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완주문화재단

이승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12/08 [11:02]


▲ 이승철     ©브레이크뉴스

2017년 11월 14일 자문회의가 있었다.

 

시정표와 회의자료(30p)를 보니 2018년도 운영계획이 대단하다.

 

△예술가가 사랑하는 곳 △주민의 사랑을 받는 곳 △여행객이 북적이는 곳 즉 ‘문화도시 완주’를 만든다는 엄청난 포부이다.

 

항목마다 호감이 가지만 특히 ▴‘예술농부’ ▴문화이장 ▴문화예술 창작지원이 눈길을 끈다. 예술농부는 로칼푸드와 연결시킨다는데 고산휴양림이 바로 로칼푸드 행사장이라 좋은 착상이었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시랑골’.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시랑골대학’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진학 못한 나무꾼들이 묘사한 은어이더니 넓은 길이 나고 사정이 바뀌어 한숨과 눈물은 간 데 없이 신사·숙녀 젊은이가 모이자 ‘시랑골’ 숨은 뜻이 그럴듯하다. “사나운 짐승 우글거려 ‘豺狼(시랑)’골이더냐? 선비들 시를 읊어 ‘詩朗(시랑)골’이더냐? 낭자 총각 백년가약 맺자는 ‘侍郞(시랑)골’이냐? 높은 벼슬아치 侍郞(시랑) 나온대서 ‘시랑골’이냐? 나무꾼 고시랑고시랑 진학 못한 젊은이들 눈물 삼키며 찾아들어 ‘시랑골대학’이었더냐? 북풍한설 으스스 볼 시려 ‘시랑골’이더냐?” 이런 저런 사연이 많더니만 역대 수령들이 ‘아! 이거야’ 하며 시랑골을 개발하자 옛말대로 시인 오고, 선남선녀 모여들어 날마다 철마다 높은 산 고산휴양림이 선경을 이루었다.

 

사람 귀한 산골이 시렁시렁하지 않아 좋으니 부모랑 친구랑 연인이랑 사랑 노래 부를만하다. 축제 마지막 날 관민(官民)이 함께 어울려 지게 춤판을 벌려본다면 ‘농부예술’이 아닐까. ‘문화이장’ 멋지다. 알아야 얘기한다. 문화이장 ‘모르면 묻고’, ‘알면 알려주는 사람’ 멋진 구상이다. 돈 벌려 글 쓰는 건 아니지만 컴퓨터 속의 글을 끌어내기 위해 지원금을 준다니 이 이상 좋은 제도 또 어디 있으랴. 노래 잘하는 무명가수 많듯이 글 잘 쓰는 무명작가 여럿이다.

 

요리사 자격증 없는 어머니 와 아내 최고 맛을 내듯이 등단 않은 자 문학작품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햇빛을 보게 한다는 착상 박수 받아 마땅하다. 이외수는 강원도에서, 고은은 경기도에서 집 지어 살리지 않나. 이게 문화상품이다. 직원 겨우 다섯 사람이 해내기엔 벅찰 일이다. 2018년 개헌 때 지방자치문화청(가칭)을 두면 어떨까.

 

지자체마다 ‘문화예술’ 단체가 너무 많아 남설(濫設)로 보인다. 대원군은 지나친 서원 남설을 보다 못해 결국 철폐령을 내렸다. 한 날 같은 지역에서 주관처만 달리해 비슷한 내용의 행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겹치기 행사 낭비라는 비판이 따른다. 소금은 짜야하고 설탕은 달아야 한다.

 

꿀 탄 데 설탕 치면 좋은 요리가 아니다. 막걸리에 청주 타면 제 맛이 아니다. 당사자들이 더 잘 안다. 완주문화재단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설에 지나친 경쟁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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