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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전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회적 문제들

[이헌영 아이디어소설 ]제4장, 대모산

이헌영 소설가 | 기사입력 2020/07/13 [17:50]

4.대모산

 

그로부터도, 한 달쯤 뜸을 더 들인 후, 장훈이 정관영의원의 서초동사무실을 찾아갔다. 장훈은, 정관영 의원과는 다르게 미리 방문약속을 잡아 갔고, 빈손으로 가지 않고, 시루떡을 주문해서 김기섭 보좌관과 신영철 비서관을 대동하여 방문했다. 

 

서초동 정관영 의원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장훈은, 난감한 생각이 들었으나 카메라 앞에 섰다. 기자들도 뭔가를 건져야 할 것이다.

 

▲ 이헌영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지난 번, 정관영 의원님께서 저희 사무실을 그냥 찾아 오셨다고 하셨는데, 여러분들께서 쓰신 기사처럼 저도 여러 가지로 추측을 했었습니다. 염탐이니, 선전포고니 하는 기사내용과 같이, 저도, 그런 추측을 하면서도 한 가지 감사한 것은, 다음 대선을 두고 정 의원님의 라이벌로 지목됐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론조사를 보면 저는 정 의원님과는 비교도 되지 못하는 형편인데, 제 입장에서 보면 영광이죠.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오늘은 순수한 답방으로 왔는데, 여러분은 또, 여러 가지로 추측하실 거죠? 그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상상들 하셔서 기사를 써주십시오.” 

정관영 의원에게도 질문이 쏟아 졌지만, 그는 간단히 대답했다. 

“허장훈의원님의 말씀과 똑 같습니다. 상상 하십시오”

그들은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무실은 장훈의 사무실보다 커 보였으나, 정관영의원의 방은 오히려 장훈의 방보다 적었다. 

장훈이, 김기섭 보좌관을 소개하고, 신영철 비서관은 이미 안면이 있어 그냥 인사를 했다. 이어서 정관영 의원이 직원 몇 명을 소개를 했는데, 다들 젊었다. 

그들이 나간다음 여직원이 차를 갖고 들어와 조심스레 놓고 돌아서 나가려할 때 정관영의원이 큰소리로 말했다. 

 “문은 그냥 열어 놓으세요.”

여직원이 황황히 나가며 습관적으로 문을 닫으려하자, 정 의원이 다시 소리쳤다. 

“그냥! 문은 열어 놓으라니까!”

그리곤 장훈을 보고, 씩 웃는다. 장훈도 같이 웃었다. 

이때다 싶어, 장훈이 안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내밀 때, 정관영의원도 안주머니에서 편지봉투를 꺼내 내밀어, 서로 주고받아 각자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훈은 편지를 전하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받기까지 하니 속으로는 놀랬지만, 내색은 안했다. 

순간적으로 일을 끝내자 정관영 의원이 벌떡 일어나 출입문 가까이 다가가 밖에다 소리쳤다. 

“어이! 허 의원님이 시루떡 갖고 오셨다며! 내가 시루떡 좋아하는 것까지 아시는 것 보니,…좀 갖고와봐! 맛 좀 봐야지.”

장훈은 정관영 의원의 순발력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이후에도, 벽에 걸려있는 큰 그림이 있었는데, 그림 소개를 자신이 하지 않고, 여비서를 불러서 설명을 하도록 했다. 

그림을 이 비서가 선택하고, 구입한 거라서, 설명을 더 잘할 거라며 불러들여 설명을 하게하고, 또, 다른 남자비서를 부르곤, 이 비서가 고향이 괴산인데, 집도 허 의원이 살던 정용리 가까이 있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괴산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는데, 실인즉, 우리 비밀스러운 일 안하고 있다고 광고하는 것이다. 느닷없이, 불려온 비서는 얼떨결에 자기소개를 했다. 

“의원님은 괴산중학교 13회시지요? 저는28회입니다 동네는 정용에서 음성 쪽으로 조금가다 보면 마분리 있지요? 거깁니다.”

장훈은 별수 없이 그의 손을 잡고 반가운 척을 하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직원들이 다 젊어 보여요”

장훈은 궁금했던 것을 말했다 

“가급적 젊은 사람들을 채용하지만 저보다 11살 더 먹은 사람도 있어요. 진짜 책 광이죠.”

“아! 의원님도 독서광이라고 들었는데 직원들도 그렇군요.”

“예! 저도 그런 편이긴 하죠. 그러나 저는, 욕심이 많아서 취미가 많습니다. 영화도 웬만 한건 다 보고요. 뮤지컬, 음악회, 전시회, 등도 가보는 편이구요. 등산도 열심히 하고 골프도 합니다. 아! 낚시는 안합니다.” 

와! 그걸 다,… 낚시는 왜? 하긴, 시간을 너무 빼앗지요?”

“아니!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요, 낚시라는 게 그렇잖아요?

고기가 좋아하는 먹잇감으로 살살 꼬드기면, 고기가 그걸 모르고 먹다가 낚시 바늘에 걸려 아파 죽을 지경이 돼서 몸부림치는데 그 것을, 손맛이 짜르르르 하게 좋다고 하는 거, 이건 아니라고 봐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그럼 잡았다 놔 주면 되지 않느냐 해요. 그러면 내가 이렇게 말해요. 당신 자식이나 손 주 입술에, 낚시 바늘을 꿰었다 빼 보라고, 그러면, 대개 벌컥 화를 냅니다.… 먹기 위해 잡는 것은 당연 하지만, 취미로 생명을 죽이는 거, 이건 아니라고 봐요”

“아!… 예,… 오늘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웠습니다.”

장훈이 진심으로 말했다. 

 

종로 사무실로 돌아온 장훈은, 처리할 업무를 간단히 처리한 후 혼자가 되자, 안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읽으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제목도 없고 서론도 없이, 만날 장소와 시간을 나열한 메모였다. 자그마치 5안까지 있었다. 

1,안 5월 14일(화) 20시 강남구 대모산 정상

2,안 5월24일(금) 21시 숭인동 동사무소 앞[예랑문구도매]

   2층 (건물 오른쪽 파란 철문 밀면 됩니다 )

3,안 6월 8일 (금)21시 종로구 팔판동 [가연]갤러리 3층 

      (건물 외벽 층계로 올라와 3층 문 밀면 됩니다.) 

     6월9일 상과 동 

     6월10일 상과 동

위의 시간과 장소에, 제가 먼저 도착해 있을 겁니다. 편리한 

대로 선택해 오십시오. 

 

정관영 의원은 자신의 제안에 장훈이 동의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다음 순서로 진행하자는 내용이다.  

‘하긴 내가 쓴 편지엔 “일단 만나서 들어 보겠습니다. 일정을 잡아보십시오.” 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그렇지, 1안부터 5안중에 고르라니, 참! 그리고 밤중에 산 정상이라니!’ 

장훈은 정관영 의원 사무실 방문 때, 상황을 다시 한 번 그리며 그를 생각 해봤다. 거침없는 태도와 거침없는 말투, 뚜렷한 자기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이상 하리 만치, 묘한 신뢰가 느껴지는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바로, 그 사람이 현재 이 나라의 앞길을 막고 있는 온갖 문제들을 국가의 재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오직,[한 생각]과[한 생각2]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과연, 그런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왜? 그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실현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실현될 수 있다는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생각2]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도 같았다.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사람으로 집중되다보니,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러니 내각 책임제를 도입해서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면, 어느 정도 권력 균형이 이루어지게 되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국회의원 선거도 지금의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어느 정도 지방색이 완화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정치권에서 그런 논의를 진즉부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정관영의원이 그 정도를 가지고, 뻥을 칠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생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처음 상태가 되었다.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정관영 의원 말대로 잘 짜인 정규 틀 안에서 공부한 나는 알 수없는 걸까?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한다? 5월 14일이면 며칠 안 남았는데,  밤 8시에 산 정상에서? 내가 대모산에 자주 올랐었던 것도 안다는 거네. 아무리 낮은 산이래도 그렇지 한밤중에…’

장훈은 일단 만나봐야겠다는 결심을 하자 밤중에 산 정상에서의 만남이 점점 묘한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5월 14일 오후 6시 50분경, 장훈은 일원동 쪽으로 대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등산복으로 변복을 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커녕 사람자체가 없었다. 전에 이 코스로 여러 번 올라가 본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엔 처음이다. 

조금 올라 나무숲으로 들어가니, 어두워져 희미한 등산로가 겨우 가늠 될 뿐이다. 은근히 무서운 생각도 들고, 고향의 공동묘지 고개 길을 넘던 밤, 무서움에 머리끝이 쭈뼛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이제 주위는 깜깜해졌고, 몇 번을 넘어 질 뻔했지만,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다. 점점 숨이 차올라 중턱쯤에서 선채로 잠시 쉬었다. ‘정말 와있을까?’

이, 시간에 산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꾸역꾸역 올라갔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경사는 더 심해지고 숨은 더 차올랐다. 능선이 보였다. 능선에 오르니 하늘도 보이고, 주위가 한결 밝아졌다. 잠시, 작전상 쉬기로 했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니

7시30분이다. 30분의 여유가 있다.

정관영 의원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시간상으로도 좀 이르다고 판단했다. 

충분히 쉬어 숨이 자유로워졌다. 땀이 식으니 한기가 느껴진다. 지퍼를 올리며 걷기 시작했다. 

이제 넉넉잡고 5분이면 도착할 것이다 

너무 일찍 왔나하는 생각을 할 때, 노래 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목소리다.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들었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정관영 의원의 목소리가 틀림없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왠지, 지금 불쑥 나타나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노래를 들었다 너무 잘 하더라” 하면서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어쩌면 그도 그런 것을 기대하고,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그렇다. 

족히 5분은 기다렸다가, 정상에 올라섰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아래는 어두웠지만, 나무가 없는 빈터는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궁금해 할 새도 없이 정관영의원이 나무그늘 속에서 몸을 드러내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무섭진 않으셨죠?”

“아! 예, 무섭긴요.…나름 재미있었어요.” 

얼결에 대답하며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아! 그랬어요. 역시,… 저쪽으로 갑시다. 제가 앞에 설게요.”

관영이 앞서 걷다가 뒤를 돌아보며 확인한 후 설명을 했다.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전망 좋은 곳이 있어요. 지금은 새로 계단을 설치해서 새 길을 만들어 놨는데, 우리가 가는 곳은 옛날 길이에요. 밤이라 좀 위험하긴 한데, 제가, 길을 잘 아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만 잘 따라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밤중에 산 정상에서 만날 생각을 했어요?”

장훈은, 이유를 알 것 같으면서도, 감탄하듯이 물었다. 

“좋잖아요?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하늘 가까운 곳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탁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곳,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곳…딱 좋잖아요?”  

“아! 네에…” 

이해는 덜 됐지만 긍정했다.

이제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길이 험하다 

관영이 한 발짝, 한 발짝을 내디디며, 연신 뒤를 돌아보며 일일이 챙기다가, 이내 손을 내 밀었다. 장훈이, 순간 망설여졌으나 손을 잡았다. 촉촉함이 느껴지는 손이다. 따듯한 감정이 느껴진다. 믿어야 할 것 같다. 

복잡한 감정이 채 잡히기도 전에 관영이 말했다. 

“다 왔습니다. 조기 저 바위입니다” 하며 손을 놓는다. 

그곳엔 도시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파노라마가 펼쳐져있었다.

거의 180도 정도의 시각으로 강남전체가 한 눈에 보이다시피 했다. 앉기에 맞춤인 바위까지 있었다.

해야 할 일들을 잊은 채, 도시의 실체를 천천히 음미하듯, 먼 곳까지 둘러보았다. 움직이는 불빛들은 자동차들이다.  

“밤중에 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기는 처음인데 참! 장관이네요.”

 

“저도 오랜 만입니다. 전엔 낮에 올라와서 밤늦게까지 있다가 내려간 적은 있었는데, 오늘같이 저녁때 올라오기는 저도 처음입니다. 저는 아까 6시쯤 올라와서 이 자리 답사를 한번 했어요. 새 길은 저쪽으로 계단을 설치해서 만들어 놨기 때문에 이곳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옛길이 됐어요. 이 앞의 파이프로 된 철책은 전부터 있던 겁니다. 지금 밤이라 잘 안보이지만 이 바위 밑은 낭떠러지입니다 철책이 없었을 땐, 좀 위험했었죠.”

두 사람은 바위에 나란히 앉았다. 

도시가 살아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침묵이 흘렀다. 

파노라마 영상이 그들의 침묵을 대신했고, 침묵은 헛기침을 하게했다. 이윽고 침묵의 한계점에서, 관영이 단호히 말했다.

“자! 시작해 봅시다!” 

“예! 그러죠” 장훈도 또렷하게 대답했다 

“허 의원님! 제 편지는 여러 번 읽으셨죠?” 관영이 물었고 

“네! 그럼요. 여러 번 읽었습니다.” 장훈이 확인하듯 대답했다. 

관영이, 배낭 속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 

“[한 생각]과 [한 생각2]를 정리해서 설명해놓은 겁니다. 원래는 오늘, [한 생각]을 설명하기 전에 이것을 먼저 읽으셔야 되는 건데, 그러고도 저와 여러 번, 더 만나셔서 말씀을 나누어야 할 겁니다. 저 혼자 만들다시피 했으니, 보완도 많이 해야 할 거구요. 그래서 오늘은 전체적인 개요만 설명하는 시간으로 하십시다.” 

“아! 이게 바로 그[한 생각]이군요.…잘 읽어보겠습니다.”

장훈은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들고 한참을 주춤거리다 배낭 깊숙이 넣었다. 

“잘 읽어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다짐하듯 말했다.

“네! 고맙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이렇게 합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우선 궁금해 하실[한 생각]을 바로 설명을 할게요. 궁금하시더라도, 제가 쭉 설명을 할 동안은 참으셨다, 일차 설명이 끝나면, 그 때,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관영은, 지체 없이[한 생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국민전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회적 문제들, 즉, 제가 편지에 나열했던 그 많은 문제들의 원인을 깊이 파고들어가 찾아보았더니 놀랍게도 그 많은 문제들의 원인은 단 하나, ‘경제양극화’ 뿐 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모든 문제들의 원인도 단 하나, ‘대통령 선거제도’에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경제양극화와를 해결하고, 대통령 선거제도만 제대로 바꾸기만 한다면, 대한민국의 문제들 대부분이 해결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관영은, 말을 끊고 물병을 찾아 목을 축였다. 장훈으로 하여금 되짚어 생각할 틈을 주는 것으로, 실제로 장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사회적문제의 원인인 경제양극화를 해결하는 아이디어 [한 생각]을 먼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부유층의 재산의 일부를 빈곤층으로 옮겨서, 빈곤층이 중산층이 되게 하는 겁니다. 그것도 부유층이 직접 빈곤층을 돕는 형식인데, 여러 난관이 있겠지요? 그 난관을, 큰 무리 없이 해결하는 것이 이 아이디어의 요체입니다.” 

관영은, 또, 말을 끊고 잠시 기다렸다. 

장훈은 의도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임으로, 다음 설명을 재촉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약 5100만 명이구요. 가구 수는 약 1650만 가구라고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100분 율로 설명하기위해서 우리나라 전체가구를 100가구라고 치고요. 각 가구의 총재산을 조사해서, 등위를 매겨 1등부터 100등까지 정한 다음, 1등부터 30등까지는 부유층, 31등부터 70등까지는 중산층, 71등부터 100등까지는 빈곤층으로, 가정을 해봅니다. 가정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핵심입니다. 

1등이 100등을 직접도와서 70등이 되도록 해주고 

2등이 99등을 직접 도와서 70등이 되도록 해주고

3등이 98등을 70등이 되도록 해주고 

4등이 97등을 70등이 되도록 해주고 

5등이 96등을 70등이 되도록 해주고…이런 식으로 쭉 진행되어 30등이 71등을 70등이 되도록 해주면 1등부터 69등까지는 1가구씩이지만 70등은 공동 31가구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부유층 30%에 중산층은 70%가되고 빈곤층은 아예 없는 나라가 됩니다. 어렵습니까? 다시 한 번, 쉽게 설명하면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 현금으로 도와주는 겁니다.” 

관영이 말을 끊고 장훈의 표정을 빤히 살피다 말을 이어갔다. 

“이쯤해서, 의원님이 궁금해 하시고 있는 것을,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부유층이 빈곤층을 이유 없이 그냥 도와 줄 턱이 없잖으냐? 하고 묻고 싶죠?” 

장훈이 알듯 말듯하던 표정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펴졌다. 

“그렇습니다. 정대로 공짜로 도와 줄 리가 없지요. 그래서 국가는 부유층에게,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그에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들이 자진해서 참여할 만큼, 가치 있는 것으로 보상해주어야 합니다. 부유층이 솔깃할만한 보상… 어떤 게 있을까요?”

관영은 장훈을 빤히 들여다보다 말을 이어갔다.

“첫째, 부유층이 하고 싶거나, 하고 싶지 않은 것, 둘째, 피하고 싶은 것이나, 무서워하는 것들에서 실마리를 찾아야합니다.…무엇이 있을까요? 의원님!” 

또 관영은 장훈을 빤히 들여다보았고 장훈은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해 망설이고 있자 다시 관영이 말했다.

“제가 열거해 볼게요. 명예에 관한 것, 건강에 관한 것, 상속에 관한 것. 대학 기부입학에 관한 것. 군 면제에 관한 것. 감옥살이감면에 관한 것. 그리고 세무조사와 세금감면에 관한 것들이 있겠지요.… 그리고 저는, 거기에다 특별히 이런 것들을 뒷받침 하기위해[기부권]발행과 그 기부권을 사고파는 [기부권 거래소]라는 것을 고안해 놨습니다. 이 기부권에 대한 설명은 아까 드린 서류를, 먼저 검토 해보시고 다시 얘기를 나누도록 하십시다.”

관영이, 말을 끊고 물을 마시며 산 아래의 불빛들을 무심하게 쭉 훑어보았다. 

장훈은, 관영의 옆모습을 복잡한 감정으로 바라보았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뭔가 될듯하다가, 엉킨 것 같은 복잡한 중에도, 기부권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잠시 후, 관영이 고개를 돌려 다시 이어갔다. 

“제가 편지에 제기했던 그 많은 문제들이 이런 방법으로 양극화해결을 하면 그것 하나로 희한하게도 몽땅 해결됩니다. 그 얘기의 뜻은 이 나라의 골치 덩어리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의 재산이 부유층으로 지나치게 쏠려서 뭉쳐있는 동맥경화현상! 즉 경제양극화, 딱! 하나! 오직 하나! 경제양극화!…그거 하나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양극화해결을 이런 방법으로 해결했을 때, 편지에 나열한 문제들과, 대비해 보십시오. 주요 문제로 올린 것 말고도, 부수적으로 나열 한 것까지도 대부분 해결됩니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 입니다.…거짓말 같지요? 믿기 어렵지만 사실입니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형성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어떻게 생각하시게 된 겁니까?” 

한 참후 장훈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관영이, 길게 한숨을 쉬며, 장훈의 기색을 살피며 말했다.

“자살문제를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의원님! 우리나라에서 매일평균 43명씩 자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대부분 가난 때문입니다. 10살짜리 큰딸을 목 졸라죽이고, 6살짜리와 3살짜리 두 아이를 안고 아파트 13층에서 떨어져 죽어야 했던, 엄마의 그 심정을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해는 다 못했지만 무한한 죄책감을 느꼈고 분통이 터졌습니다. 이게 나라인가? 오죽, 살길이 막막했으면 자기 자식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고, 죽겠습니까?…우리나라! 우리민족! 우리국민! 우리노래!…우리글! 우리! 우리 하는 우리가, 우리라는 말을 부끄러움 없이 쓸 수 있는 우리입니까?…우리라고 하는 우리가 막상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달라도 너무 다른 남남입니다. 같은 한나라의 국민들의 삶이, 차이가 나도, 너무나 차이가납니다.…죄송합니다. 제가 좀 흥분했습니다.“ 

 “아아! 참! 그래요. 그런데…뜻은 알겠는데, 이게 가능하겠어요?… 할 이야기가 많으시죠? 좀 쉬었다 천천히 하세요.”

장훈의 머릿속은, 가능한 얘기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 핵심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다해야, 의원님이 판단 내리시기가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이 궁금하셨지요?,그리고 저녁 식사 못하셨지요?”

“아! 예,…괜찮습니다.”

“제가 대충 준비했습니다. 라면하고 토스트를 갖고 왔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준비를 다해 오셨네요! 저는 물하고 커피만 갖고 왔는데,… 슬그머니 오다보니”

“그럴 겁니다. 의원님은 그러시죠? 밤에 산에서 먹는 라면 맛이 괜찮을 겁니다. 바삭한 토스트하고, 사실 저는, 보통 때는 라면 같은 거, 잘 안 먹거든요 그런데, 산에서는 이게 제일 나을 것 같더라고요.“

물을 다 부은 사발 면을, 바위 한쪽에 놓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의원님이, 이게 가능하겠어요? 하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뜻은 좋다만 실현이 가능하겠느냐 라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뜻은 좋다고 인정 하신거지요?”

장훈은, 순간 멈칫하며 대답할 말을 찾았다. 들킨 느낌이다. 

“예! 그렇죠! 뜻은 좋지요. 뜻은 좋지만 정말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렇지 않겠어요? 부유층이 동의를…정말 가능합니까?”

“됐습니다! 의원님! 고맙습니다! 이제 방법만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방법도 제가 다 생각해 놨습니다. 이제 반은 성공한 겁니다. 이제 라면 드시고 합시다. 오늘 밤 많이 늦어 질 겁니다.”

장훈은, 관영의 페이스에 끌려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감이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라면과 토스트를 먹었다. 도시의 밤풍경을 내려다보며, 머릿속으론, 여러 생각을 하며 먹었다. 속이 따듯해지며, 마음도 푸근해졌다. 비록 라면이기는하지만, 식사를 같이하는 것으로, 비현실적인 만남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을, 두 사람은 느끼며 먹었다. 특히, 장훈은, 관영에게 가졌던 미심의 안개들이 걷혀가고, 묘한 신뢰감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느꼈다. 식사가 끝나고 장훈이, 갖고 온 커피를 꺼내려하자 관영이 만류했다. 

“밤에 커피는 좀,…제가 모과차를 갖고 왔어요. 이게 좋아요”

관영이, 또, 다른 보온병을 찾아 종이컵에 모과차를 따랐다. 

모과차를 받아든 장훈은, 관영이 형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준비를 철저히 하셨네요.”

응답 없이 잠시 손에든 컵을 응시하던, 관영이, 나직이 속삭이듯, 말을 시작해서 점점 소리를 높여 강조하다가, 이내 다시 속삭이듯이 끝을 맺었다. 

“의원님! 이 만남이 얼마나 대단한 만남입니까! 장차 이 나라의 운명을 바꿀 운명적인 만남이요. 더 나아가서는, 어쩌면 전 인류의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운명적인 만남입니다. 그 만남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답답한 실내를 피해서 세상이 내려다보이고, 하늘이 열린 이곳을, 택한 것입니다.”

장훈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섣불리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의지와는 관계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핏 시계를 보니 거의 9시 30분이 다되어갔다. 

“준비 말씀하시니까 말씀드리면, 비상약도 준비했고요. 만약을 대비해서, 전자충격기도 준비했습니다.” 

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만한 전자 충격기를 꺼내보였다. 

장훈은, 또 한 번 놀라기는 했지만 충격기를 살펴보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장훈은. 물어볼 거리가 문득 떠올라 구제받은 느낌으로 물었다. 

“아니 의원님! 그런데 왜? 이[한 생각]을 의원님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고, 이 허장훈이 하면 된다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사실 이게. 제일 궁금했습니다.” 

장훈의 질문에 관영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슬픈 정치현실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치판이라는 게, 아무리 좋은 안건이라도, 여당이 내놓는 안건은, 야당은 무조건 반대해야하는 거고, 야당이 내놓는 안건은, 여당은 무조건 반대부터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현실 아닙니까? 이런 상황에서[한 생각]을 제안해본들 실현가능성은 없다고 본겁니다. 아무리 여당이라고 해도…󰡓 

장훈은 편지를 생각해냈다.

“아! 그래서 제가[한 생각]을 공약으로 내걸고 후보로 나서면, 정 의원님이 저를 지지하고 후보직을 사퇴하신다고, 편지에 쓰셨던데, 그래서 그러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제 여론지지율이 그때까지도 1위를 유지할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렇다고 가정하고, 또, 그때도 제가 무소속으로 있을지, 여당에 입당할는지도 모르지만, 일단 제가, 여당에 입당한다고, 해보자고요. 그래서 제가 여당 대통령후보가 되고, 의원님은 야당후보가 되는 구도가 그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저는, 선거참모들이 만들어주는 공약, 즉, 뻥이 잔뜩 들어간 공약을 걸고 출마를 하고, 야당후보인 의원님은, 후보등록은 하되 공약은 최대한 뒤로 미루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참모들이 만들어준 공약을 채택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만든 공약, 즉[한 생각 1. 2]만 공약으로 하겠다고, 국민에게 직접발표를 하는 겁니다. 그때부터 여당후보인 저는 두문불출 합니다. 그리곤 의원님의 공약발표가 있던 날부터, 약 1주일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폭탄선언을 합니다. 나의 선거공약의 허구성을 고백하고, 허장훈후보의 공약을 지지하며, 그 공약을 지켜드리기 위해 후보를 사퇴한다고, 발표를 하는 겁니다.…난리가 나겠지만 그때부터, 몇몇 유력 인사들의[한 생각]지지성명이 잇따르게 되면, 상황은 급격히 바뀌게 될 겁니다. 아! 물론 저도 지속적으로 나서서 지원할 거고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도 해결하지 못한 경제양극화문제를 최초로 해결한나라, 그것도, 정부의 재원을 사용치 않고 해결한 나라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좀 쉬셨다 하시죠.” 

“그럽시다. 아! 쉬 좀 해야겠네요”

“저도, 해야겠네요.”

두 사람은 바위에서 일어나, 좀 어두운 곳으로 더듬어 옮겨갔다. 관영이 자리를 잡는 것을 본 장훈이, 조금 더 가려고하자 관영이 장훈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냥 여기서 함께 합시다. 이 오줌의식도 훗날엔 역사가 될 겁니다. 하하하! 우리 둘이서 대모산 정상에서 나란히 오줌을 누며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하하하!”

장훈은, 잠시 망설여졌지만 거부할 수없는 무언가가, 그렇게 하게했다. 나란히 서서 오줌을 힘차게 쏟아 냈다. 둘은 왠지 뿌듯한 생각이 들어 더 멀리 보내려 용을 썼다. 

“오늘 한방에 왕창 쏟아내니, 속이 시원한 정도가 아니라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좋습니다.”

제자리로 돌아오며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었다.. 

“의원님! 시간이 오래됐으니, 제가 꼭 알아야하는 것만 마무리하고, 다음에 또 만나도록하면 어떻겠어요?”

“저는 오늘밤을 새우려고 아주 작정을 하고 왔는데, 의원님은 아무래도…”

관영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흔쾌히 말했다 

“그럽시다! 제일 궁금한 게 그거 아닙니까? 단점은 무엇이며 대책은 무엇인지 그리고[한 생각2]의 대통령 선거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그런 거!”

장훈은, 참 할 말이 없게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죠! 정확하시네요.”

“단점은 딱 하나, 도덕적 해이입니다. 즉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도움만 바랄 거라는 겁니다. 의원님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아주 극소수일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빈곤층 사람들은  엄마, 아버지는 물론이고, 나이어린 아들딸들도 다 일합니다. 힘들고, 냄새나고,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일은 이들이 다 하면서도 돈은 제일 적게 받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한 생각]에 그 것조차 해결하기위해, 근로의무와 납세의무를 연계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는 모든 사람은,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하면 소득이 생길 것이고, 소득이생기면 세금을 내야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세금 면제율이 45%를 넘고 있는데, 이제는 아무리 소득이 적더라도, 단 1% 또는 0,1%라도 내야 되고, 납세증명이 되어야만[한 생각]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관영이 말을 마치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여하튼 대단하십니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제 내려가고 다시 또 만나기로 하죠. 다 듣긴 해야 하는데…”

“그럼[한 생각2]의 요점을 간단히 설명하고, 아까 제가 드린 것을 읽어보시고, 또 만나기로 하십시다. 자![한 생각2]입니다! 허 의원님! 혹시 추첨민주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추첨민주주의요? 예!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만” 

장훈이 대답은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관영이 바로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에이! 그냥 제가 바로 설명할 게요. 시간이 없으니,… 지금의 대통령 선거의 단점은, 편지에 적은대로 너무 치열합니다. 

그래도 국민들은, 내손으로 직접 뽑는 것을 원합니다. [한 생각2]는 국민들의 직접 참여욕구도 충족시키고, 선거자체를 축제가 되도록 결합시킨 선거방법입니다. 방법은 우선 국민직접투표로, 1명이 아닌 2명을 선출합니다. 그리고 그 2명을 놓고 7주에 걸쳐서 7번의 추첨 쇼를 벌리는 겁니다. 즉, 결선은 투표가 아닌 추첨으로 뽑는 겁니다. 그러면, 제가 편지에 적었던 모든 정치적 문제들이, 깨끗이 해결됩니다. 집에 가셔서 각 문제점들과 일일이 대비시켜 보십시오. 신통하게도 모두 해결될 것입니다. 국민직접투표로 1명이 아닌 2명을 선출 하다보면 1명을 뽑을 때보다 싸울 일이 반의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2등 안에만 들면 되니까 1.2등간에는 싸울 필요가 없고 3위 이하의 후보들이 2위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만, 그 싸움은 좀 싱거울 겁니다. 그리고 추첨으로 결선을 하게 되면, 이거야 말로 정말 싸울 일이 없어지는 거죠. 이제는 국민의 선택도 받아야 하고 하늘의 선택도 받아야 하는 거죠. 여기에도 문제를 삼고자 하면 문제는 있지만, 추첨만큼 공정한 것도 없다고 봅니다.”

“아아! 그래요. 추첨…결선추첨이라! 오호! 참!” 

장훈은, 또 한 번 놀랐다. 무언가 생각이 나서 말을 하려다 그냥 삼키기로 했다. 관영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제가 드린 서류의 내용은[한 생각1.2]의 자체 내용 뿐이고요. 실현시키는 방법은, 제 머릿속에 있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실현시키는 방법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은[한 생각1,2]의 내용과 실현방법에 대하여, 토론도하고, 연구도해서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여러 번 만나야 되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그래야겠지요? 앞으로는 어떻게 만나야하죠?”

그때, 관영이 무언가를 내밀며 말했다.

“대포 폰입니다. 앞으로는, 이거로 서로 연락합시다. 여기에 제 번호를 입력해 놨으니까요. 제 것도 대포 폰입니다.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집 어딘가 잘 두셨다가, 밤늦게만 연락하기로 합시다. 서로 연락해서 대화를 나눌 때는 만약을 대비해서, 서로 호칭은 빼고 하도록 하자고요. 의원님, 의원님, 이런 거 말입니다 그리고 제 집사람도 모르게 할 거니까, 의원님도 좀 그렇게 하셔야 되는데, 괜찮겠어요?. 

장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 철저하시네요. 네! 그래야겠지요. 이거 뭐! 보통일이 아니네요.”

그들은 산에 오를 때는 따로 올랐지만 내려갈 때는 함께 내려갔다. 어두운길을 플래시 불빛에 의지하여 내려갔다. 가끔씩은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몇 번인가는 손을 잡기도 했다.

장훈은 정관영의원이 형 같다는 생각을 몇 번씩이나 했다. book365@daum.net

 

*필자/이헌영

소설가. 아이디어 소설 한생각(2017)을 발표. 2018년 한국예총 <예술세계신인상에 장편소설 은미야 괜찮아 노래해!가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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