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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간부의 성공이 곧 부대의 성공

육군의 경우 중간 리더인 중령 계급의 대대장이 되면 부대원들과 직접 호흡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전인범 육군 예비역 중장 | 기사입력 2020/03/28 [13:35]

 

▲ 전인범 육군 예비역 중장. ©브레이크뉴스

군의 초급 리더 그룹인 소위에서 중위·대위까지 위관 시절에는 부대원들과 현장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고 생활하는 기간이다. 그리고 육군의 경우 중간 리더인 중령 계급의 대대장이 되면 부대원들과 직접 호흡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병력들과 교감이 형성되고 소통만 되면 소대장 때처럼 재미있고 또한 중대장 때처럼 신나는 지휘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과거 군의 잘못된 관행과 지나친 요구로 군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군이 사회 변화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가정과 학교에서도 급속히 변하는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은 그 가운데에 끼여서 더욱 힘든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육군은 공군이나 해군 그리고 해병대의 지원병과는 달리 제한된 범위 내에서 군 복무를 시작한 군인들이 대다수이기에 그 어려움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특히 신병들은 부대원 모두가 각별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인원들이다. 따라서 후견인 제도전우조그리고 단체 행동을 통하여 적응을 돕고 불미한 인적사고를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부대 내에서 사고는 급격하게 줄이는 "성과"를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부대관리, 병력관리에만 신경 쓰는 결과를 종종 볼수 있다. 이러한 예는 특히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진정한 용기가 부족한 지휘관이 지휘하는 경우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초임장교와 부사관에게 특히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어느 군대든 인권이 보장되는 군대는 강한 군대이며 반면에 인권이 무시되는 군대는 속이 빈 강정과 같은 군대이다. 군내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은 강한군대를 만들기 위한 기본이다. 다만 인권은 신병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병들의 신상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초급리더인 분대장, 부소대장, 소대장, 중대장 그리고 대대장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전투준비태세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제 갓 임관하여 초등군사반 과정에서 소대급 실무의 기본을 배우고 있는 장교들은 의욕과 함께 많은 걱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군의 선배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한다면, 첫째는 매사 주어진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다. 어떤 부하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상관을 만나게 될까? 부대 분위기는 어떨까? 등 여러 가지 궁금증과 막막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마치 막 전입 가는 신병과 같은 심정이지만 거기에 소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까지 더해져서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그 시간에 체력단련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다지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그리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길 권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장교나 부사관으로서 초임간부 생활은 물론 평생 동안 도움이 되는 자세가 될 것이다.

  

둘째는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시키기만 하던 시절은 이미 옛날에 지나갔다. 적진 앞으로 돌격을 해도 맨 앞에서, 병영에서 청소를 해도 먼저 소매를 걷고, 야외에서 진지공사나 작업을 해도 먼저 삽과 곡갱이를 들어야 한다.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이 체력단련과 건강이다. 탄탄한 근육맨이 아니더라도 강건한 군인이 되도록 개인위생과 일정한 취침 습관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상하 계급 누구나 부대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 노력의 시작은 솔선수범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오만과 자만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는 말이다. 모르면 모른다고 진솔하게 얘기하고 알려고 노력하고 물어봐야 한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자기(自己)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는 격언을 잊지 말고 늘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아랫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과 환경에서 부대를 지휘하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때 지휘관()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부하들과의 관계이다. 비록 실수했을 때 부하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할지라도 솔직한 자기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말해서 기왕 죽는 거 멋지게 죽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대 지휘 도중 만일에 뜻하지 않은 어떤 불의의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병력을 거느리고 무기를 가지고 교육훈련을 하다보면 사고는 언제든지 날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것이고, 이럴 때 부대 지휘의 성패를 책임지고 있는 지휘관()는 무한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합리화 내지는 축소 은폐하고 싶은 심리적 본능이 있다. 그러나 군의 지휘관()은 이때에도 이러한 본능을 이겨내고 사실대로 얘기하고 대처해야 한다. 사고는 피치못할 실수로 이해될 수 있지만 사고에 대한 축소나 은폐는 범죄행위라고 인식해야 한다. 즉 실수는 용서 받을 수 있어도 범죄는 용서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많은 초임장교와 부사관들이 군의 초급 리더로서의 새로운 출발과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이들을 중심으로 도와주고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들을 맞이하는 분대장과 소대원, 중대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초임간부의 성공이 곧 부대의 성공이며 소속된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좋은 간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칼럼은 월간 힘(him)에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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