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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소설가 “봉하노송의 절명 1권-고 노무현 마지막 하룻밤” 출간

인간 노무현의 고통스런 선택의 순간을 실증 자료와 인터뷰를 토대로 소설로 그려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19/05/07 [11:43]

▲ 서주원 소설가 작품집.  ©브레이크뉴스

소설가 서주원이 인간 노무현의 고통스런 선택의 순간을 실증 자료와 인터뷰를 토대로 소설로 그려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다룬 실록정치소설 “봉하노송의 절명1-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하룻밤”을 평사리 출판사가 출간한 것.

 

부엉이바위에서 절명하기 전까지 하룻밤 동안 봉하마을의 ‘지붕 낮은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내내 무엇을 고심했을까? 하룻밤 동안 고 노무현 대통령이 느꼈을 분노, 애달픔, 참담함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후회는, 그가 절명한 지 10년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소설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며 누구나 지닌 이 안타까운 마음을 위로하고자 한다. 한번만 더 ‘털털하게 웃던 그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털털하게 웃는 그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이 소설의 미덕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도한다는 데 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충격적인 죽음에 억울하다, 그립다, 보고 싶다는 감정이 여전하다. 이런 마음을 소홀히 하지 않고, 그와 작별하는 방법을 작가는 고안해 왔고 첫 결실로 이 책, '봉하노송의 절명' 1권을 엮었다.


작가는 소설이란 가상의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소설에서는 그를 ‘봉하마을의 늙은 소나무’란 뜻인 봉하노송(烽下老松)이라 부른다. 봉하노송이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부엉이 울음소리를 독자들도 듣게 한다. 마치 주술사의 요령 소리처럼 부엉이가 울면, 담배 한 개비에 라이터 불을 붙이는 봉하노송의 담담한 심경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는 그렇게 독자들을 봉하노송이 되게 한다.


역설적이게도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은 그에 대해 더는 궁금한 게 없다는 것이 아닐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해 나온 수많은 책과 기사로도 궁금함이 풀리겠지만, ‘언제든 털털하게 웃던 그를 직접 마주하며 말을 건네고 싶고 시원시원한 그의 대답을 듣고 싶다’는 미련은 누구나에게 있다. 작가는 그래서 소설을 구상했고 하룻밤 동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잠시라도 머물렀을 만한 것들을 뒤지고 찾아 상상했다.

 

작가는 "마음먹은 대로 글을 쓸 수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에 집필이 고통스러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정작 평범한 사람, 노무현을 마주하고 싶어 했기에 자신의 작업이 가능했다고 한다.


먼 훗날 새로운 작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다룰 것이다. 그 작가는 서거 10년째에 나온 ‘이 소설, '봉하노송의 절명'을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고 작가는 말한다.

 

서주원 작가는 부안의 위도에서 태어났다. 2018년에 장편소설 '봉기' 3권을 냈다. 3권까지 봉기는 1993년 작가의 고향 위도에서 있었던 서해훼리호 침사를 다룬 최초의 문학적 기록이다. 이제 봉기 4~7권을 집필 중이다. 여기서는 작가 본인이 실재로 행동하며 참여했던 2003년 부안반핵운동을 다룬다. 이 역시 부안반핵운동에 대한 최초의 문학적 기록이 될 것이다. 서 작가는 동학농민혁명의 고장인 부안을 무대로 문학의 탑을 쌓고 있다.


 소설은 봉하노송의 마지막 하룻밤을 다룬다. '봉하노송의 절명' 총 3권으로 준비되고 있다. 소설 속의 현재는 2009년 5월 22일 해질 무렵부터 다음 날 동틀 무렵까지이다. 이번 1권은 밤 11시 무렵까지만 다룬다. 작가는 이번 1권은 ‘서론’이나 ‘들어가는 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책을 열면, 분노와 마주하게 된다. 메이히로라 불리는 후임 대통령에게 걸었던 기대가 무너지면서, 자신의 부엉이셈에 대해서 자책한다. ‘논두렁 손목시계’ 기사로 일개 잡범으로 전락한 수모를 감당해야 했고, 자신을 담당하는 수사팀의 교체를 바라는 편지를 끝내 보내지 못하고 침묵해야만 했던 봉하노송의 분노를 함께 읽을 수 있다.

이어서 못내 속내를 감추며, 이생에서 맺었던 혈육의 정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된다. 자전거에 태웠던 손자를 다시는 못 보게 된다는 애달픔. 하지만 내일도 부엉이바위 위로 황혼이 물들은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거라고 봉하노송은 생각한다.


참담함이란 어떤 감정일까. 소설 속의 봉하노송은 ‘북문이 뚫렸다’고 표현한다. 앞선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년에 겪었던 것처럼 자신도 송사(訟事)에 휘말려야 했다. 작가는 이에 대한 수많은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가상의 소설로 구현해 놓았다. 속도감 있는 대화체를 따라가다 보면 봉하노송의 절절함이 전해진다.


‘진보의 미래’를 구상하던 봉하노송이 손을 놓았다. 마을 어귀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봉하마을 사람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잦아졌다. 봉하노송의 이명(耳鳴)은 점점 심각해져 간다. 봉하노송은 죽음의 방법을 찾고 있다.

 

▲ 서주원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책 속의 주요 내용

 

“장편소설 ‘봉하노송의 절명’은 ‘자살’을 전제로 한 실록정치소설이다. 봉하노송이 부엉이바위에 오르기까지의 고뇌와 우리에게 남기려 했던 정신을 담고 있다.”(뒷표지)

 

“(남정)청송도 이제 그만 나를 버리셔야 되오! 그래야 청송도 여생이 힘들지 않을 것이오! 청송,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소. 더 이상 나란 사람은 님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고! 이미 난 민주주의니, 진보니, 정의니, 뭐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소! 진작 수렁에 빠져버린 나를 청송도 이젠 버리셔야 되오!” (21쪽)

 

“부엉이는 수를 셀 때 반드시 짝으로 센다고 한다. 하나가 없어지는 것은 알아도 짝으로 없어지는 것은 모른다고 알려져 있다. 해서 세상물정에 몹시 어두운 사람의 셈법을 부엉이셈에 비유한다.” (25쪽)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 나래를 편다. 철학자 헤겔이 쓴 󰡔법철학󰡕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철학이나 사상, 그리고 진리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앞설 수 없기에 그 판가름은 일이 다 끝날 무렵에 가서야 비로소 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65쪽)

 

“개밥바라기별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저 별이 사라지면 이 밤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하늘 가는 길에 오르기 위해 내가 집을 나설 시간이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애긴데, 저 별이 사라졌다가 샛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근데 이 산딸나무에 웹 거미줄인가?” (76쪽)

 

“꽃은 결코 부는 바람을 탓할 리 없다. 실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바람이 몰아치면 몰아치는 대로, 바람새를 따지지 않고 제 향기를 바람에 맡길 뿐이다. 그러면서도 꽃은 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175쪽)

 

“내가 다른 정치인과 다른 점은 정치권력을 최고 정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이고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은 시민들의 머릿속에 있다고 본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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