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에 최고가 기록 김환기 화가 "시인되어 다시 떠오르다"

문예이론(시학)을 통해 풀어보는 김환기의 예술세계 수화시학 수화시학 전(樹話詩學 展)

전옥령 문화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8/20 [09:38]

▲ 김환기  화가.  ©뉴시스

화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이 한국미술사에 최고가를 갱신했다. 드디어 그는 국제시장을 통해 천재화가로 자리매김하며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작품<우주>는 깊고 진한 울림이 있다. 그리고 그 <우주>는 최고가 132억을 기록했다. 환기는 천재여야만 했다, 이미 천재였다. 그림가격이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1970년 1월 27일 김환기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술을 마셔야 천재가 된다.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江山….’

-뉴욕일기 중에서

 

≪수화시학≫전시는 환기미술관 학술연구의 일환으로, 하나의 주제어를 통한 시각으로, 김환기의 시어들로 표현된 그의 정신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수화(樹話)’라는 필명으로 긴 사연들을 써내려간 환기의 <뉴욕일기>는 ‘고흐가 테오에게 남긴 편지’만큼 감동이 있다.  창조적 사고를 조형으로 표현하는 열정만큼이나 간결 명확하고, 맛깔 나는 언어로 풀어낸다. 언어감각이 뛰어났던 환기는 시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남겨진 일기와 편지, 수필들은 환기의 그림만큼 감동이 있다. 한국미술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던 한 작품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미술대전의 대상수상이 아니었더라도 그 푸른빛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그의 천재성을 대변하고 있다. 관념의 세계를 시처럼 담고 있는 환기의 작품≪수화시학≫은 김환기의 조형세계를 ‘시문학’의 이론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술철학_시정신(詩精神)의 상징적인 작품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주목받은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이것은 이미 50년 전부터 한국화단에 새로운 추상미술을 제시했던 것이다. 시로부터의 영감, 시어(詩語)와 조형언어가 어우러진 김환기의 ‘詩드로잉’과  과슈, 유화 작품 속에서 환기는 시학을 통한 시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천재들이 대체로 그랬다. 마치 시인이었던 것처럼 그림을 시처럼 풀어냈다, 거장 샤갈도 시인이었다. 

 

김환기는 1940년대부터 「신천지(新天地)」, 「문예」와 같은 문학잡지에 시와 수필을 발표했다, 필명은 ‘수화(樹話)’

 

<그림에 부치는 시 - 이조(李朝)항아리> 

 

地平線 위에 항아리가 둥그렇게 앉아있다.

굽이 좁다못해 둥실 떠 있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

닭이 알을 낳드시

사람의 손에서 쏙 빠진 항아리다.

김환기, 「新天地」, 1949년 2월

 

김환기는 말한다, “음악, 문학, 무용, 연극 모두 사람을 울리는데 미술은 그렇지가 않다.  울리는 미술은 못할 것인가.(1968년 1월 26일 일기)”  이런 사색은 다양한 예술 장르의 방식을 조형적으로 결합시키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히 숭고한 추상화면을 탄생시기에 이른다.

 

김환기의 작품들은 무제가 많다-아마도 그것은 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둔 것같다. 각자의 시어들로 환기작품에 제목을 붙여보자. 환기는 말한다, “화제란 보는 사람이 붙이는 것, 아무 생각없이 그린다. 생각한다면 친구를, 그것도 죽어버린 친구를, 또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 없는 친구를 생각할뿐이다. 서러운 생각으로 그리지만 결과는 아름다운 명랑한 그림이 되기를 바란다.”-1972년 9월 14일 뉴욕일기 중에서 그는 고난과 그리움을 거쳐서 자신의 그림이 아름답고 명랑한 그림으로 승화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 전시를 감상하는 꿀팁 더 재미있게 감상하려면

 

잘 짜여진 구성, 1부-함축성과 2부-음악성, 3부-형상성을 음미하면 된다.

 

- 1부 ‘함축성’, 김환기의 ‘항아리’ ‘달’ ‘산월’은 상상의 여백을 지닌 詩語로서   한국적 정서가 가득한 소재이며 그 속에 동양철학 ‘비움 속의 채움’, ‘무위자연’의 세계를 함축하고 있다. 김광섭의 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 화답한  푸른 ‘전면점화全面點畵’는 존재생멸存在生滅이나 영원회귀永遠回歸에 대한 그의 철학이 조형언어로 구현된 것이다.

 

- 2부, ‘음악성’, 추상화되어가는 김환기 작품에서는 이미지의 ‘반복과 변주’ ‘병렬과 대비’를 통해 형태가 구축되며 리듬과 운율이 생겨난다. 반복되는 산, 나무,   강의 모습이 담긴 상징도형 연작과 한국의 오방색을 연상시키는 십자구도, 점화에 이르기까지 ‘김환기만의 노래’를 만들고, 남겨진 작품명에서도 소리와 음향과 음악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조형적 대응이 드러난다.   

 

- 3부, ‘형상성’, 김환기가 만들어낸 무한한 차원의 공간 안에서, 오감을 통한 심상心象으로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는 형상화되고 자연의 ‘흐름’처럼 존재한다. ‘Air and Sound‘  연작에서는 복합감각을 통해 각각의 내용과 의미를 지닌 하나하나의 점이 새로운 에너지의 파동을 만들고 상상의 이미지로 확대, 변화되며 살아 있음을 본다. 

 

짚고 앉은 우산에선, 빗물이 흐르던 정거장까지의 거리 여하에 따라서 가늘게, 굵게, 짧게, 길게, 강하게, 약하게 리듬 있는 속력을 가지고 물이 흐른다. 선이 가고 오고, 멈추고 흐르고, 곧게 혹은 휘어지게, 서로 뭉치었다 헤어졌다.  환기의 시 <선線>의 일부(1940년 5월 어느 날의 일기)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환기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환기 작품 속의 별들’이 되어보자.

 

▲ 김환기 미술관.   ©브레이크뉴스

▲ ※작품이미지저작권 Ⓒ환기미술관, ⒸWhanki Museum 사진제공-환기미술관     ©브레이크뉴스

 

 

■ 전시기간 : 2020년 06월 06일 ~ 2020년 10월 11일

  - 관람시간 : 오전 10:00 - 오후 6:00 (매주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환기미술관 본관 1F - 3F 전시장

■ 전시작품 : 김환기 시와 드로잉, 과슈, 유화 작품 200여점

 

김환기 (1913~1974) 이력

 

김환기는 20세기 한국미술의 아방가르드와 추상회화의 선봉에서 민족정서와 철학을 고유의 조형언어로 승화시켜 서정적이며 현대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한 한국미술의 대표 작가이다. 

 

1913 한국에서 출생

1933 일본대학 예술과 미술부 입학, 동경

1934 [아방가르드 양화연구소] 참여, 후지다 쓰구하루, 도고 세이지 에게 사사

1935, 36 [이과회]의 [구실회]에서 수상, 동경

1937 [신시대전 그룹]에 참가, 동경 제1회 개인전, 아마기화랑, 동경 서울로 귀국

1941 제2회 개인전, 정자옥화랑, 서울

1946~50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 역임

1948 유영국, 이규상 등과 「신사실파」 조직

1952 제3회 개인전, 뉴서울다방, 부산

1952~55 / 59~63 홍익대학교 교수와 학장 역임

1954 제4회 개인전, USIS 화랑, 서울

1954~74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역임

1956 제5회 개인전, 동화화랑, 서울

       파리에 도착

       제6회 개인전, M. 베네지트화랑, 파리

 제7회 개인전, M. 베네지트화랑, 파리

1957제8회 개인전, M. 베네지트화랑, 파리

       제9회 개인전, 모라토르화랑, 니스

       제10회 개인전, 슈발드베르화랑, 브뤼셀

1958 제11회 개인전, 앵스티튀트화랑, 파리

1959 서울로 귀국

        제12회 개인전, 서울중앙공보관, 서울

        제13회 개인전, 반도화랑, 서울

1960 유네스코 국제조형예술협회 한국본부 회장

1961 제14회 개인전, 서울중앙공보관, 서울

1962 제15회 개인전, 서울중앙공보관, 서울

1963 제16회 개인전, 서울중앙공보관, 서울 

       제7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한국대표, 회화부분 명예상 수상, 상파울로

       뉴욕에 도착

1964 J.D. 록펠러Ⅲ 재단에서 수여하는 지원금 수혜, 뉴욕

       제17회 개인전, 아시아 하우스 화랑, 뉴욕

1965 제8회 상파울로 비엔날레 특별실에 초대되어 제18회 개인전, 상파울로

1966 제19회 개인전, 타스카화랑, 뉴욕

1968 제20회 개인전, 고담서적화랑, 뉴욕

1970 한국일보 주최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 대상 수상,

       국립현대미술관 경복궁미술관, 서울

1971 제21회 개인전, 포인덱스터화랑, 뉴욕

       제22회 개인전, 신세계화랑, 서울

1972제23회 개인전, 포인덱스터화랑, 뉴욕

1973 제24회 개인전, 포인덱스터화랑, 뉴욕

1974 제25회 개인전, 슈레브포트반웰미술관, 루이지애나

       향년 61세로 뉴욕에서 별세

 

*필자/ 전옥령. 문화 칼럼니스트. okjun78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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