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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광장... 대중교통 몰 운영이 답이다!

광장에서의 행위는 벌떡 일어난다는 의미의 궐기(蹶起)로 포장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 기사입력 2019/06/18 [14:15]
▲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    

광장(廣場)의 귀환. 광장이 만들어져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넓은 도로를 통제하니 광장이 되었다. 원래 도로의 주인은 차량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밤 차량통행을 막은 도로는 광장으로 변신했다. 대전 중구 으능정이 일대 중앙로가 U-20 월드컵 축구 결승전 응원을 위한 무대가 됐다.

 

그동안 잃어버렸던 광장을 되찾은 시민이 무려 2만5천여 명이나 몰려들었다. 광장의 주인들은 ‘맘껏 즐기는’ 20살들의 축구와 도로의 개방감에 환호했다. 초여름 밤의 광장은 해방구였다.

광장에 관한 대전의 역사는 또렷하다. 1980년대 중반까지 대전의 광장은 ‘악마화의 현장’이었다. 절대 권력의 뜻에 따라 강제로 동원된 시민들이 불의한 권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꼭두각시 놀이터였다. 북한의 행위에 대한 정치적 분노를 강제하는 악마화의 분출장이기도 했다.

 

광장에서의 행위는 벌떡 일어난다는 의미의 궐기(蹶起)로 포장된다. 참고 참다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대규모로 의사를 표현한다는 ‘궐기대회’로 미화되곤 했던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광장은 악마화의 현장에서 ‘민주화의 광장’으로 변한다. 떨쳐 일어난 시민들의 궐기는 군부독재의 폭압을 규탄하고 스스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직선제 헌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군부독재의 고문치사와 무차별 쏟아지는 최루탄의 살포에 항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광장이었다. 광장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앞으로 나가게 했다.

 

밀실의 유혹이 아닌 공개된 공간은 연대와 배려를 낳았다. 20세 이하 축구 대표 팀처럼 사람들을 원 팀으로 뭉치게 했다. 정의와 자유, 그리고 민주는 광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언어라는 것을, 6월의 광장은 증명했다.

2002년의 광장은 신세대의 출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2002년 광장은 국제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겪은 시민, 특히 20대 청년세대에게는 우울함을 털어내는 한 마당의 춤판이었다. 최루탄으로 눈물 콧물을 흘리는 광장이 아니었다. 레드 콤플렉스는 먼 과거의 전설로 떠나보냈다. 모두가 붉은 악마가 되는 광장의 아이들이었다.

2017년 겨울은 점점이 수놓은 촛불로 광장을 덥혔다. 헌법정신과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주권재민을 확인하는 광장이었다. 국정농단을 단죄하고,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자는 신사회 건설의 다짐이었다. 6월 광장의 진화를 촉구한 시민들의 거듭남이었다. 촛불광장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봉기 현장이었던 것이다.

2019년의 광장은 2002년의 광장과는 질적으로 다른 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경쟁만능, 성과제일의 신자유주의적 사고를 뛰어넘었다. 무엇보다도 경쟁을 위한 과정이 통제일변도이거나 하향적 지시관리시스템이 아니었다. 자율과 믿음, 즐거움으로 경쟁을 향했다.

 

국가대항 축구는 전쟁이 아니라 즐기는 놀이판이라는  인식전환을 이뤘다. 행복하게 놀이를 즐겼으니 결과가 어찌됐더라도 후회가 없다는 가치의 대변환이 일어난 것이다. 2019년 6월 광장은 이런 가치변화를 추구해온 ‘신인류 출현’을 승인하는 환영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광장은 이렇듯 정치사회적으로 변화하거나 변화한 가치를 확인하고 인준하는 공개된 장소이다. 하지만 대전은 광장이 거의 없어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도시가 되었다.

 

시대적으로 많은 상징을 갖고 있는 대전역 광장이 이런 저런 핑계로 축소를 거듭해 과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 서대전 네거리 광장은 사유지인 관계로 언제 사라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광장은 언제든 필요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Transit Mall)’라는 것을 설정하면 가능하다.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도심 상업지구의 활성화와 쾌적한 보행자 공간 확보, 대중교통의 원활한 운행 등을 위해 승용차 등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는 지구를 말한다.

 

도심 교통 환경 개선이 목적이다.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는 시내버스와 구급차 등의 긴급차량, 보행자와 자전거 등 지정된 일부만 통행이 가능하다.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광장으로 확장하자면 구급차 이외의 모든 차량 통행을 금지시키면 된다. 전용지구 내에서는 모든 사람이 걸어 다니게 하는 것이다. 일정 지역을 가로막아 차량이 다니던 도로 위를 보행자 천국으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

 

이번 U-20 축구결승전 응원 때 으능정이 일대 중앙로 왕복 8차선 275m의 도로에서 차량통행을 막은 것처럼 하는 것이다. 모든 차량의 통행금지 구역은 자연스럽게 광장이 된다. 토요일 등 주말에만 해도 되고, 필요에 따라 신축적으로 운영하면 된다.

대전에서 일정지역의 차량통행 전면금지는 어린이날 등 특별한 날에 시행해 본 적이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고, 처음엔 반대하던 인근 상인들 역시 결과에 흡족해 했다. 광장의 효과를 고려해 대전광역시장의 정책집행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 33조는 시장은 도시의 교통수요를 감안해 승용차 등 일반 차량의 통행을 제한할 수 있는 지역 및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미국 미네소타 주의 미니애폴리스 니콜렛 몰 등 전 세계 12개국 50여 개 도시에서 시행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2009년 12월 대구 중앙로(대구역∼반월당)에서 처음 도입됐고, 서울에서도 현재 주말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를 잇는 550m의 연세로 일대에서 운영하고 있다.

광장조성을 위한 대중교통 몰 운영은 도시철도 시대를 대비한 사전 모의실험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도시철도 1호선의 지하철에 이어 2호선인 트램이 완공되면 대중교통 체계가 완전히 바뀌는 도시철도시대가 도래한다. 간선교통망이 시내버스에서 도시철도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시내버스는 현재처럼 1~2시간 걸려 시발지에서 기착지까지 운행하지 않아도 된다.

 

트램도시를 대비해 시내버스 운행 축이 현재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였다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운행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앙로 일대에 대중교통 몰을 지정해 광장을 만들면, 시내버스는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의 동서방향 진행에서, 대전여상에서 대흥동 네거리의 남북방향 축으로 운행하는 실험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광장은 밀실의 상대어이다. 광장은 공개적으로 대화와 토론을 하고 자신의 언어에 대해 검증하고 동의를 받는 곳이다. 민주주의의 실험장이고 실천 장소이다. 공간의 개방성에서 창발성이 발휘된다. 삶의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해방감을 갖는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깨달음과 내고장 대전의 주인임에 자존감을 갖게 한다. 트램도시 건설에 걸맞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지정하면 광장은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다. 대전시의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광장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대전시가 그런 공간, 그런 거울 하나쯤 갖고 있다면 얼마나 폼 나고 신나는 일이겠는가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대전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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