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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관심은 차라리 범죄, 연극 ‘그류?그류!’ 선돌극장에서 공연 중

[연극 평]김승철 아르케 대표가 연출하고, 배우 조은경·이경성·임태산 등이 출연

김수종 작가 | 기사입력 2021/06/20 [10:46]

▲ 그류 그류     ©브레이크뉴스

 

예전 익명성이 잘 보장되지 않던 사회에서는 타인에게 지나친 관심이 많았다. 1970년 이후 산업화, 도시화로 아파트에서의 삶으로 대변되는 대도시의 경우에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죽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이전 전국이 모두 시골 같은 분위기 일 때는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직업이며, 학교며 심지어는 제삿날이나 생일 등도 너무 잘 알고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친 관심 속에 그런 것이 싫어서 대도시로 이주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지나친 산업화, 도시화로 요즘은 정말 이웃이 죽어나가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직장 동료의 사생활에도 무관심한 세상이 되었다. 출근하면서 사무실에서 잠시 인사를 나눌 뿐 퇴근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무심하다.

 

그러나 보니 결혼을 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어디서 사는지도 관심이 없거나 알고 싶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구는 가상의 공간에서 인터넷으로 그냥 사귀고, 학교 동창들과도 가끔 인터넷이나 전화 문자로 안부만 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만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눈인사만하고 지내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사람 사는 것이 지나친 관심이 때로는 폭력이 될 수도 있고, 범죄가 되는 경우가 수두룩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적당한 거리두기와 물리적인 비움의 공간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과거 조선시대에 권세 있는 양반들은 주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북촌에 모여 살았다. 왕족과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너무 가까이하면 다치기 쉽고, 너무 멀리하면 해코지하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라는 것)’의 거리를 두고 살았기 때문이다.

 

몰락한 양반들은 남산 아래나 다른 한양 변두리에 살았던 것이다. 지방에 가서 살면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어 멀리가지는 않았다. 어쩌면 오늘날 사회생활도 남녀 관계도 그런 것 같다. 사람간의 거리두기도 친소(親疏)관계에 따라 1~3미터의 간극이 있는 것이다.

 

자리에 앉아도 조금씩 거리를 두고 앉는 것은 친소관계에 따라 분명히 다르다. 연극 ‘그류?그류!’는 1972년 충청도 부여군 대추리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마을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이 가족이 가지고 있는 모순된 진실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사위가 장모와 아내를 분리시켜 놓은 채 만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에 장모는 사위가 태풍으로 가족을 잃은 상처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사위는 사고로 딸을 잃은 장모가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순된 두 주장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은 진실을 파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사실 이런 관심은 어쩌면 농촌사회라고 하는 지나치게 좁고 혈연중심의 마을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이웃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 오면 우선 분명한 호구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 때문에 왔는가? 가족은 어떻게 되며, 부모형제간의 관계나 갈등은 없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먹고사는지도 궁금한 것이다. 문제는 이 궁금함이 때로나 지나친 관심으로 보이며, 타인에게는 범죄나 폭력, 강압으로 다가온다는데 문제가 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왜, 언제 결혼할꺼냐”라는 질문처럼 곤란하고 대답하기 힘든 문제다. 때로는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지나치게 호구조사를 하는 질문부터하면 난처한 것처럼 말이다.

 

연극 ‘그류?그류!’는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에 주목한다. 인심 좋았던 마을 사람들은 진실을 명분으로 집단적 광기에 휩쓸리게 된다. 작품은 인간 속에 내재하는 양면성을 목도하게 만들고, 우리가 선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때론 어떤 사람에겐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느끼게 만든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관심을 거부하며 대부분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남이 무엇을 하던 호구조사는 강력히 거부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세상 이치다.

 

선의가 반드시 선의의 결과를 낳지 않고, 악의가 반드시 악의를 결과를 낳지 않는 것처럼, 적당한 관심과 애정이 좋은 결과만을 낳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많이 줄기는 했지만, 입시를 앞둔 부모님들이 절에 가서 100일 기도를 드리면 자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말이 있다.

 

스님에게 그 비법을 물어보니, “입시 전에 부모님이 100일 동안 기도하려고 절을 매일 찾으니, 자식에게 잔소리 할 틈이 없고, 잔소리 듣지 않고 공부한 자녀가 성공하는 것이다”라는 비법을 듣고는 웃음이 나온 적이 있다. 때로는 무관심이 관심을 이기는 재미난 사례다.

 

지나친 관심이 도리어 상대에게는 피해를 부른다는 교훈을 알려주는 작품인 연극 '그류? 그류!'는 10일~20일 혜화동 선돌극장에서 평일 저녁8시, 주말 오후 3시에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극작가로 193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이지 피란델로((Luigi Pirandello,1867~1936)의 작품을 시리즈로 선보이는 '피란델로 전' 첫 번째 무대공연작이다.

 

'그류? 그류!'는 원작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를 한국의 시골 마을 충남 부여군 대추리로 시공간을 바꿔 '진실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사실 진실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절대적인 진리나 사실이라고 믿었던 진실이 시간이 지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전혀 새로운 사실이나 진리로 확인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가 직접 보고 배운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기억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혹은 불리한 기억만을 남겨두고 소거(消去)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기억을 잊어버리고 피해자는 오랫동안 기억의 공간에서 악몽에 트라우마(과거 경험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trauma)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극단 아르케 김승철 대표는 "이번 작품은 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배려가 아닌 잔인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연극 '그류? 그류!'는 아르케 김 대표가 연출하고, 배우 조은경·이경성·임태산 등이 출연하는 두 시간짜리 소극장용 작품이다.

 

▲ 김수종 작가.  ©브레이크뉴스

소극장 작품인데, 두 시간 동안 너무 많은 12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종반부는 조금 지루한 감도 있지만, 관심과 무관심, 애정과 배려, 사랑과 폭력 등 생각할 것이 많은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는 수작(秀作)이다.

 

*필자/김수종

작가. 영주시 안정면 출신으로 1968년 가을 벼 베는 날 태어났다. 대학에서 종가학문인 철학을 공부한 덕에 같은 줄기인 문학과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주로 역사, 문화와 관련된 유물 유적과 지역을 둘러보면서 연구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있다. 그동안 <열정과 집념으로 승부한다> <영주를 걷다> <역사 그리고 문화, 그 삶의 흔적을 거닐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등을 집필하여 책으로 출간했다. 현재 민간 문화재청+환경부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NT)에서 문화유산위원회 위원, 망우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cessive interest is rather a crime, the play 'Groo? Grew!' is performing at the Seondol Theater

[Play Review] Directed by Kim Seung-cheol, CEO of Arche, and actors Jo Eun-kyung, Lee Kyung-seong, Lim Tae-san, etc.

-Written by Sujong Kim Writer

 

In a society where anonymity was not well guaranteed in the past, there were too many interests in others. In the case of large cities, which are represented by life in apartments due to industrialization and urbanization since 1970, many people do not even know who lives next door or who has died.

Before that, when the whole country was in a rural atmosphere, there were many cases of communication with people who knew who lived next door, their job, school, and even ancestral rites and birthdays. There were even cases where they moved to a big city because they didn't like it in too much interest.

Due to excessive industrialization and urbanization, these days, many people do not even know their neighbors are dying, and even the privacy of their co-workers has become indifferent to the world. They only chat for a while in the office on their way to work, but when they get home from work, they don't care what they do or what they think.

However, in most cases, Bonnie is not interested or does not want to know whether she is married, has children, or where she lives. Friends make friends through the Internet in a virtual space, and in most cases, they only say hello to classmates through the Internet or phone text messages from time to time.

In a situation where it becomes more difficult to meet due to Corona 19 like these days, the number of people who just greet each other will increase even more. Perhaps, it has become a world where people's excessive attention can sometimes become violence and crime.

It has become a world that may need a space for proper distance and physical emptying. In the past, powerful yangbans lived in Bukchon, located between Gyeongbokgung Palace and Changdeokgung Palace. This is because they lived at a distance from the royal family that was 'not close and inseparable'.

The fallen yangbans lived at the foot of Namsan Mountain or on the outskirts of Hanyang. I didn't go far because I could lose my chances if I lived in a rural area. Perhaps that is the case with today's social life and relationships between men and women. There is also a gap of 1 to 3 meters depend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people.

Even if you sit down, sitting a little distance from each other is obviously different depending on your friendship. The play 'Groo? Grew!' is set in the village of Daechu-ri, Buyeo-gun, Chungcheong-do in 1972. When a family moves here, the town begins to shake. Because of the contradictory truths this family has.

The story begins when the son-in-law separates his mother-in-law from his wife and cannot meet them. The mother-in-law asks for forgiveness because the son-in-law lost her family in a typhoon, and the son-in-law explains that it is because the mother-in-law who lost her daughter in an accident is crazy.

Centering on the two contradictory claims, the villagers begin to dig out the truth. In fact, this kind of interest is likely to occur frequently in the too narrow and blood-centered villages called rural societies. When a new person moves into the neighborhood, a clear household survey is necessary first.

Where did you come from and for what? I wonder what the family is like, and whether there are any relationships or conflicts between parents and siblings. I wonder how they live and what they eat. The problem is that this curiosity is sometimes seen as excessive interest, and the problem is that it comes to others as crime, violence, or coercion.

It is a difficult and difficult question to answer, like the question, “Why and when will you get married?” when family members gather on holidays for unmarried people. Sometimes, it's like asking a question that asks a person you meet by chance to ask for too much.

The play 'Groo? Grew!' pays attention to the psychological changes of people who pursue the truth. The friendly villagers are engulfed in a collective madness for the cause of the truth. The work makes us see the ambivalence inherent in human beings, and makes us feel that what we believed to be good can sometimes act as violence to some people.

Young people these days reject such interest, and it seems that most of them live indifferently. No matter what other people do, they are living a life that strongly refuses to do the family work. If you think about it again, it's a normal world.

Just as good intentions do not necessarily result in good intentions, and bad intentions do not necessarily result in malice, so proper care and affection do not only produce good results. Although it has decreased a lot these days, there is a saying that if parents who are preparing for the entrance exam go to the temple and pray for 100 days, their children will go on to a good university.

When I asked the monk for the secret, he laughed when he heard the secret, “Parents visit the temple every day to pray for 100 days before the entrance exam, so there is no room for nagging to their children, and children who study without listening to nagging will succeed.” have ever come out Sometimes indifference wins attention.

The play 'Grumpy?' is a work that teaches the lesson that excessive interest inflicts damage on the other party. 'Good!' will be released at Seondol Theater in Hyehwa-dong from the 10th to the 20th at 8pm on weekdays and 3pm on weekends. This is the first stage performance of 'The Exhibition of Pirandello', which features the works of Luigi Pirandello (1867-1936), an Italian playwright and winner of the Nobel Prize for Literature in 1934.

'Gree? Gryu!' is asking 'What is the truth?' by changing the space and time from the original 'If you are like that' to Daechu-ri, Buyeo-gun, Chungnam, a rural village in South Korea. In fact, the truth may or may not exist anywhere in the world.

This is because, in many cases, the truth that we believed to be absolute truth or fact is confirmed as a completely new fact or truth as time passes and science develops. This is because, sometimes, what we have seen and learned in person is remembered differently over time and erased, leaving only favorable or unfavorable memories.

The perpetrator forgets the memory, and the victim suffers from trauma (a symptom of psychological anxiety while reliving the feelings of the time when something similar to a crisis or fear experienced in the past occurs) from nightmares in the memory space for a long time. because there are times

Kim Seung-cheol, the CEO of the theater company, said, "This work warns that excessive interest in others can lead to cruel violence rather than consideration." The play 'Oh? Grumpy!' is a two-hour small theater production directed by Arke Kim and starring Jo Eun-kyung, Lee Kyung-seong, and Lim Tae-san.

Although it is a small theater work, there are too many 12 characters appearing in two hours and the end part feels a little boring, but it is undoubtedly a masterpiece, as it is a work with a lot to think about, such as interest and indifference, affection and consideration, love and violence.

 

*Writer/Kim Soo-Jong

Author. Born in Anjeong-myeon, Yeongju-si, he was born on a rice harvesting day in the fall of 1968. He is also interested in literature and history, which are the same stems, thanks to his study of philosophy, a scholarly discipline at university. He mainly researches, takes pictures, and writes while visiting relics and sites related to history and culture. In the meantime, he has written and published books such as <Compete with Passion and Perseverance> <Walk the Youngju> <Walk through history and culture, the traces of its life> and <Republic of Korea lives only when the provinces live>. He is currently serving as a member of the Cultural Heritage Committee and the Manguri Committee at the Korea National Trust (NT), where he is acting as the private Ministry of Cultural Affairs + Ministry of Enviro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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