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란? ‘싹’과 ‘아지’가 합쳐서 이루어진 말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김덕권 시인 | 기사입력 2020/02/25 [10:42]

▲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싸가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싹’과 ‘아지’가 합쳐서 이루어진 말이라고 합니다. 동물의 새끼나 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미사 ‘아지’가 ‘싹’과 결합하여, 싹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 처음 상태인 싹수를 일컫는 말이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바뀌어 비유적으로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인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낌새나 징조를 가리키는 속어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또 바뀌어 본래의 뜻은 옛날에 한양도성을 건립할 때, 인간이 갖춰야할 덕목(德目)에 따라 ‘네 가지의 문’을 동서남북에 세웠다는 데서 연유한 말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첫째, 동대문입니다.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입니다. ‘인’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불쌍한 것을 보면 가엾게 여겨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둘째, 서대문입니다. 서대문은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 해서 돈의문(敦義門)입니다. ‘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은 미워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셋째, 남대문입니다.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입니다. ‘예’는 사양지심(사讓之心)으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하며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말합니다.

 

넷째, 북문입니다.  북문은 ‘지(智)’를 넓히는 문이라 해서 홍지문(弘智門)입니다. ‘지’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말합니다.

 

다섯째, 보신각입니다.  그 네 개의 문 중심에 가운데를 뜻하는 ‘신(信)’을 넣어 보신각(普信閣)을 건립했습니다. ‘신’은 광명지심(光名之心)으로 중심을 잡고 항상 가운데에 바르게 위치해 밝은 빛을 냄으로써 믿음을 주는 마음을 말함이지요.

 

이렇게 한양도성은 ‘오상(五常)’에 기초하여 건립한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도성을 짓는 데도 사람의 도리를 중시하는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지고 지었습니다. 그리고 보신각이 4대문 중심에서 종을 울리는 것은 ‘인의예지’를 갖추어야 인간은 신뢰할 수 있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래서 인의예지 네 가지가 없는 사람은 ‘사가지’ 없는 놈, 즉 ‘싸가지’ 없는 놈이 됩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는 은연 중, 싸가지 없다는 말을 많이 써 왔습니다. 이런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지요.

 

이렇게 ‘5’라는 숫자는 천지의 조화를 상징하며, 우주의 이치가 모두 담겨 있는 신비로운 숫자입니다. 5는 3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완전수(完全數)이지요. 5가 3과 호응하면 그 의미가 더 커집니다. 삼강(三綱)에 오륜(五倫)이 갖춰지면 인륜(人倫)이 서고, 삼황오제(三皇五帝)는 태고 적 이상적인 군주(君主)의 총칭(總稱)입니다.

 

우리가 먹는 송편에도 오방색(五方色)의 조화가 들어 있습니다. 서양의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의 7색입니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5색을 기본색으로 합니다. 서양의 음계(音階)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7음계입니다. 그러나 동양은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의 5음계를 쓰지요.

 

발음 기관도 어금니[牙] · 혀[舌] · 입술[脣] · 이[齒] · 목구멍[喉] 등 오성(五聲)으로 구분합니다. 우주의 운행도 음양(陰陽)의 이치 위에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五行)이 겹쳐 운행됩니다. 음식의 맛도 맵고[辛], 시고[酸], 짜고[鹹], 쓰고[苦], 단[甘] 5가지 맛으로 구분하였지요.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누리고픈 오복(五福)은 오래 살고[壽], 부유하며[富], 건강하고[康寧], 덕을 닦고[攸好德], 편안히 죽음을 맞는 것[考終命]이라 했습니다. 인간의 내장도 폐장(肺臟) · 심장(心臟) · 비장(脾臟) · 간장(肝臟) · 신장(腎臟)의 오장(五臟)을 갖추었지요.

 

사람은 오장만 갖추어서는 안 됩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을 갖추어야만 육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인격체로 보이는 것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 ‘사가지’를 두루 갖춘 덕화만발의 인격을 갖추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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