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한중미 외교의 명분과 실리 '평화명분은 번영의 길 약속'

한중미가 공동으로 번영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 국제외교의 길을 모색

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20/05/20 [18:16]

▲ 김대유 경기대학교 교수.     ©브레이크뉴스

아름다운 바미얀 대불이 있는 호라즘 왕조의 불교성지 탈리칸은 몽골군에게 함락되고 성민은 모두 학살되었다. 왕조의 멸망은 외교 때문이었다. 1218, 몽골에게 미지의 세계였던 거대한 제국 호라즘에게 통상을 요청하는 징기스칸의 사신단 450명이 무함마드 왕의 친족인 오트라르 태수 이날츠크에게 첩자로 몰려서 몰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왕은 다시 오해를 풀기 위해 온 몽골 사신 3명 중 1명을 참수하고 2명은 수염을 깍아서 돌려보냈다. 

 

전쟁 준비도 하지 않고 사신을 죽인 호라즘 왕국은 결국 몽골군의 침략을 받아서 소멸했다. 반면, 전쟁을 예견하고 유인하기 위해 거란의 사신단을 유배 보내고 선물로 보낸 낙타 50필을 만부교 아래에 매어놓아 굶어 죽게 한 고려는 감강찬 장군의 귀주대첩을 통해 거란군을 격퇴하고 거란의 남진 정책을 봉쇄했다. 태조 왕건은 한족이 세운 송나라와 등거리 외교를 맺고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을 침으로써 동북아 국제질서의 주축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남긴 로마는 로마가도를 건설하여 제국을 경략했고, 길은 주인이 따로 없어서 로마는 그 길을 따라 침략해 온 이민족에게 멸망 당했다. 외교는 길과 같다. 남한산성에 갇혀서 죽음을 기다리던 인조는 온건파 최명길을 따라 살길로 나섰고, 부산까지 몰렸던 이승만은 미군의 길을 따라 서울로 돌아갔다. 신의주까지 쫓기던 김일성은 두만강에서 중공군을 맞이하였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남한과 북한은 다시 38선에서 휴전의 길을 만들었다. 외교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문이고 길이다. 문을 나서서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존망이 엇갈린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공고했던 G2의 세계질서는 흔들리며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초라한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중국은 아직 투명한 민주주의에 미숙한 모습이다. 일본의 추락은 날개가 없고 북한의 장막은 더 무겁고 짙어졌다. 동북아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음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미국의 트럼프는 정치적 돌파구로 중국의 경제봉쇄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시진핑은 내부정치를 다지기 위해 양회를 소집했다. 양국의 대립 가운데 놓인 한국은 거대한 G2의 외교방향을 지켜보며 고심하고 있다.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지금 세계 10위의 경제국가로 발돋움하여 코로나19의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강소국(强小國)인 한국은 새우에서 돌고래로 성장했다. 미국과 양국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지난날의 외교 관행을 탈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두 나라의 시선은 어떠한가.

 

 

중국은 한국과 전쟁을 경험했다. 옛말에 싸운 상대와는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어도 싸우지 않고 지배당한 상대와는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중국과 한국은 적대국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호선린의 길을 선택하면서 사드와 한류의 갈등을 딛고자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드물다. 반강제적으로 사드를 배치하였고 방위비 협상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가쓰라 태프트 조약을 맺어서 미국이 필리핀을 지배하는 대가로 일본이 한일합방을 강행하도록 방치하였고, 얄타회담을 통해 한반도가 분할되고, 19501월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은 태평양 방위선을 알래스카-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선으로 한다고 발표를 해서 북한의 남한침공 가능성을 오판하게 만들었다.

 

625 남침에서 당시 소련의 개입을 우려한 미군이 참전하였고, 예상을 뒤엎은 중국의 북한원조 전쟁으로 한중미는 은원(恩怨)관계가 얽히게 되었다. 미국이 한국을 평등한 외교적 상대로 인정하지 않은 배경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한국의 시각에 머물러 있다. 한미관계의 숨은 그림이다.

 

 

한중미의 새로운 외교관계는 변화된 국제질서의 법칙을 따르면 된다. 미국과 중국이 고래라면 한국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다. 고래싸움에 돌고래는 평화지대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미군주둔을 용인하고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군사보호협정을 맺도록 용납해야 한다.

 

함께 존립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한중이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고 평화지대를 형성하면 미국도 경제적 실리를 함께 챙길 수 있다. 미중이 군사적으로 대립되는 것을 한국이 중재하고, 한국을 미중 자유경제시장으로 설정하면 언제든 미중의 경제적 갈등도 플 수 있다. 평화의 명분은 번영의 길을 약속한다. 한중미가 공동으로 번영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 국제외교의 길을 모색하자.

 

*필자/김대유.

경기대학교 교수. 한중교류촉진위원회 공동대표. <근간>행복한 삶의 온도.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