용마저 없애준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변으로 암을 치료하는 세상이 열릴 것 같다.

 

반추동물인 소, , 기린, 사슴, 낙타 등이 스스로 풀을 소화할 수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동물들은 위에 있는 미생물 도움으로 스스로는 소화할 수 없는 거친 풀을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나 쥐 같은 동물도 위나 소장에서 식이섬유를 거의 소화할 수 없다. 소화되지 않은 식이섬유가 대장에 도달하면 그곳에 사는 미생물이 소화하고 아세트산(acetic acid, 탄소 2),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탄소 3), 낙산(butyric acid, 탄소 4)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Short Chain Fat Acid)’이라는 생체물질을 많이 만들어낸다. 짧은 사슬 지방산은 우리 장에서 흡수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우리 장을 튼튼하게 보호하며, 면역계를 안정시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지방 축적을 막거나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과식을 막아 비만을 예방하기도 한다. 쌍둥이 중 정상 체중인 사람은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드는 세균이 많고, 뚱뚱한 사람에게는 적다. 생쥐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되어 짧은 사슬 지방산이 비만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비만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미생물 주요 먹이인 식이섬유 섭취가 적어, 장내에서 짧은 사슬 지방산이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짧은 사슬 지방산에 관해 많이 알려졌지만, 장내세균이 만드는 대사산물은 이 외에도 많아 이들만의 작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혈액 내에서 발견되는 대사산물의 약 30~80%는 장내세균이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장내세균의 작용이 무궁무진하여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32살의 한 여성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Newport) 병원에서 받은 대변 이식은 이 시술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더 알아야 되는지 말해준다. 재발성 시디프 장염으로 고생하던 이 환자는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16살인 딸의 대변을 이식받았다. 당시에 딸의 몸무게는 63(BMI 26.4)으로 약간은 과체중이지만 비만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식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다행히 장염도 말끔히 나았다. 그런데 이후 16개월 만에 환자의 몸무게가 15이나 늘었다. 평생 한 번도 비만이 된 적이 없는 이 환자는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한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변 이식 후에 체질량지수(BMI)33인 비만 환자가 된 것이다. 이식 당시에 과체중이었던 딸도 같은 기간에 14이나 몸무게가 늘었다고 한다.

 

2015년 이 증례를 보고한 알랑(Neha Allang)과 콜린 켈리(Collen R. Kelly)는 이식에 사용된 딸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미 생쥐를 이용한 비슷한 실험을 통해 비만을 일으키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있음이 증명된 적이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장내 미생물을 바꿔서 비만을 치료할 가능성도 보여준다.

 

다른 사람의 대변이 아무래도 불안하다면 자신의 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백혈병이나 암 등의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의 일종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시술이 있다. 이 과정은 감염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환자는 강력한 항생제 처치를 예방 차원에서 받게 되는데, 이때 장내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는 파머(Eric Pamer)와 자비에르가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환자 14명의 대변을 항생제 복용 전에 받아서 냉동 보관했다. 환자는 조혈모세포 이식이 끝난 뒤 남의 것이 아닌 자신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았다. 연구진이 미생물 유전자 해독을 통해 살펴본 결과 항생제 치료 뒤에 급격히 다양성이 떨어졌으나 자신의 대변을 이식한 뒤엔 예전과 거의 유사한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로 복원이 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아직 미처 모르는 부작용을 피하면서도 항생제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대장을 노리는 세균이 시디프만은 아니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어서 한번 걸리면 치료가 몹시 어려운 세균을 슈퍼박테리아라 부른다. 대변에서 이런 슈퍼박테리아가 발견되면 굳이 아프지 않아도 병원에서 오랜 기간 격리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슈퍼박테리아가 감염된 곳이 만약 대장이라면, 시디프 치료와 같은 개념으로 대변 이식을 이용한 생태계 복원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땅히 사용할 항생제가 없는 경우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는 이 방법은 미국, 이스라엘 등 여러 나라에서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사람의 대변을 약으로 사용하는 동양의 전통은 이미 천년 이상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원리가 과학적으로 규명되고 실제 치료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제 20년 남짓 된 일이다. 아무리 생명이 위급하더라도 대변을 약으로 쓰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과학의 역할은 대변 이식이 아닌 개인에게 맞추어 정밀하게 생태계 균형을 맞춰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생명과학 중에서도 기초분야에 속하는 생태학이 의학에 접목돼야 이것이 가능하다. 획기적인 방법이 제시될 때까지는 조금은 원시적인 대변 이식이 한동안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당분간은 똥도 약인 시대인 것이다. 김석진 좋은균연구소 소장은 건강 상태가 우수하지 않은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엄격하고 까다로운 테스트에 합격해야 대변을 기증할 수 있는데, 합격률이 100명 중 고작 4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고홍 교수팀에 의하면 대변 기증을 원하는 사람들 중 90%가 건강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한 분변공여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 똥이나 기증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변 채취 후 대변은행으로 보내지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거리도 고려해야 한다. “대변을 채취한 후 시간이 지나면 변질될 우려가 있다, “거리 측면에 있어 서울, 경기 권역에서 채취된 변이 아니면 기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변이식술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높은 문제도 있다.

 

최근 건강한 똥은 대장을 넘어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다. 3월 독일 막스플랑크노화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생애 주기가 짧고 노화과정이 인간과 비슷한 터콰이즈 킬리피시(African Turquoise Killifish, Nothobranchius furzeri)를 이용해, 나이든 물고기의 장에 어린 물고기의 변을 이식했더니 수명이 늘어나고 노화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석진 소장은 당뇨 환자의 경우 건강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장내세균의 생태계가 조금씩 다르다고 밝혔다. 당뇨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장내세균 중에서 퍼미쿠테스(Fermicutes) 속이 적고 베루코미크로비아(Verrucomicrobia, 우미균류)가 많이 산다. 이에 따라 낙산처럼 이로운 균이 생산하는 물질이 줄어들고, 해로운 균이 증식할 수 있다. 그래서 비만과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의 경우 공통적으로 부족한 세균을 이식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도파민 관련 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가바(GABA)라는 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이 많다는 것이다. 사지 나오키(Naoki Saji) 일본국립장수질병센터 교수팀은 74세 이상 노인 128명을 대상으로 대변을 분석한 결과, 치매 환자의 장내 미생물에는 유독성 섬유소를 인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당류로 분해시키는 유익세균(Bacteroids)의 수가 적다고 보고하였다. 다만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속 세균 수치는 치매 환자가 높았다. 폴 패터슨(Paul Patterson)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팀은 2013년 특정 장내 미생물의 존재 유무가 유아의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5월에는 프란시스코 킨타나(Francisco Quintana)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이 장내미생물이 영양분을 먹고 배출한 물질이 퇴행성 뇌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변 이식술이 아직은 시디프 감염증에 한해 시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다른 장 질환이나 전신 질환에까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분당병원 이동호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는 궤양성대장염, 과민성장증후군 등 치료에 쓰인다.""해외에선 자폐증, 당뇨병, 비만, 치매,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 치료를 위해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최근엔 암 환자 중 면역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나, 코로나19 등 감염병 치료까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란 임상 연구들이 나오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일본 와세다 대학의 하토리(Satoshi Hattori) 교수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늙은 사람은 젊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피부 박테리아의 종류는 더 다양해지지만, 유익한 박테리아 비율이 현저히 낮다. 또한 홍콩대학의 패트릭 리(Patrick Lee) 교수에 따르면, 식단 및 생활습관은 물론 자외선, 미세먼지 등이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파괴할 수 있는 주된 원인이다. 결국 우리의 건강한 피부와 아름다움도 미생물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인간의 모든 질병과 건강은 물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역까지 미생물로 설명하려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에 들어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원인과 치료법을 밝히지 못한 질병이 많다. 오히려 늘어나는 질환도 있다.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은 은 과거 한국인에게는 드문 병이었지만 최근 들어 발병률이 급증했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이 황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장내 미생물만 개선해도 만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2021년 대변 이식을 통해 항암면역치료에 반응이 없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 암센터와 미국 국립암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항암면역치료에 실패한 흑색종 환자를 1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대변 미생물 이식을 시행한 후, 항암면역치료제인 'PD-1'로 치료를 시도했다. 연구 결과, 대변 미생물 이식과 항암면역치료제를 병행한 흑색종 환자 15명 중 6명은 1년 이상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등 치료 효과를 보였다. 이들은 대변 미생물 이식을 받기 전에는 항암면역치료제에 아무런 반응이 없던 환자들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나타난 원인 역시 장내 미생물 덕분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연구를 주도한 디와카르 다바르(Diwakar Davar) 박사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많으면 항암면역치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아직은 매우 효과적인 유익세균을 온전하게 키워 장까지 보내는 기술이 부족하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 이를 가능케 할 차세대 미생물이 등장한다면 '만병치료약'으로 거듭날지 모른다. 이동호 교수는 "기존까지 약은 단순한 화학물질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미생물, 즉 살아있는 생물이 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생채유래약물(LBP, Live biotherapeutics product)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건강하여 분변을 팔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희망사항이 아니라 정말 그리되면 건강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니 돈도 벌고 건강도 챙겼으니 일거양득이다kkp304@hanmail.net

 

*필자/박광균

 

1975 연세대학교 이과대학 생화학과 졸업(이학사)

1980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과 졸업(치의학사)

1988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졸업(의학박사)

2004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의료와 법 고위자과정

 

1986~1990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생화학 전임강사

1990~1996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조교수

1996~2000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부교수

1996~2018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교수

 

1990~1993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School of Medicine, Dept of Biochemistry 방문교수

2002~2005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School of Dental Medicine, Dept. of Biochemistry 방문교수

 

2006~2009 한국학술진흥재단 생명과학단장

2008~2009 한국학술진흥재단 의생명단장, 자연과학단장, 공학단장 겸임,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단장

 

1990~현재  미국 암학회 회원

1994~2000 International Society for Study of Xenobiotics 회원

1995~1996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기획간사

1996~1998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학술이사

2006~2008 한국독성학회 이사

2005~2006 대한암학회 이사

2006~2008 한국약용작물학회 부회장

2009~2010 대한암예방학회 회장

2009~2010 생화학분자생물학회 부회장

2018~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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