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왜 한국이 몽골에 나무를 심나?

[몽골 현지르포-2]한국-중국-일본-대만-러시아 등 ‘주변국 환경영향론’

문일석 본지 발행인 | 기사입력 2019/10/15 [16:41]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  ©브레이크뉴스

()푸른아시아의 오기출 상임이사는 푸른아시아를 설립, 지난 22년간 이 단체를 이끌어온 시민운동가이다. 지난 2014년에는 환경분야 노벨상이라 불리는 유엔이 주는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극심하게 나타난 몽골에 나무를 심고, 생태계와 마을공동체를 회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지난 2017년에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는 저서를 출간(사우 출판사) 했다.

 

그는 이 책에 게재된 당신의 쇼핑이 몽골 유목민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글에서 몽골의 사막화 과정을 집중분석 했다. 염소털인 캐시미어 생산이 몽골 사막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또한 몽골에 몰아닥친 큰 가뭄이 몽골산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세심하게 들여다봤다.

 

오 상임이사는 이 글에서 캐시미어는 울이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모직 제품보다 더 부드럽고 가볍고 보기에도 좋아서 최고급 의류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100퍼센트 캐시미어 옷은 상당한 고가여서 일반인은 구경하기도 어렵고, 캐시미어가 살짝 들어간 제품도 매우 비싼 가격에 팔린다. 실제로 고급 겨울 코트나 신사복의 원단 표시를 자세히 보면 캐시미어가 함유된 제품이 꽤 많아졌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캐시미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2년 사이에 가격이 60퍼센트나 올랐다고 한다. 캐시미어 원료는 염소, 야크, 라마, 낙타의 털인데, 특히 몽골에서 키우는 염소의 겨드랑이와 가슴 털을 최고로 친다. 봄이 되면 고비사막 지역과 초원에서 자라는 염소의 겨드랑이와 가슴에 보드라운 털이 새로 자라는데 몽골 유목민들은 이 털을 빗으로 뽑아 중국과 일본, 미국, 영국의 대기업에 팔아넘긴다고 지적하면서 몽골에서 염소를 대량으로 키우면서 땅이 황폐해지고, 급기야 유목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 땅에서 수천 년 동안 별문제 없이 가축을 키우며 살아왔는데, 왜 갑자기 땅이 황폐해지고, 사람들이 터전에서 내몰리게 된 걸까? 가장 큰 변화는 키우는 가축의 종류다. 예부터 몽골 초원에는 양과 소, 말이 많았지만 염소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몽골 사람들은 주로 양고기와 쇠고기를 먹기 때문에 염소는 그다지 많이 키우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염소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 몽골 돈드고비 지역에 식재한 나무, 잘 자랐다.     ©브레이크뉴스

 

▲몽골 돈드고비, 일하는 주민들이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 몽골 들판.  ©브레이크뉴스

 

이어 세계적으로 캐시미어 수요가 늘면서 몽골 유목민들은 너도나도 염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염소는 땅을 황폐화시키는 특징이 있다. 염소는 발굽이 하이힐처럼 뾰족하고 단단해서 땅속에 뻗은 풀뿌리까지 짓밟아버린다. 또 땅속에 얼마 남지 않은 풀뿌리, 이끼, 씨앗까지 모조리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 탓에 땅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는다. 몽골 사람들이 염소를 키우는 목적은 주로 캐시미어를 팔기 위해서다. 값비싼 캐시미어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다. 캐시미어 소비가 늘어나자 자연히 가격이 상승하게 되었고, 최고급 캐시미어를 더 싼 가격에 사들여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2007년 자료를 보면 국제 시장에서 캐시미어 거래가 급등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캐시미어를 사들이고 싶어 했고, 몽골 사람들도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업자들은 유목민들을 대상으로 염소펀드라고도 불리는 캐시미어 펀드를 만들어 팔았다. ‘캐시미어를 많이 팔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자금이 없으세요? 그러면 우리 은행에서 빌려드립니다. 이 돈으로 염소를 키워 캐시미어를 팔아 갚으세요.’ 이렇게 광고하면서 더 많은 염소를 키우도록 부추겼다. 은행은 유목민 1가구당 평균 350만 원을 빌려주었다. 유목민들은 키우던 가축과 몽골의 전통가옥인 게르를 담보로 제공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초 몽골에서 400만 마리 정도였던 염소가 2010년 이후 2000만 마리까지 늘어났다. 캐시미어 원료가 많이 공급되자 현지 가격이 뚝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제 시장과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였다. 중간상인이 싼값에 캐시미어를 사들여 비싸게 팔았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염소를 키워 대출금을 갚으려던 유목민들은 살 길이 막막해졌다. 원금은커녕 약 35퍼센트나 되는 대출 이자도 낼 수 없었다. 빚을 갚지 못한 유목민들은 야반도주하기도 했다. 유목민 마을에는 주인 잃은 빈집만 덩그러니 남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람들이 떠난 집과 가축, 모든 재산은 금융업자가 가져갔다. 캐시미어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지만 생산자는 집과 재산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캐시미어를 싸게 사들여서 비싸게 파는 중간상인들, 대출을 받아 염소를 대규모로 키우도록 부추기고 비싼 이자를 챙긴 금융업자들은 큰 수익을 챙겼다. 유일한 피해자는 몽골 유목민들이었다. 이들이 바로 몽골의 금융 난민이다. 염소펀드를 만든 금융업자는 몽골 현지인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에서 온 외국인이 훨씬 더 많았다. 몽골 과학자들은 몽골 땅에서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 키울 수 있는 가축의 수가 2000만 마리라고 본다. 실제로 1990년 이전에는 1200~1300만 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가축도 소, , 말이 대부분이었고, 정부의 관리 아래 계획적으로 방목했다. 그러다가 1991년에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가축 관리 시스템도 붕괴했다. 몽골에 서구 금융자본이 들어오면서 염소를 비롯한 가축의 수가 급격히 늘었다. 2010년 이후에는 총 5500만 마리까지 늘었고, 이 중에 염소가 2000만 마리나 되었다고 적시했다.

 

▲ 몽골 아르갈란트 사업장.    ©브레이크뉴스

 

 

▲ 몽골 초등학생들이 그린 나무심기 그림.     ©브레이크뉴스

 

또한 몽골에서는 무분별한 염소 방목으로 땅이 황폐해진 데다 기후 변화로 인해 초원이 사라지고 있다. 초원과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다. 초원이 사라지면 가축이 살 수 없고, 가축이 죽으면 조상 대대로 유목으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도 더 이상 살 수 없다. 유목민들이 유일한 생계수단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초원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대도시로 가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들은 대도시의 가장 그늘진 곳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몽골 환경 난민의 현실이라면서 몽골에서 영구동토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몽골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초원이 시원하게 펼쳐진 땅이었다. 특수건조 지역으로 분류되는 몽골이 푸른 초원을 자랑할 수 있었던 비밀은, 땅 밑에 365일 물을 머금은 영구동토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땅을 파서 지하수를 뽑아 올려 온도를 재보면 0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얼음이 막 녹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원래 몽골 땅의 60퍼센트가 영구동토층이었다. 영구동토층은 물을 담아두는 저장고 역할을 해준다. 계절에 따라 영구동토층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땅속에 간직하고 있던 물을 조금씩 내보내 강과 호수, 푸른 초원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유목민들이 가축을 키우며 살아갔다. 그런데 지금은 영구동토층의 80퍼센트가 녹아버렸다. 자연히 초원과 호수와 강도 사라졌다. 거대한 수분 저장고 역할을 하던 땅이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메마른 땅으로 변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온이 올라가서 수백 년 동안 녹지 않던 영구동토층이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몽골의 국토는 한반도의 7.4, 남한의 17배다. 하지만 인구는 320만 명으로 인구 밀도가 매우 낮다. 우리나라 인천의 인구와 비슷하다. 게다가 공장도 없고, 수도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면 자동차도 많지 않다. 이런 나라에서 왜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한 걸까? 학자들에 따르면 유목 활동이 몽골의 토양 퇴화에 미치는 영향은 15~20퍼센트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적 요인이라고 한다. 특수건조 지역인 몽골은 바다와 인접하지 않았기에 오로지 대륙의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륙의 기온이 조금만 상승해도 민감하게 변하고, 자연과 생태계의 균형이 붕괴된다고 알리고 있다.

 

▲ 몽골 사막화 지도. ©브레이크뉴스

 

푸른아시아는 몽골 내에 19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함께 어울려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국제적인 환경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KT&G도 푸른아시아를 후원한다.   ©브레이크뉴스

 

오 상임이사는 몽골의 기온 2도 상승에는 주변국들의 책임이 더 크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러시아처럼 공업이 발달한 주변국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주의 경제를 주도해온 미국과 유럽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변 국가의 산업시설이 뿜어내는 온실가스로 인해 바다와 땅의 온도가 올라가고,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한 땅인 몽골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조드(dzud)라는 이름의 대재앙까지 겹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블랙조드라 불리는 가뭄이 닥쳐 가축 1000만 마리를 한꺼번에 도살하는 일이 있었다. 가축이 겨울을 나려면 여름에 풀을 먹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15년 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풀이 자라지 않는 누런 땅에서 제대로 먹지 못한 가축들은 삐쩍 마른 상태가 되었다. 겨울이 되면 굶어 죽을 것이 명백해지자 그전에 가축들을 도살한 것이다. 그러자 현지 고기 가격이 폭락했다. 이때 저장고 시설을 갖춘 중국 등의 외국 기업이 고기를 싼값에 사들였다. 그 밖에 겨울에 영하 50도의 기온이 20일 이상 지속되어 눈이 빙하처럼 얼어붙는 화이트조드, 눈 대신 비가 온 후 기온이 뚝 떨어져 빗물이 투명한 거울처럼 얼어붙는 미러조드도 있다. 이 경우 가축은 얼음 속에 있는 풀을 보고 발굽으로 얼음판을 긁어대다가 굶어 죽는다. 기온이 50도 이하까지 떨어지는 것은 북극기단이 편서풍이 약해진 틈을 타서 몽골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도 조드가 있었으나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고, 미리 대비해서 견딜 만한 정도였다. 게다가 전에는 50년에 한 번씩 있는 드문 일이었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주기가 짧아져서 거의 7년에 한 번 꼴로 찾아오고 있다고 알리면서 몽골에서는 하루아침에 가축이 1000만 마리 넘게 떼죽음을 당하고, 2만 가구 1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환경 난민이 되어 고향을 등지고 있다. 반면 대도시에 사는 우리는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옷을 입고 따뜻한 실내에서 안락한 문명을 누리고 있다. 기후 변화로 피해를 당한 사람도, 원인을 제공한 사람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유목민들은 왜 키우던 가축 수천 마리가 하루아침에 죽어서 생계가 막막해졌는지, 왜 조상 대대로 수천 년 동안 해오던 유목생활이 자신의 세대에서 끊기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환경 난민에게 가축들이 먹을 풀을 미리 준비했어야지. 겨울 준비를 게을리 했으니 당신들 책임이야라고 말한다. 오늘도 몽골을 지원하는 선진국 정부 혹은 기업 관계자들은 몽골 도와주러 왔다, 좋은 일을 하러 왔다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엄밀하게 말해 우리가 그곳에 가서 나무를 심고 땅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은 몽골을 돕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진단했다.

 

▲기후변화로 죽어가는  몽골의 소나무.     ©브레이크뉴스

 

▲ 몽골 아르갈란트 현지르포에 나선 필자(문일석 본지 발행인).  ©브레이크뉴스

푸른아시아는 몽골 내에 190명에 달하는 인원이 함께 어울려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국제적인 환경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몽골 환경부로부터 울란바타르 담부다르다 지역에 있는 토지 3ha15년간 임차했다. 이곳에 푸른아시아의 몽골지부 사무실을 갖추고 있고, 환경-영농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형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영농-나무 기르는 방법에 대해 교육 시켜오고 있다.

 

 

오 상임이사는 푸른아시아라는 시민단체의 리더로서는 몽골 내 9개 사업장 총 630ha70만주의 나무를 심는 사업을 추진해온 주역이다. 몽골 환경살리기 사업에 서울시가 적극 지원하고 나선 것도 그의 한국-중국-일본-대만-러시아 등 주변국 환경영향론이 먹혀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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